K-콘텐츠 수출

kimswed 2018.09.06 06:29 조회 수 : 33

 

한국무역협회, ‘방송영상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 개최
SBS, CJ E&M 등 기업 방송영상 콘텐츠 수출 노하우 공유


“우리는 왜 포맷에 주목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는 드라마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크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포맷 수익이 크지는 않다. 그 노력을 드라마에 쏟으면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 포맷을 왜 수출해야 하는가. 그것은 진출하지 못한 국가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드라마로 메인스트림에 들어가기는 힘들다. 한류가 기존 진출하지 못했던 국가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의의가 있다.”

8월 22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된 ‘사람 중심 K-콘텐츠,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행사에는 콘텐츠산업 해외진출 전략 및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관련 업계 관계자 9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장경근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작년도 방송콘텐츠 수출금액을 약 4억9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방송프로그램 포맷 수출의 경우 2012년 3건에서 2017년 35건으로 5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한류 방송콘텐츠 수출의 80%는 여전히 드라마 상품이며, 92%는 아시아권에 수출된다. 그중에서도 일본과 중국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장 과장은 “콘텐츠 수출모델이 기존의 드라마에서 오락물 포맷으로 고도화됨에 따라 최근 해외 공동제작·재제작 등의 지원사례가 많다”면서, “정부는 중국·일본 등 ‘성숙시장’, 인니·태국 등 ‘성장시장’, 중동·중남미 등 ‘신흥시장’별로 맞춤형 전략을 통한 방송영상 수출 다변화에 역점을 두고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숙시장에서는 공동제작과 문화교류 등 쌍방으로 이뤄지는 활동을 중시하며, 인도네시아와 태국 측에는 방송콘텐츠 재제작 등의 지원이 이뤄진다. MENA, CIS,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의 경우 문화산업 수출 진흥을 위해 정부에서 해외배급 지원사업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콘텐츠를 사들여 수출하는 방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2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사람 중심 K-콘텐츠, 해외진출 성공전략 세미나-방송영상 콘텐츠 중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 장경근 과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
●IP 확보는 콘텐츠 수출의 첫걸음 =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영앤콘텐츠 이효영 대표는 완성 콘텐츠의 판권 수출 노하우와 최근 방송콘텐츠 수출시장의 흐름에 관해 설명했다. 특히 그는 콘텐츠의 수출에 있어서 저작권 문제를 철저하고 명확히 처리할 것을 강조했다.
 
겨울연가의 경우 초기 한류 작품인 만큼 저작권 관련 시행착오가 있었다. 극 중에서 현지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되어있지 않은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부속합의가 필요했다. 당초 계약에 없던 부분이었지만, 워낙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에 한국 수출자 측에서 부담하게 됐다. 이는 결국 7년 뒤에서야 음악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 오리지널 완전판 DVD 상품을 발매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을 거뒀다.
 
한류 콘텐츠는 여러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한한령’으로 인해 막힌 대중국 수출은 리메이크 판권과의 결합 방식으로 우회됐다. 리워드 방식의 글로벌 클라우드 펀딩으로 미리 구매가 이뤄짐으로써 미리 제작비를 조달하는 사례도 늘었다. 일본 원작에 대만 드라마의 리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히트를 했던 ‘꽃보다 남자’의 경우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해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한 수익이 발생한다.
 
이 대표는 방송콘텐츠를 수출할 때 해외유통 실무 인원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콘텐츠별로 부가 파생사업 전체를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판매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수출지원시스템을 완비해, 다양한 사업 전개를 백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무형의 노하우와 아이디어, 사람을 수출하다 = 이어서 SBS 글로벌제작사업팀 김일중 차장은 “포맷 수출은 사람 수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대한 얇은 사용설명서를 통해 기본적인 사항을 알기 쉽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현직자가 직접 노하우를 전수해야 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작업에서는 통역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도 환기했다. 현장 스태프 수백 명을 대상으로 통역이 필요하기에 통역의 질과 양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런닝맨’, ‘판타스틱듀오’ 등 방송콘텐츠 포맷 수출 사례를 중심으로 글로벌 유통사업자들과의 공동기획·제작 등 최근의 수출 트렌드를 제시했다. 그는 방송프로그램 포맷 판매는 기본적으로 “무형의 아이디어를 유형의 포맷으로 구체화해 판매하는 비즈니스”라며 방송포맷의 유형화를 통한 IP 자산화 방식을 소개했다.
 
우선은 브랜드 판매 방식이 있다. 미 NBC 유니버설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인 SNL(Saturday Night Live) 시리즈는 우리나라에도 포맷 수출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초반 하드웨어 세팅 이후에는 포맷 관련 교류 없이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SNL’이라는 상표 가치 자체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사례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판매 방식은 ‘바이블(사용설명서)’을 통한 노하우 전수 방식이다. 사용설명서와 프로그램 포맷 아이디어의 핵심을 각종 자료 묶음으로 만들어 상품화한다. 여기에는 무대 도면이나 조명 및 음향 큐시트 등 하드웨어적 자료와 CG나 음향 등 소프트웨어적 자료, 현지출장 프로듀서의 자문 등을 포함한다. 
 
여기에 버전별로 다른 설명서를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노하우나 기술 정도에 따라 난이도와 가격을 달리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 놓는다. 비싼 패키지일수록 더 많은 노하우와 기술이 적혀 있다. 
 
기본적인 사용설명서와 자료만이 아니라, 현지출장 프로듀서의 자문에 별도의 비용을 책정해 판매하는 형태도 있다. 스페인판 ‘판타스틱 듀오’나 ‘K팝스타’의 중국 수출 버전인 C팝스타가 이러한 방식으로 수출됐다. 
 
이들 사례는 단순한 연출진 파견에서 그쳤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핵심적인 책임자급 담당자를 파견해 부문별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자문을 지원하며, 이를 별도 비용으로 책정하기도 한다. 런닝맨 등 대부분의 대중국 방송포맷 수출이 이 방식으로 수출된다. 특히 런닝맨의 경우 공동제작을 통해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다.
 
오리지널 제작진이 직접 자국에서 제작을 대행하고 수입국은 출연진과 주요 연출진만 파견하는 경우도 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 대상으로 판매되는 런닝맨의 경우,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이 트렌드 =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CJ E&M 글로벌콘텐츠사업국 민다현 차장은 최근 글로벌 대형 콘텐츠 기획사와의 IP 공유에 대해서 짚었다. 이를테면 해외 공동제작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국과 유통대상국의 협력을 통해 지역적인 흥행요소와 국제적인 유연함을 모두 갖춘 포맷을 창작할 수 있다. 대체로 편성에 있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채널과 대규모 유통 배급사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한국의 IP소유자와 바니제이그룹, NBC유니버설, itv스튜디오 등 글로벌 유통사업자들 간 공동기획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IP 수익에 대한 분할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한편으로는 서구 시장에서도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한국을 경유하는 사례도 있다. 한국 측에서는 북미와 서유럽 진입로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와 협업하고 있다.
 
민 차장은 11개국에 판매된 ‘꽃보다 할배’, 9개국에 판매된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 유명 프로그램의 수출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미국판 꽃보다 할배는 당시 시간대는 물론 해당 시즌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률 1위를 달성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성공은 다른 10개국에서의 계약을 실제 제작으로 끌어내는 데 크게 공헌했다. 
 
너목보의 경우 태국에서는 130편 이상이 편성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도 장기간 방영되고 있다.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캄보디아에서는 제작이 준비되고 있다. 포스터 컨펌부터 아이덴티티 관리까지 한국인 스탭들이 철저히 백업하며 프로그램의 브랜드 가치와 품질 유지에 신경 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 차장은 이들 프로그램의 수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의 포맷 수출 활성화 방안을 네 가지 제시했다. 첫째로 K-포맷에 대한 집중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강화해서 한국산 방송포맷 자체에 대해 브랜딩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둘째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면서 차별화되는 포맷 패키징이 필요하다고 했다. 셋째는 기획 단계부터 포맷화를 염두에 둘 것을 제안했고, 마지막으로 개발과 판매에 있어서 포맷 전문 담당자를 두도록 조언했다. 김영채 기자

 

▲CJ E&M의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9개국에 수출됐다. 사진은 장쑤 위성채널을 통해 중국 전역에 방송된 중국판 너목보 포스터. 판빙빙이 초대가수로 출연한 첫회는 평균 시청률 1%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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