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기업인 칸타월드패널(Kantar Worldpanel)에 따르면 서양식 패스트푸드는 아시아 사람들 대다수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맥도널드(McDonald's)와 버거킹(Burger King)은 전통요리로 유명한 일본과 중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버거킹은 2016년까지 중국에서 700개의 매장을 개점했으며 현재 일본에는 9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중국에서 2500개의 매장이 있고 일본에서는 297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맥도날드가 2014년 베트남에 첫 번째 식당을 개점할 때 10년 이내에 베트남에 100개의 매장을 운영할 것이 예상됐다. 4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 전역에서 불과 16개의 점포만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버거킹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 60개의 매장을 개설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7년 동안 11개의 매장을 개장했다.
미국의 TV 채널 CNBC는 이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은 패스트푸드 점포에서 혼자서 또는 그룹과 관계없이 자신의 식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가족 스타일로 동일한 업체에서 동일한 요리를 함께 먹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을 들어 베트남에서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KOTRA가 최근 발표한 ‘한국어 간판의 인기 한식당, 주인은 베트남인’ 자료에 따르면 과거 베트남에서 한식 음식점들은 한국 교민들의 수요에 따라 생겨났으며, 한국인의 경제력과 취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베트남인이 운영하는 고기하우스(Gogi House)나 킹비비큐(King BBQ)등은 단체 회식에 적합하도록 운영하여 베트남 소비자들의 잠재된 한류 수요를 실제 소비로 이끌었다고 밝히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아침에는 베트남식 햄버거인 반미(Bánhmì)빵, 쌀국수, 찹쌀밥 쏘이(Xoi) 등 다양하고 간편한 식사로 대신하지만, 점심에는 가능하면 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롯데리아는 이러한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하고 점심에 밥 세트 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Starbucks)도 진출 후 5년이 지났으나 30개의 점포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의 특성을 이유로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맛과 동일한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푹롱(Phuc Long)을 비롯한 현지 브랜드들은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을 겨냥한 메뉴로 빠르게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의 20여 개 빙수 브랜드가 베트남에 진출했으나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며, 주스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도 고전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디저트는 아이스크림, 차를 근간으로 하는 밀크티 및 복숭아티 등이다. 빙수를 대표메뉴로 하는 전문점 전략은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비빔밥 및 떡볶이가 있다.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애용하는 고추장, 된장 등이 재료로 사용된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이러한 소스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비빔밥 소스, 떡볶이 소스 등으로 이해가 쉽도록 현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의 농업은 쌀을 주로 생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쌀을 활용한 국수가 주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쌀이 밀가루보다 건강에 좋다고 느끼고 있다. 음료수도 쌀로 만든 아침햇살이 인기가 있으며 쌀로 만든 과자도 잘 팔리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거의 모든 음식을 소스에 찍어서 먹는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느억맘(Nướcmắm)이다. 작은 생선을 발효한 소스로 아주 염도가 낮아 식사에 곁들이기 적격이다. 한국산 젓갈은 베트남에서 높은 염도로 인해 선호도가 낮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회식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는 샤브샤브와 비슷한 라우(lẩu)가 있다. 끓는 육수에 얇게 썬 고기, 야채, 해산물, 버섯, 두부 등을 데쳐 먹는 음식이다. 쫄깃한 면발의 한국식 라면을 재료로 추가하는 전략을 구사하면 베트남에서 라면의 판매증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도시화 비율이 증가하고 생활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간편한 조리 음식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전자레인지의 지속적인 보급이 즉석식품을 더욱 다양하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경제 수준이 향상되면서 식품의 소비가 늘어나고 다양해지며 점차 고급화되는 경향이 있다. 베트남에 진출에 앞서 현지 소비자의 취향 및 문화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적합한 식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적합한 현지화는 사업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안착에 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kswkso@hanmail.net)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kswks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