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한국 제품에 긍정적
중소기업 제품 인지도 개선 필요해
주요 경쟁국은 중국·일본·대만
베트남 소비자 10명 중 8명은 한국 제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가격과 중소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 호치민 지부는 20일 베트남 소비자와 바이어 2000명을 대상으로 ‘베트남 내 한국 상품 이미지 조사’를 실시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눈에 띄는 항목은 가격이었다. 보고서 내 거의 모든 항목에서 긍정적인 응답이 70~90%를 차지했으며 부정적인 응답이 나오지 않았지만, 가격은 긍정적인 응답이 45.8%로 절반이 채 안 되고 부정적인 응답(3.5%)도 존재했다.
한국 상품의 인지도와 관련된 질문에 응답자의 73% 이상이 ‘잘 안다’고 응답했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대부분의 베트남 소비자가 국내 전자제품 및 화장품 관련 글로벌 기업의 제품만 인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인지도는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상품’이라고 했을 때 베트남 소비자 중 39.4%는 전자제품을 떠올렸다. 화장품이 38%로 뒤를 이었고 건강식품(6.6%), 패션의류(4.8%), 승용차(4.6%) 순으로 나타났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삼성, LG 등 유명 브랜드의 TV, 휴대전화와 같은 전자제품들은 베트남 소비자들이 집에 하나씩은 모두 마련하고 싶어 할 정도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QLED TV’가 ‘박항서 TV’로 불리며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상승하는 등 ‘박항서 매직’의 힘을 톡톡히 보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가 한국 상품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경로는 인터넷·SNS, 친구·주변인, 신문·잡지, 텔레비전 순으로 조사됐다.
국제 마케팅 조사업체 위아소셜(We are Social)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베트남 인구 중 절반이 넘는 5050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모바일 인터넷 사용 인구는 전체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4719만 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베트남 전자상거래 정보기술부에 따르면 현지 기업의 30% 이상이 SNS를 통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으며, 베트남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온라인 구매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한국 상품도 인터넷·SNS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 필수적이다.
특히 베트남 인기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진출할 경우, 중간 유통비가 낮아 가격경쟁력 또한 높아지게 되며, 브랜드 인지도 및 유통망 확보가 어려운 중소기업도 보다 수월하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좋다’, ‘매우 좋다’ 등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89%를 차지했으며 ‘보통’이 12%, ‘별로 안 좋다’, ‘매우 안 좋다’ 등 부정적 응답은 없었다.
한국 상품의 내구성과 관련한 질문에도 좋다, 매우 좋다 등 긍정적인 응답은 70.7%, 보통은 29.3%로 부정적인 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더 이상 ‘가성비’만으로는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또한, 과시소비 성격의 프리미엄 제품보다는 최신 기술과 고품질이 결합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소비자들의 의식 향상으로 제품고장, A/S 등으로 인한 추가 지출까지도 소비에 영향을 주는 변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이를 활용해 ‘쿠쿠’는 2002년 베트남 진출 이후 기계식 전기밥솥이 대부분이던 베트남 시장에 전기압력 밥솥 보급 확장을 주도하면서 뛰어난 내구성으로 베트남시장 내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했다.
한국 상품의 편의성과 디자인에 관련한 질문에도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각각 76%와 84%를 차지했다. 부정적인 대답은 없었다.
베트남의 도시화율 증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편리한 식품에 대한 수요가 커져 가정식 대체 식품(HMR) 시장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 성장했다. 현재 베트남에는 약 1만 개의 국내외 즉석식품이 유통되고 있다.
또한 베트남 소비자들은 현지 업체의 패킹 디자인이 빨간색, 금색 등 화려한 색상과 많은 문구가 포함되어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한국 상품의 경우 심플하면서도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상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일수록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향후 베트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은 디자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됐다.
한국 상품의 기능에 대한 의견도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이 71%였다.
특히 많은 택시회사들이 가격대비 기능이 훌륭한 한국산 경차를 선호하고 있으며 실제 경차택시 중 절반이 넘는 차량이 한국자동차의 경차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경차 시장의 70%가 한국산 경차로 나타났으며, 최근 베트남에서는 ‘경차는 한국자동차’, ‘중형차는 일본자동차’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국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도 매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다양한 산업군의 한국 상품 품질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편이며, 실제로 한국 상품을 구매하는 주요인은 품질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1년 이내에 한국 상품을 구매한 베트남 소비자는 90% 이상으로, 그 중 35%가 3-4회, 28%가 1-2회, 24%가 6회 이상 구매했다. 주로 전자제품과 화장품을 구매했으며, 구매경로는 마트·편의점, SNS·인터넷, 직구, 홈쇼핑,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2016~2020년 전자상거래 개발 계획에 따르면, 2020년 전자상거래 매출은 전체 소매시장 매출의 약 5%에 상당하는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1인당 연평균 온라인 구매 액수는 350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어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YES24.COM(예스24), LOTTE.VN(롯데), SCJ(씨제이) 등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기업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한국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베트남 소비자들은 SNS·인터넷으로 주문한 후 배송이 이루어진 뒤에 제품을 확인하고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COD)이 보편화되어 있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한국의 최대 경쟁국을 묻는 질문에는 62.4%가 ‘중국’을 지목했고 ‘일본’(22.8%)과 ‘대만’(14.8%)이 뒤를 이었다.
특히 베트남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이 중국에 비해 디자인과 품질은 우수하지만 가격 경쟁력은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가격경쟁력의 경우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상품보다 차별화된 품질로 경쟁력을 강화해 우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서 디자인, 기능, 내구성 등 전반적인 품질 경쟁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고서는 일본 상품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가격은 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는 점과 대만 상품과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나 가격이 높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았다.
무역협회 김일산 호치민 지부장은 “베트남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선호가 높아지고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도 한층 좋아졌다”면서 “베트남의 소득수준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품질 관리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으로 경쟁국과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