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외국어 교육 시장이 확대되면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KOTRA 호치민 무역관이 호찌민사범대학 한국어학과 탄 티 튀히 엔 교수를 만나 베트남의 한국어 교육 시장에 관해 물었다.
- 호찌민 사범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소개해달라.
“한국어학과가 개설된 지 3년이고 전체 학생 수는 약 330명, 올해 신입생은 130명 정도다. 아직 졸업생은 없고 내년에 첫 졸업생이 배출된다. 한국어 교수는 5명이며 그 외 외부강사,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 교사 등을 모두 포함하면 20명 안팎이다.”
-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어학과에 진학하는 이유,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한류의 영향이 가장 크며 처음부터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어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도 있다. 단순히 한류의 영향으로 입학한 친구들의 경우 예상했던 것보다 한국어가 너무 어렵거나 환상이 깨져 일부 전과를 하거나 대입시험을 다시 보기도 한다.”
- 한류가 한국어를 공부하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나?
“베트남에서 한류의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어를 공부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이며 K-Pop을 듣고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면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한국 댄스나 노래를 잘하는 학생들도 많다. 이들은 한류를 통해 한국에서 유행하는 것들을 곧바로 받아들이고 한국인들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한다. 베트남에서 한류가 시작된 지 꽤 오래됐지만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
- 베트남의 한국어 교육환경은 어떤가?
“학교, 학원 외에도 인터넷이 있어서 과거와 달리 독학할 여건이 충분하다. 한국 영화, 드라마, 노래 등을 보고 들으며 따라하는 학생이 많다. 얼마 전 하노이에서 열린 제7회 금호아시아나배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 역시 비전공자다. 대학교 수업은 외부 강의에 비해 강사 수준이 높지만 공산당 역사, 호치민 사상 같은 필수 교양과목도 많아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은 적다.”
- 베트남 대학 중 한국어학과가 있는 학교가 많은가?
“23개 대학에서 약 1만 명이 한국어를 공부 중이다. 베트남 내 최초의 한국어 교육은 1993년 하노이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에서 한국어 교육과정을 개설하면서부터다. 1994년에는 호찌민 국립 인문사회과학대학도 한국학부를 개설했다. 이어 하노이사범대, 하노이대, 홍방국제대 등에서 한국(어)학과 및 단기 연수과정이 생겼다.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 한국학부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전국에 한국(어)학과 혹은 학부가 개설된 전문대학 이상의 대학 숫자는 23개이며 학생 수는 약 1만 명이다.”
- 주요 한국어 교육학원은 어떤 곳들이 있나?
“세종학종과 가나다어학원이 꽤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대학교마다 어학당이 있고 그 안에 한국어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무료 과정도 있는데 학생 수가 제한이 있다.”
- 베트남에서 한국어 교사가 되는 방법은?
“호찌민사범대학은 한국의 교원대학, 교육대학 졸업생들이 교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한국어학과는 다른 학과들과 달리 아직 교수 숫자가 부족해 한국어 교육학과로 승격되지 못했고 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 베트남 교육부가 발급하는 교사 자격증을 획득하면 교사, 교수가 될 수 있고 학교에서 운영하는 교사양성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 한국어를 가르칠 때 개인적인 어려움이 있나?
“학생들이 한국 사람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최근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하면서 한국인도 많이 늘었고 학교에 베트남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도 꽤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의 경우 성실하고 예의도 바르지만 다소 얌전하고 활발하지 못해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다. 많은 학생들이 말하기를 어려워한다. 따라서 한국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 졸업 후 한국어과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학생마다 편차가 있다. 어떤 학생은 문법이나 어휘는 강하지만 말하기 실력이 약하다. 한국어를 전공하더라도 기업 실무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과는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회사를 다니면서 저녁에 학원에 가거나 회사 생활에 필요한 전문 용어를 따로 공부한다.”
- 한국 기업 취업 시장은 어떤가?
“한국 기업들이 학교에 찾아와 취업설명회를 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채용공고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간에서 이를 알선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어를 배워 취업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인력의 공급보다는 한국 기업의 구인 수요가 훨씬 크다. 공급 대비 수요가 많아 봉급 역시 높은 편이며 일부 베트남 학생은 이를 악용해 한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한국 회사에서 더 높은 월급을 주고 데려가는 경우도 있어서 이직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한국 문화, 예절 등을 지도하고 있다.”
-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 환경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국 정부, KOICA 같은 관련 정부기관, 대학교에서 교재 및 도서 기증, 장학금 수여 등 여러 지원을 해주고 있다. 다만 교육시설이 아직 열악한 편이다. 외국어 교육은 시설이 중요한데 강의실 간 거리가 너무 가까워 방음이 안 된다. 옆 강의실에서 영어, 불어를 가르치는데 방음이 안 돼 목소리를 높여야 하고 결국 옆 교실도 목소리가 커져 모든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일반적인 칠판 수업 외에 듣기와 말하기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강의실도 아직 없다.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베트남 정부는 외국어 교육에 대해 더 많이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 베트남 한국어 교육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과거에 제가 한국어를 공부할 때는 두 나라 간 교류가 지금처럼 활발하지 못했다. 지금은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에 많이 진출했고 대형 마트에 가면 한국 제품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한류 영향으로 많은 베트남 학생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특히 다른 외국어에 비해 한국어과 졸업생들이 취업이 더 잘 되고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도 많아서 한국어 교육 시장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