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역별 한국제품 구매요인. [출처=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 |
“더 이상 한국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시장에 통하던 시대는 끝났다. 한국 제품이 중국 바이어들을 꾸준히 사로잡으려면 프리미엄 상품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중국 바이어가 본 한국 소비제품 경쟁력 및 대응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럽·미국 제품들이 프리미엄 브랜드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제품은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없다고 나타났다. 또한 ‘디자인이 예쁘다’는 강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장 등 디테일한 부분은 일본 상품에 비해 떨어진다고 조사됐다. 브랜드 가치가 낮기 때문에 제품의 생명력이 길지 않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보고서는 D기업(쇼핑몰) 구매 담당자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상품은 중국 상품 대비 디자인, 품질, 브랜드 등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긴 하나 그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가 244명의 중국 바이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중국 바이어들이 생각하는 한국 제품의 경쟁력은 디자인(18.7%), 품질(17.4%), 거래기업의 신뢰도(16.5%)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제품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지리적 이점으로 인한 거래처의 빠른 피드백, 즉 수요 변화에 대응해 신속하게 디자인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응답한 바이어는 10.9%에 불과했다. 최근 중국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매우 중시하는데 한국 제품은 품질대비 다소 비싸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것이다. 중국 C기업(식음료)의 구매 담당자는 “한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 프리미엄을 얻을 만큼은 아니”라며 “한국 제품이 동종의 중국 상품대비 약 30% 이상 비싸면 중국시장에서 그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제품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는데 작용하는 가장 큰 요인은 ‘품질’(50.4%)이라고 답했다. 최근 중국 제품의 품질향상과 소비자들의 기대치 상승이 그 이유였다. 그 다음으로는 한국 거래기업의 신뢰도(16.0%), 제품의 디자인(10.7%), 브랜드(11.1%) 순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이 결과가 한국 상품의 품질이 마냥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E기업(식음료)의 구매담당자는 “중국 소비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가격 메리트가 작고 반품·교환·수리 등 A/S 서비스가 좋지 않다”며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 제품 대비 가격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좋다고 인식된 반면 한국제품은 생명력이 길지 않고, 높은 가격으로 포지셔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 ‘화장품·식품·유아용품 전시회’로 돌파구 찾아야 =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기업(종합쇼핑몰)의 구매 담당자는 “중국 제품은 기술수준과 안전성 등이 낮아 중가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과 미용용품 등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다”며 추후에도 한국 화장품 시장은 유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한 자녀 정책 폐지로 육아용품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한국 유아용품은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향후에도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A기업의 바이어 외에도 화장품이 유망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이어의 비율은 전체의 23.9%로 화장품을 취급하는 바이어의 비율인 19.2%를 넘겼다. 식품, 미용용품 등도 향후에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응답한 바이어가 각각 15.6%, 13.1%를 차지했다. 이밖에도 유아용품(8.5%), 의료보건용품, 애완용품 등도 향후 우리의 유망 품목으로 언급됐다.
반면 주방용품, 가전제품, 완구 등은 취급바이어 비중 대비 긍정적 응답이 적은 것으로 보아 향후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비슷한 품질의 저렴한 중국산 제품들이 출시되는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보고서는 우리 제품의 강점인 ‘디자인’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 바이어들은 “한국 상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이며, 3년 뒤에도 그 기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디자인 고급화를 통해 프리미엄 제품으로서의 브랜드가치를 제고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 한들, 바이어가 모르면 수출은 꿈도 꿀 수 없다. 중국에서 유아용품을 취급하는 B기업의 대표는 “무역협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이 개최하는 전시회나 상담회를 통해 바이어를 소개받고 한국 상품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얻고 있다”며 전시회 참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바이어 응답자의 27.8%가 전시회·상담회를 통해 한국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일부 바이어들은 인터넷(20.1%)을 통해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거나 인기 있는 상품을 찾아보고 구매상담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지인·친구소개(18.7%), 거래처(11.7%) 순이다. 예전에는 중국 바이어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사드배치 이후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없고, 한류의 영향력도 줄어들어 드라마를 통해 한국 상품 정보를 얻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한편, ‘신소매 유통’이 점차 현실화됨에 따라 온·오프라인 융합을 활용한 소비자 체험중심의 유통구조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리기업의 대비 또한 필요하다. 신소매란 ‘온라인·오프라인·물류·첨단기술(빅데이터, AI 등)을 결합한 미래형 소매유통방식’으로, 기존 O2O와 달리 맞춤형 제품과 체험형 서비스 가치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높은 학력과 전문적인 직업군을 가졌으며, 여행, 교육, 취미·레저, 자기계발 등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 하고 미래를 위한 분야에 주로 소비하는 신중산층 ▷간편 가정식, 소형 가전 등 작고 간편하면서도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찾는 1인 가구 ▷노인용품, 헬스케어용품 뿐만 아니라 관광, 부동산, 보험 등 다양한 시장에서 소비활동을 펼치는 실버 세대 등 “새롭게 등장하는 소비계층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포지셔닝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