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내년 경제여건 개선에 발맞춰 대대적인 제도 정비를 통해 증시 활성화에도 나선다. 이에 따라 VN지수가 내년 박스권 상단인 550을 뚫으며 20% 이상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는 국내 베트남투자펀드의 환매제한기간이 대거 끝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 등을 통한 증시 진작이 긴요한 시점이다.
짱닥신(Tran Dac Sinh)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 이사장은 “2011년부터 상장 관련 기준을 강화해 투자 대상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겠다. 베트남에 펀드 형태로 투자한 한국 투자자들의 성과가 아직 부진하지만 앞으로 5년가량 더 투자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2012년께 한국증권거래소(KRX)의 증권거래시스템 도입이 완료되면 선물ㆍ옵션 등 파생시장을 활성화시켜 외국인 증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게 호찌민거래소의 판단이다.
그는 “올해 70개에 이어 내년에도 30여개의 신규상장이 예정돼 유동성 부담이 있지만, 투자활성화 제도와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 등이 성과를 낸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점에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베트남 증시의 부진으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 증권사 지분 인수 등으로 현지 진출에 속도를 냈던 일부 증권사는 수억 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고, 수익률 반토막짜리 베트남 펀드를 보유한 운용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베트남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은 -10.82%를 기록,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인 20.68%, 해외주식형펀드 7.02%를 한참 밑돌았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 1, 2'와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 1', '동양베트남민영화혼합증권 2'는 연 수익률 -25% 아래로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조기 상환과 반토막 만기 해산을 결정한 운용사들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운용의 경우 3년 이상 만기가 남은 상품을 부분 조기상환하기로 결정했으며 내년 초 첫 만기를 맞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도 베트남 펀드의 경우 만기 해산키로 결정돼 막대한 손실을 남기게 됐다.
지난 2006~2007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베트남펀드에서 처음으로 만기가 도래한 펀드가 나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GB블루오션베트남주식혼합형 투자회사1호`는 설정 후 3년이 지나 내년 1월4일 만기가 도래한다.
구자갑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원금 손실회복을 원하는 수익자(주주)에게 투자기간 연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 만기연장을 안건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반대하는 주주에 대해서는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고 밝혔다.
이 펀드의 설정 후 누적 수익률은 마이너스(-)49.81% 수준이다. 수익률이 낮은 이유는 베트남 증시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진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증시는 지난 2007년 3월12일 1170.67을 기록하며 이른바 ‘고점’을 쳤다. 이후 2008년 한때 300선이 붕괴될 만큼 급락세를 탔다. 지난 10일 기준 451.26을 기록 중이다.
베트남 주식시장에 관심 있는 한국투자자들은 베트남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같이 잠재력 있는 주식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베트남시장에 그런 주식을 추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것은 아직 베트남경제가 초기발전단계라서 그럴지도 모르고 어느 분야가 성장할 지 잘 몰라서 일수도 있다.
현재 베트남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중 대표적 제조업체를 꼽으라면 푸미비료(DPM)이나 비나밀크(VNM) 정도가 고작이다. 베트남을 대표할 만한 상장 제조업 종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 왜일까?
은행, 통신, 광산, 부동산업이 최고수익 업종
이런 의문은 베트남에서 지난 3년간 돈을 많이 벌어 세금을 많이 낸 업종과 회사들의 면면을 보면 답이 바로 나온다. 돈을 가장 많이 번 업종은 은행업이다. 은행업 중에서도TOP3는 국영상업은행이다. 은행은 베트남 내 1000대 기업 전체 법인세의 25%를 차지했다. 그 다음이 통신IT업종(14%), 광업(10%), 부동산업종(5%)이다. 제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음식료업종(5%)이 TOP5에 포함됐다. 제조업 중에서 음식료업종 외에 TOP10업종에 들어간 것은 자동차조립업종뿐이다.
베트남 시가총액기준으로 1위업체는 10월 현재 비엣콤뱅크(VCB)이고 그 다음으로 엑심뱅크(EIB), 사콤뱅크(STB), 바오비엣홀딩스(BVH)다. 그 다음이 제조업체인 푸미비료(DPM), 비나밀크(VNM) 정도다. 시가총액 TOP3도 전부 은행이 위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익측면과 증권시장 측면에서 제조업의 기여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베트남의 산업화 단계의 미성숙과 당국의 방향설정 오류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이 산업사회로 본격 진입한 것은 80년대 후반으로 당시 한국에는 유수한 제조업체들이 즐비했다. 물론 당시 한국증시도 소위 트로이카라고 불렸던 금융, 건설, 무역 업종주식들이 주도하는 금융장세가 전개되고는 했었다. 하지만 전자,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 굴지의 기업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고 90년대를 넘어가면서 이들 업종주식들이 장세를 선도하게 되었다.
한국의 70년대 수준인 베트남경제
이런 측면에서 베트남의 현 주식시장환경은 한국의 80년대보다는 대규모무역수지적자가 지속되고 인플레가 만연한 가운데 외부환경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아 위기가 반복되었던 한국의 70년대 상황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참고로 한국의 경우 1977년 1인당 국민소득이 1천달러를 돌파(유신시절 경제 목표는 수출 1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했는데 베트남은 2009년에야 비로소 1천 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베트남의 현 증시상황을 한국의 70년대와 비교해도 양국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당시 한국은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에 나선 반면 베트남은 상업과 농업이 중심인 사회에서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 제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산업의 근간인 국영기업 또한 제조업 보다는 은행, 통신, 부동산개발 등의 비제조업에 주력하고 있어 제조업의 상대적 약화가 초래되고 있다.
이익측면과 증시 내 비중에서 제조업의 기여도가 낮은 두 번째 이유는 수출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상당부분이 외국인투자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기업은 산업생산 중 43%, 베트남 총 수출금액 중 53%를 차지하고 있는데 베트남 수출 중 농수산물, 원유 등 1차산품의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투자기업이 베트남 제조업의 중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한데 외국인 투자기업 중 상장된 기업이 거의 없고 그나마 상장된 기업도 규모가 아주 작다. 최근 외국인 투자기업의 증시상장이 공식적으로 허용되었지만 당장 상장하고자 할 외국인 투자기업이 많을 지도 의문이다. 베트남 당국이 의심하듯 모기업으로부터 비싸게 원자재를 사고 완제품은 모기업에 싸게 되파는 소위 ‘이전가격’문제로 베트남 내 상당수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부실하거나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대경제 탈피, 산업화가 과제
베트남 경제의 발전 나아가 베트남 증시의 발전은 토지나 사업권 등으로부터의 소위 ‘지대(rent)’가 만연한 버블경제로서는 불가능하다.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 가운데 본격적인 산업화를 추진해 건실한 제조업체를 많이 배출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제조업 샛별기업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약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대우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2002-2004년 매경, 한경, 조선일보 선정 투자전략 1위
우리투자증권 호찌민사무소장 겸 WOORI CBV증권 이사
임송학 (우리투자증권 호찌민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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