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카보네이트시트’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아키라이트, 크린라이트의 주소재로 적용되는데 플라스틱에서 가장 발전된 고분자의 하나다. 내구성, 투명성, 경량성, 유연성 모두 뛰어나다. 유리인 듯 유리 아닌, 단단한 투명창이다. 재래시장의 아케이트, 도로방음벽, 비행기창문, 경찰관의 투명방패를 떠올리면 된다. 아키라이트(복층), 크린라이트(단층)는 방음, 방열, 방수에 안정성까지 뛰어나 주변 건축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동신폴리켐은 이 제품들로 2018년 매출 190억 원(잠정)을 올렸다. 수출은 한화 10억 원 정도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낮은 편인데, 장현봉 대표에 따르면 실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간접수출이 많아서다. 그래서 ‘수출100만불탑’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또한 그의 친동생에게 반값으로 임가공을 주고 있어 매출 실적이 적게 나온다고 귀띔한다. 알고 보면 외형보다 내실이 빵빵한 회사다.
이 회사가 2018년부터 수출에 스퍼트를 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놀던 아시아권을 넘어 태평양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와 칠레를 뚫더니 브라질 등 중남미 시장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유럽과 아프리카는 다음 차례다.
2년 공들여온 중남미 수출 열매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기관의 무역사절단, 비즈니스상담회, 대통령경제사절단으로 참가한 뒤 얻어낸 성과인데, 무엇보다 2016년부터 마케팅을 전개해왔던 멕시코와 칠레 상대로 수출열매가 맺자 고무된 표정이다.
동시에 그동안 공들여 온 아시아 판로도 확충되고 있다. 폴리카보네이트시트 제품은 이전까지 일본, 베트남, 영국 등에 제한적으로 나갔다. 그런데 2018년 생각도 안했던 몽골에서 발주가 왔다. “회사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을 했답니다. 다른 업체가 못하니 동신폴리켐에 요청한다고 하더군요. 몽골 수출은 처음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필리핀서도 희소식이 도착했다. 동신제품의 샘플 요청과 함께 구매의사를 밝힌 것이다. 계속 눈여겨보고 있던 시장이라 더 반가웠다. “그 사람들은 이전까지 중국·대만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서 쉽지 않았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동신폴리켐으로 마음을 바꿨나 봐요. 무역협회를 통해 마닐라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이후 연락이 왔고, 결국 수출로 이어졌습니다.”
동신폴리켐 장현봉 대표가 투명창에 적용된 크린라이트를 설명하고 있다. |
들여다보면 수출 계약들이 저절로 된 것은 없다. 필리핀은 전시회 때 장 대표가 바이어를 빈번하게 접촉하고 동신 제품의 차별성을 적극 알린 결과다. 몽골의 경우 그쪽 관계자가 한국의 우수업체를 찾고 있었는데, 그동안 동신이 쌓아놓은 명성이 알려지면서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온 케이스다. 둘 다 뿌린 대로 거둔 셈이다.
지자체·유관기관 지원사업 최대한 활용
동신폴리켐은 충북도와 무역협회,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의 지원사업을 잘 활용하고 있는 모범업체다. 전시회, 사절단, 지원사업에 빠짐없이 참여한다. 이를 통해 정보와 시장개척 노하우를 얻고 있다. 장 대표는 2016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러시아, 라오스에도 동행했다.
그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한 명의 바이어라도 눈도장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여러 번 만나야 해요. 전시장에서나 사절단으로 참가해 바이어를 섭외하는 것은 어렵지요. 간혹 홈페이지나 누구누구의 소개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일이 흔한가요? 명함을 주면서 동신의 제품을 열심히 알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 관심을 가져주더군요.”
베트남 수출도 충북도의 지원과 장 대표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다. 지난해 ‘2018년 하노이충북우수상품전’에 참가했는데, 이때 회사와 제품을 적극 알렸다. 기회를 잡으면 놓치지 않는 장 대표의 뚝심은 성과를 냈다. 당시 충북우수상품전은 건축자재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업체까지 40개사가 참가해 큰 성과를 거뒀다. 동신폴리켐은 이를 발판으로 호치민 쪽에서도 MOU를 맺고 50만 달러 계약을 성사시켰다.
장 대표는 연간 4~5차례 해외 전시회에 참가한다. 2018년은 베트남 외 광저우, 두바이, 마닐라 건축자재 전시회에 참가했다.
그는 동신폴리켐이 안정적으로 내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보니 치열함을 덜 느낀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문에 해외시장 쪽에 더 신경을 쓴다. 회사는 최근 수출업무 분야에 인력을 확충했다.
동신폴리켐을 소개하는 국내 언론기사들. |
외환위기로 쓰러진 회사, 직원들과 인수
(주)동신폴리켐은 전신 동신케미칼이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쓰러지자 당시 회사에 몸담고 있던 장 대표와 직원들이 기업을 함께 인수해 2001년 설립한 회사다. 2018년 임직원 32명의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그 해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와 회사를 차릴 때 직원들이 지방도시를 꺼리면서 따라오지 않더군요. 영업부원은 1명도 없이 5명이서 시작했어요. 막말로 영어할 줄 아는 사람도 없었죠. 수출 쪽이 매우 취약했지요. 게다가 제가 지역사회에서 발이 넓은 편입니다. 경제관련 모임에 관여하고, 사회활동이나 봉사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회사일, 특히 수출 부문에 신경을 못 썼습니다. 앞으로는 봉사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죠.”
장 대표는 이노비즈협회 충북지회장, 청주로타리클럽 회장,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부회장 등을 맡으며 지역 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꾸준히 기부 및 봉사를 해오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와 함께 라오스 봉사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기술, 쓰는 것은 예술’이라고 신조를 밝힌 적이 있다. 회사일 때문에 나눔·봉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공장 부지는 당초 1만 평에서 5000평으로 줄였다. 초창기 잠깐 자금난을 겪었는데 당시 한미은행(현 시티은행)에서 부동산과 매출담보를 통해 28억 원을 조달한 뒤 별 어려움 없이 달려왔다.
제품은 모두 국제 수준의 첨단 건축자재
주력제품 ‘아키라이트’는 압출성형 및 절단-가공을 통해 제작되는 복층시트다. 2~3중(복층)구조로 돼 있어 단열뿐 아니라 산란효과나 시각차단 효과가 있다. ‘크린라이트’는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는 단층시트다. 광선투과율이 82~92%이고 가볍고 유연해 공면시공도 수월하다.
제품 모두 동신폴리켐이 자랑하는 국제수준의 첨단 건축자재다. 이처럼 훌륭한 아이템에도 꾸준한 수출물량은 보완해야할 과제다. 일회성이나 프로젝트성으로 수출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연간 40만 달러어치 규모가 지속적으로 나가고 있다. 베트남 공급도 안정궤도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의 경우 현지 시장 관계자가 인맥의 소개로 직접 찾아온 케이스다. 장 대표는 일본 방염협회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는 것이 유난히 까다로웠다고 토로했다. 이를 극복하고 현재까지 좋은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전시회, 무역사절단이라는 단어도 생소했는데, 수출유관 기관들의 지원에 참여하면서 점차 국제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아시아·중남미 시장으로 만족할 정 대표가 아니다. “아프리카에도 진출하겠습니다. 제품의 경쟁력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기능성뿐 아니라 친환경입니다. 어느 나라든지 반드시 필요로 하죠. 영업망만 구축되면 파는 건 어렵지 않아요.”
오윤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