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화장품·음료수·프랜차이즈 외식업 유망
풍부하고 값싼 노동력·SEZ 등 투자 여건도 좋아
연일 우리 수출에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오는 와중에 캄보디아가 숨구멍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캄보디아의 제도·정책 개선 노력에 힘입어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최근 ‘아세안의 기대주, 캄보디아에서 찾는 수출기회’ 보고서를 내고 해외자본 규제, 환 리스크, 수출관세 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캄보디아를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캄보디아는 도시화가 진행되고 소득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소비시장 또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1인당 GDP는 2018년 기준 1485달러며, 2022년에는 30% 성장한 1964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구당 소비지출은 2015년 기준 426달러로 2010년 277달러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우리 기업이 캄보디아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의약품이나 화장품 등 고급소비재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용 생활제품이나 저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품목들은 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유입되고 있다. 한국의 대캄보디아 수출 증가율은 의약품의 경우 2018년 6월 기준 13.2%(전년대비) 증가했다. 캄보디아는 자체 생산율이 낮고 대부분 수입의약품에 의존하고 있는데, 한국 의약품에 대한 높은 신뢰도와 고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이 강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화장품(마스크팩, BB크림 등)은 같은 기간 46.4% 성장했다. 한류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현재 현지쇼핑몰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음료의 경우 16.3% 성장했는데, 금액으로 보면 MTI 4단위 기준 대캄보디아 수출 2위 품목이다. 캄보디아 시장 내 ‘박카스’의 성공으로 인해 한국 에너지드링크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과일·알로에주스, 비알콜 소프트드링크, 기타 두유 등 보관이 용이한 형태의 유제품류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KOTRA에 따르면 마케팅에 실패해 철수하는 브랜드도 존재하니 현지 시장 트렌드에 대한 조사와 이해는 필수다. 박카스가 성공할 수 있던 이유는 현지 업체 ‘캄골드’의 전국적인 유통망을 활용한덕이다. 프놈펜의 건설업 붐으로 인해 건설 노동자들의 에너지드링크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점도 주효했다. 유리병 대신 캔에 음료를 담는 등 현지화한 제품을 출시한 점, 캄보디아 교통수단 ‘뚝뚝’에 광고물을 부착한 점, 각종 이벤트와 샘플로 인지도를 높인 점도 성공의 발판이었다. 2017년에는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점차 동남아 전 지역으로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산 여행용품에 특혜관세(GSP) 혜택이 적용되면서 가죽 부문 수출도 크게 늘어났다. 핸드백 등 여행용품 제조업 부문에 우리기업의 투자가 이어져 2018년 6월 기준 615.5% 증가했다. 캄보디아는 GSP 적용 대상국이기 때문에 미국·EU·일본 등으로 수출 시 관세가 낮게 매겨진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등의 서비스 분야 진출도 유망하다. 캄보디아 내 대규모 상업지구 개발 등으로 프랜차이즈 입지 여건이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대형 몰에서 장을 보는 문화가 확산되고 외식지출 또한 증가해 요식업 진출 전망이 밝아 보인다. 롯데리아는 2014년 1호점을 개설해 2018년 20개 점포로 확대했으며, 설빙은 2017년 12월 캄보디아 기업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캄보디아 주력 산업인 봉제업, 농업, 관광업, 건설업은 지속적인 성장 기조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한국제품에 대한 수요 역시 직물류, 수송기계류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투자 전망도 밝다. 보고서는 캄보디아 투자환경의 최대 장점을 ‘풍부한 노동력’이라고 밝혔다. 주변 경쟁국에 비해 임금도 저렴하다. 2019년 캄보디아의 월 최저임금은 182달러(신발·의류 등 봉제 산업에 한함)로 태국의 60%,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70% 수준이다. H&M과 막스앤스펜서, 갭 등 글로벌 의류 기업들은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주요 생산 공장을 캄보디아로 이전했다. 한국섬유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는 의류업체 약 60개사가 캄보디아에 진출해있다. 최근에는 미·중 관세분쟁에 따른 우려가 커져 중국에 제조공장을 둔 기업들이 무관세지역인 캄보디아에 생산투자 확대를 고려하는 추세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아직은 노동력이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최근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7%가 올랐으며, 고용인에게 의료보험과 교통을 무상지원 하도록 했다. 또한 10월부터 사회보장세가 4%에서 8%로 강화돼 근로자와 고용주가 각각 급여구성기본급의 4%씩을 캄보디아 National Social Security Fund에 매월 납입해야 한다. 노동력이 싼 만큼 근로자의 기술력과 문자해독률(80.5%)도 낮다.
낮은 규제 장벽과 다양한 투자 유치제도는 우리에게 유리한 사항이다. 우선 무역환경을 살펴보면 일부 수출금지 및 제한 품목이 존재하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별도의 라이선스를 등록할 필요가 없다. 세이프가드, 반덤핑, 상계관세 등의 비관세장벽에 대한 법 규정 또한 없으며, 주로 품질을 검사하던 캠컨트롤(CamControl)이 지난달부로 폐지돼 2개 체제로 운영되던 수출입화물 검사제도가 세관검사 1개로 통일됐다. 또한 수출입 화물 컨테이너 스캔 수수료는 4월 1일부로 절반으로 인하될 예정이다.
수출 시 원산지 증명서 발급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 KOTRA에 따르면 캄보디아 상무부는 2013년부터 해당 건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원산지 증명서 발급이 주 수입원 중 하나였던 상무부는 폐지를 미루다가 지난달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미국, 일본 등 수출자에게 원산지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의 경우 캄보디아 상무부에서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할 필요가 없다. 다만 EU, 터키, 노르웨이, 스위스 등에 수출하는 기업은 상무부에 미리 수출업체로 등록해야만 원산지 증명 발급이 면제된다. 한-아세안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증명서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로 수출할 때,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수입해올 때 모두 원산지 증명서가 필요하며, 캄보디아는 2018년부터 전자 원산지 증명서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외국기업이 캄보디아 토지를 소유하려면 지분의 51%가 캄보디아 국적의 소유여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내국인과 외국인 간 차별 없이 투자법이 운용된다. 투자금지 업종 등 일부업종을 제외하고는 감독부처에 신고함과 동시에 투자가 가능해지며, 외자 출자비율 또한 100% 허용된다.
캄보디아의 외자 우대조치는 ▷투자 적격 프로젝트(QIP·Qualified Investment Project) ▷특별경제구역(SEZ·Special Economic Zone) ▷특정산업 우대 조치 3가지다. ‘투자 적격 프로젝트’는 캄보디아 개발위원회가 승인하는 프로젝트로, 공장 설비·원부자재 수입 시 관세와 법인세(20%), 최소세(매출의 1%)를 최장 9년까지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특별경제구역’은 기타 제조단지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최장 50년간 장기 토지 사용권(매매·임대 가능)을 부여받을 수 있다. 특구 사무소에서는 수출입, 통관, 고용, 회사등기 등에 대해 원스톱서비스가 제공되며, QIP 기업으로 승인될 경우 공장 설비시설 및 원부자재 수입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도 받게 된다. 2018년 3월 기준 47개 구역이 경제특구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봉제 및 신발 제조업은 위치와 상관없이 QIP 승인을 받으면 면세 혜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SEZ 활용이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까지는 높은 임대료를 이유로 SEZ 입주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전기·전자 등 인프라가 중요한 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SEZ 입주 및 활용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산업 우대 조치’는 농업관련 기업에게 주로 적용되는데, 농업용 장비와 농업용 원자재를 취급하는 기업의 경우 수입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며 농산물 가공업은 법인세가 면제(3년 우선기간)된다.
금융시장도 매력적인 투자처다. 캄보디아 화폐(리엘화)가 미 달러화로 대체되는 달러라이제이션으로 환리스크 부담이 적을 뿐만 아니라 투자원금 및 이익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으며,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예대 마진)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도 2007년 신한은행(신한크메르은행)을 시작으로 국민은행, 농협, 전북은행 등 13개 금융사가 진출해있다.
캄보디아는 낮은 인프라 수준으로 은행 각 지점에 접근성이 낮아 향후 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한 핀테크, 모바일 페이 등 디지털 금융 산업의 전망도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캄보디아의 인터넷 사용률은 주요국 대비 낮은 편으로, 우리기업이 IT기술과 결합한 금융 시장에 선제 진출한다면 시장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또한 올해부터 캄보디아는 주변국 대비 약 2배가량 높아 생산성 향상, 제조공장 투자유치 등에 걸림돌로 지적돼 왔던 전기세가 인하된다. KOTRA는 2020년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공장 등은 약 10% 정도 전기료가 절약돼 관련업계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킬로와트시(kWh) 당 0.165달러였던 것이 2019년 0.147달러로 인하됐으며, 2020년에는 0.146달러까지 인하될 예정이다.
민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