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인생 반세기 직물 수출 1,000만 야드

 

㈜대화엑스포트_반태병 대표

섬유

 

나는 격동의 시절이었던 1971년 2월 한양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하였다. 같은 해 3월 첫 직장으로 섬유종합상사인 코오롱그룹(KOLON GROUP)의 수출창구인 삼경물산㈜에 입사하게 되었다. 70년대 한국은 제조업분야에서 특히 섬유 수출로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하던 시기여서 섬유공학과를 졸업한 학생은 취직도 잘 되고 대우도 좋았던 시절이었다. 기업들 역시 오더(Order)가 밀려 들어와서엄청나게 바쁘게 일하던 때였다.
1973년에는 입사한 지 3년만에 우리 회사가 1,000만 불 수출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고 수출의 날에 국가로부터 은탑산업훈장까지받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직장생활 10년간은 최선을 다하여 섬유분야에 대한 무역 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었고 회사의 해외 수출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직장생활 10년이 지날 무렵, 직접 해외를 누비며 무역업을 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나를 자극하였다. 탄탄대로로 잘 나가는 회사를 그만 두고 1980년부터는 친구와 무역회사를 설립하여 새로운 인생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이 섬유제조생산의 전성기를 이루고 있는 1980년대라 섬유무역을 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친구와 동업을 하며 20여 년간 섬유무역에서 승승장구하며 회사도 성장해가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판단될 즈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1년, 나는 섬유무역 회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실패를 모르는 길을 걸어왔다

 

첫 번째 해외 출장, 30일동안 33만 불 계약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젊은 시절 세일즈 여행이다. 해외바이어와 정보자료를 준비하여 1985년 3월 첫 번째 해외출장으로 30여일의 여정동안 4개국을 다녀왔다. 주로 섬유원단 수입이 많은 중미의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베네주엘라, 스페인, 모로코 였다.

첫 번째 방문지는 트리니다드토바고로 우리에게는 생소한 국가이긴 하지만 섬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이 있어 좋은 오더를 기대하며방문을 하였다. 중미의 인구 130만 명 밖에 안 되는 조그만 섬나라로 베네주엘라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다. 첫 번째 방문국가로써 선정한 것은 당시 발행되었던 ‘일간 해외시장’덕분이었다. 이 일간지는 해외동향과 해외 바이어들의 인콰이어리(Inquiry)를 많이 게재하여 무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이 나라는 조그만 규모의 산유국이었는데 1974년 오일쇼크

 

"친구와 동업을 하며 20여년간 섬유무역에서 승승장구하며 회사도 성장해가고 돈도 많이 벌었다고 판단될 즈음,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홀로서기를 하여 나만의 회사를 설립해 섬유무역업에서 큰 성공을 이루고 싶은 야망이 생겼다."

 

이후에 경제가 호황이어서 수출입이 자유로워 중미의 수출자유무역지대와 같았다. 특히 이때는 한국 섬유제품(합섬직물원단)의 인기가 천정을 찌를 듯 하던 때라 현지 에이전트의 주선으로 5~6개 업체와 상담하여 19만 달러어치 정도를 계약하고 신용장을 수취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두 번째 방문지인 베네주엘라에서는 현지무역관이 있어서 무역관을 통해 바이어 상담계획을 잡았다. 현재는 많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하여 경제가 좋지 않지만, 이 당시는 산유국의 일원으로 경제가 호황이어서 유럽에 있는 여성들이 취직하러 올 정도였다. 1985년도 방문시 바이어들과 상담을 하여 5만 달러 계약서를 체결할 수 있었다.
앞선 두 나라에서 뜻밖의 좋은 성과를 거둔 터라 다음 방문지인 스페인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모로코 영토에 있으나 스페인 점령지인CEUTA & MELILLA를 방문하여 1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
마지막 여정지로 스페인에서는 모로코의 상업도시 카사블랑카를 방문하여 유대인 거상을 만나 1 컨테이너, 약 8만 달러를 계약하였다. 30일 짧은 여정동안 33만 불의 섬유제품에 대한 납품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사실, 이 당시에는 중소기업의 시장개척이 매우 어려웠다. 왜냐하면 기존 선발 대기업들이 가장 수출액이 많은 7개 지역에 대해 신규업체들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는 틈새시장을 찾아 시장을 개척하여 오더(Order)를 받아야 하는 여정을 감내해야 했다.

 

무역인들 바이블 ‘일간 해외시장’ 아시나요
지금은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를 통해 세계의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사무실 PC에서 손쉽게 찾아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해외 산업동향이나 바이어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으며, 그정보 자체가 돈이고 비즈니스맨의 가치로 평가되던 때였다.
내 책상 책꽂이에는 아직도 그때 바이블처럼 활용했던 ‘해외시장(海外市場)’이란 일간지가 꽂혀 있다. 이 책으로 해외 섬유시장 동향을파악했고 국가별 바이어에 대한 정보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한 해외 세일즈 출장시 무역담당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자이기도 했다. 나는 해외 출장 때마다 출장지역의 무역관을 찾아가서 살다시피하였다. 그 지역의 무역업자들을 찾아 달라, 섬유수요업체의 현황들을 파악해 달라 등 섬유무역에 필요한 많은 도움들을 현지무역관 담당자로부터 도움을 받아 수출을 할 수 있었다.
무역을 준비하거나 현재 무역업을 하고 있는 분들은 한국무역협회와의 관계를 돈독히하고 가까이하는 것이 아주 좋을 것 같다. 현재는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으므로 관련 홈페이지를 찾아 무역정보들을 확인하고 메일을 신청하여 메일링 서비스를 받아 원하는 정보를 수시로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수출전문위원을 잘 활용하여 도움을 받으면 초보 수출기업으로서는 무역 성공의 길로 인도하여 주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무역에 성공하자면 외국어 필수
해외 출장시 사용했던 여권을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다. 간혹 그때를 상기하기 위해 많이 빛바랜 여권을 꺼내 넘기다보면 문화와 말이다른 그 많은 나라와 어떻게 무역거래를 할 수 있었을까 회상을 해보기도 한다.
무역업을 하는 사람은 해외 출장 시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 구사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 섬유 중계무역의 특수성 때문에 영어만 잘해서도 안 되는 지역이 있다. 서반어만 주로 사용하는 스페인, 칠레,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이다. 이곳과의 비즈니스를 위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중급 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도부터는 섬유 생산기지가 서서히 중국으로 옮겨가기 시작해서 중국에서 생산하여 제3국으로 수출하는 중계무역을 하였으며, 약15년에 걸쳐 1,000만 야드의 직물을 중계무역 방식으로 수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현재는 중급정도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기업 컨설팅에 열정 쏟고파
현재 내 나이는 고희(古稀)를 바라보고 있다. 소규모 무역으로부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동안 반평생 무역 인생길에서 난관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50여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생 중소기업 및 무역인들에게 먼저 난관을 극복한 선배 무역인으로서 노하우를 전해드리는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한 무역일꾼으로서 지금까지 일해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무역기술 10단, 섬유수출 10단, 영어 9단 정도의 실력을 갖춘 열정의 무역인으로서 무역협회와 함께 무역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새로운 장을 열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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