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저는 중국 사업할 때 광고법이 제일 무서운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저희 회사가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출시한 기능성 화장품이 있는데 중국 광고법 위반으로 15만 위안(약 2500만 원)의 벌금을 부과 당했습니다.”
국내에서 나름 지명도가 있는 화장품 회사 글로벌 사업팀장이 필자한테 한 말이다. 도대체 이 회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당신은 미백, 주름개선의 최상의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 온라인 매출확대를 위해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이 회사가 만든 광고문구이다. 바로 이 한 문장으로 인해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된 셈이다. 중국 광고법(2015년 9월 시행) 규정은 소비자를 오도할 수 있는 ’세계급‘, ’국가급‘, ’최고의‘, ’유일한‘, ’최상의‘, ’가장‘, ’더‘ 등의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표현들을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식품을 전문적으로 유통하는 한 기업의 경우도 회사 중국어 홈페이지에 ’가장 안전한 먹거리 식품‘ 이라는 문구를 게재했다가 벌금부과 등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신선가공식품의 경우 흔히 사용하게 되는 ’가장 안전한‘, ’최고의 품질’, ‘더 쫄깃쫄깃한’ 저염’ 등의 광고 표현들이 중국에서 모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과대광고 및 표현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중국 광고법에 의하면 만약 이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광고요금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광고요금의 산정이 불가능하거나 금액이 불합리하게 낮은 경우에는 20만 위안(3400만 원)이상 100만 위안(1억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 중국에서 식품, 영유아 제품, 화장품, 패션 등 소비재 유통 및 판매를 하고 있는 우리기업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할 중국에서 가장 무서운 법 중 하나일 것이다.
광고법과 함께 반드시 알아야 할 규정이 하나 더 있다. 2016년 9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이다. 광고법이 상위법이라면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은 하위법의 개념이다. 중국은 허위 및 과장 온라인광고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어 우리기업들이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중국 공상관리 및 시장감독관리 부서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상반기까지 인터넷광고 위반사례는 총 8104건으로 전년동기대비 64.2% 증가했고, 벌금금액만 1억 2000만 위안(약 204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이상 증가했다. 중국 인터넷 및 모바일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광고위반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광고법이나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뿐만 아니라 우리기업들을 잠재적으로 괴롭히는 또 다른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법과 규정을 악용하여 외국계 소비재 유통기업을 위협하는, 소비자 투서를 전문적으로 하는 파파라치 기업들(企业打假人)이다. 인터넷광고 위반사례의 50% 이상이 바로 이런 전문 파파라치 기업들에 의해 제보되고 신고된다. 이러한 전문 파파라치 기업들은 중국 광고법, 인터넷광고 잠정관리방법, 제품 라벨링 표시 규정, 식품안전법, 화장품 기술안전관리규범 등 관련 규정을 잘 모르는 외국계 소비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어 중국 공상행정관리 및 관련 해당부서에 투서하고 보상금을 받아 내거나 해당 외국계 기업들을 협박하여 합의금을 받아낸다.
과거에는 개인적인 소비자 투서 형태로 진행되었다면, 몇 년 전부터 점차 조직화, 기업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각 세부 업종별로 특화된 파파라치 기업형 소비자 투서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산 화장품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화(化)파라치 기업’, 외국산 신선가공식품만 골라 문제점을 찾아 10배 이상의 보상금을 받아내는 ‘식(食)파라치 기업’ 등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중국의 전문 식파라치 기업들은 중국 국가표준에 의한 성분명칭 표기, 한중양국간 성분 사용가능 확인, 포장지 표기성분 개수와 실질 번역된 중문 표기개수 비교 등의 문제점을 찾아내서 신고보상금을 받아 내거나 해당 외국계 기업들을 찾아가 합의금 요구한다. 대부분 외국계 식품기업들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염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주고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
국내 대표적인 라면 브랜드의 경우도 중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라면 표기성분 개수 문제로 중국 전문 파파라치 기업들의 투서에 의해 10배 보상을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라면에 솔빈산 칼륨이라는 일종의 ‘나트륨’ 성분이 들어가는데, 중국라면에서는 이 성분을 사용할 수가 없다.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문 라벨링이 부착되어야 하는데, 그 중문 라벨링을 제거하고 솔빈산 칼류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제 한국어로 성분 표기된 부분과 실제 중문 라벨링과의 차이점을 찾아내서 해당 기업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심지어는 고의적으로 식품 생산일자 삭제 후 배상을 요구하는 사례, 중문 라벨을 제거한 후 미부착했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어 국내 관련기업들의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중국 비즈니스는 합법적인 테두리 속에서 편법의 노하우가 생겨난다. 중국 비즈니스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끌고 가는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우리기업들이 변화하는 중국시장을 부단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현재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