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하는 것을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7월 30일 한국무역협회가 트레이트 타워에서 개최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베트남 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에서 손동희 레드썬(REDSUN) 이사는 “베트남 F&B 시장이 변하고 있다”며 이미 카페형 식당으로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들도 이제는 배달, 테이크아웃 등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레드썬은 연매출 2000억 원, 직원 6000명의 베트남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한식당, 일식당, 중식당, 태국식당 등 베트남 전역에 25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40~60%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베트남 내 관련 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업 중 하나다.
손 이사에 따르면 아직까지 베트남 내 대부분의 식당은 주로 60평대의 카페형 매장으로, 수십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등 인건비가 오르고 임대료가 상승함에 따라 이런 형태의 식당들은 점차 한계에 다다를 전망이다. 과거 한국에도 식당 안에 폭포와 물레방아가 있을 만큼 그 규모가 컸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외곽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그런 가게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베트남은 현재 한국의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또한 1990년대 말, 한국에는 아웃백, TGI Friday와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이 하나씩 생겨났다. 이런 곳에 가서 식사를 하는 것은 당시 하나의 유행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캐주얼 다이닝(dining)을 서양식이 이끌었다면, 베트남에서는 현재 한식이 이를 이끌고 있다.
손 이사는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조금 더 작게, 더 싸게 출시되는 제품들이 나올 것이고, 시장은 자연스럽게 아이템이나 가치의 경쟁이 아니라 가격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그런 조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 방향을 생각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전했다.
첫 번째는 바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실패할 위험이 가장 큰 방법이다. 두 번째는 지금 있는 브랜드를 ‘졸라매서’ 가격을 낮추는 것이다.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베트남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신뢰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브랜드 파워가 있는 식당에서 소비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마지막 세 번째, 브랜드가 새끼를 치는 방식으로, 그러나 똑같은 형태가 아니라 약간 다른 형태의 아이템을 만들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레드썬이 실제 런칭한 ‘킹 비비큐’ 같은 경우에도 이러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모바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간판은 없는 브랜드를 만들어 파일럿숍으로 검증받은 후, 반응이 좋으면 배달 전문 숍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손 이사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방식이 가능한 브랜드가 있다면 함께 협력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베트남은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이라고 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직영점이 90% 이상이다. 대략적으로 베트남에서 메이저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회사는 다섯 군데를 꼽을 수 있는데, 그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골든 게이트(Golden gate)’의 경우 운영하고 있는 20개 브랜드의 전 매장이 모두 직영점이다. 레드썬은 16개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으며 총 240여 개의 매장 중 200개 정도가 직영점이다. 나머지 브랜드들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베트남인들의 특성상 가맹점과 본사 사이에 근본적인 불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이 과연 본사가 정해놓은 규칙을 잘 지키고 따를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가맹점 입장에서는 ‘가맹비까지 냈는데 본사가 과연 프로모션, 마케팅 등에 있어서 직영점과 차별 없이 대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맹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다만, 이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가능한 것이 베트남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베트남의 지형적 특성 탓이다. S자로 긴 나라이기 때문에 전국에 가맹점을 둘 경우 각 가맹점들은 서로 너무 멀리 위치하게 된다. 따라서 슈퍼바이저들이 가맹점을 찾아다니면서 관리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회사가 여러 명의 슈퍼바이저를 키우고 그 사람들을 모두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지막으로 쇼핑몰에 입점한다고 할 경우, 쇼핑몰 MD는 개인에게 매장을 내주지 않는다. 내준다고 하더라도 창업비용이 베트남의 경제 수준에 비해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쇼핑몰 MD는 회사와 거래를 하고, 직영점이 입점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골든 게이트, 레드썬과 같은 회사의 브랜드는 점점 늘어나게 된다.
손 이사는 “아직 베트남 프랜차이즈 시장은 모든 것이 초기단계”라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계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레드썬은 향후 5년 동안 550개의 매장 수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직영점으로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그중 50% 이상을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으로 낼 계획”이라고 했다. 여기서 성과를 거둔다면 이를 따르는 회사들이 더 생겨날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설명회에 참가한 치킨브랜드 B사 관계자의 ‘향후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나 아이템이 따로 있느냐’는 질문에도 “맛있는 음식이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도 물론 좋겠지만 가맹사업을 하기 좋은 아이템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참가자 디저트브랜드 S사 관계자는 ‘하노이와 호치민 중 한국 브랜드를 새로 런칭한다면 어느 지역에 포커스를 맞춰 진출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손 이사는 “어떤 업종이고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초의 모델 숍을 만들고 그것을 가맹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호치민에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베트남에서 의미 있는 도시라고 하면 하노이, 호치민, 다낭, 하이퐁 정도가 떠오르는데 다낭을 중심으로 그 위에는 하노이가, 아래에는 호치민이 위치하고 있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인구는 약 2000만 명 정도다. 하노이와 호치민의 차이점을 살펴보자면, 하노이는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도시다. 정치적 권력을 하노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도시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도시 자체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에 반해 호치민은 경제 수준이 하노이에 비해 1.5배 정도 높으며,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창업 의지가 굉장히 높은 도시다. 또한 호치민은 교통 정체가 점점 심해짐에 따라 배달문화가 점점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그는 “한 가지 조언하자면 어디에서 시작하든 한국 회사가 최소한의 시장조사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파트너만을 믿고 ‘이렇게 하면 현지 소비자에게 먹힐 것’이라고 말하는 대로 따라가다간 문제가 생겨도 본사가 힘쓸 수 없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타깃 고객은 누가 될 것인지, 경쟁 제품은 무엇이 있는지, 고객들에게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매장운영, 테이크아웃 전문, 배달 전문 등), 어떤 사람에게 가맹점을 내 줄 것인지와 같은 최소한의 계획을 먼저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 치킨브랜드 N사 관계자는 “한국 내에서도 가맹점을 내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지에서는 어느 정도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것이 적당할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손 이사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굉장히 리스크가 크다”며 “투자금을 얼마 만에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든지, 운영을 잘 하면 매장을 하나 더 낼 수 있는 메리트를 주겠다든지 하는 조건들을 제시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고 대답했다.
베트남에서는 가맹점을 프랜차이즈라고 잘 부르지 않는다. 물론 부르는 사람도 있으나 주로 ‘인베스터(investor, 투자자)’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가맹점을 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회사로, 평균적으로 5~6개의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것이 보통이다. 손 이사는 “그런 분들이 괜찮은 브랜드가 있다면 하나 더 하는 것”이라며 “이런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을 투자의 의미로 보고, 수익률보다는 ‘멋이 나는지’, ‘규모가 되는지’, ‘투자금을 얼마 만에 회수할 수 있는지’ 등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계형 가맹주는 극히 드물다.
마지막으로 ‘홍보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한 참가자의 질문에 그는 “베트남은 한국, 중국에 비해 SNS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라며 “목적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활용해 제품 리뷰 형태로 홍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