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호의적인 조건 제시하면 거래에 ‘브레이크’ 걸어야
# A사는 주석 원료 수입업체로, 신용장 개설 의뢰인이다. B는 구매계약의 목적물을 선적도 하지 않고 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매입은행 C에게 매입을 의뢰했다. 위조 B/L로 선적을 통지하고 수출대금을 편취하려 시도한 것이다. C는 B로부터 관련된 선적 서류 등을 인수하면서 B에게 신용장 대금을 지급했다. 이어 개설은행 D에게 신용장대금지급을 청구했다. 이에 A는 가처분 가능성 및 그 요건에 대해 무역협회 무역실무분쟁대응상담위원 김범구 변호사에게 문의했다.
김 변호사는 “이 경우 매입은행 C와 개설은행 D는 B가 제출한 선적서류의 위조 내지 허위작성의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이 사건은 무역 사기에 잘 대응할 수 있던 사례”라고 말했다. 만약 실제로 개설은행이 상환의무를 이행할 당시 그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고 있었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매입은행이 ▷위조행위의 당사자로 관련돼있거나 ▷매입 당시 서류가 위조된 문서임을 알고 있었거나 ▷위조된 문서라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우, A사(신용장 개설 의뢰인)는 그 요건 등을 객관적으로 구비해 채무자 주소지의 지방법원에 신용장대금지급금지 가처분을 구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의 경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속하게 서류를 접수해 보증보험 1억 원의 증권납부를 조건으로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이 사건에서는 목적물이 선적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한국 및 현지 F/W와 선사 관계자들의 사실 확인증 등을 자료로 준비했다.
10월 7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Trade SOS 수출실적 활용 및 무역사기 대응 설명회’에서 김범구 변호사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우리 기업의 무역사기 대응·예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사례에서처럼 무역 사기를 당했다고 해서 대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응을 한다 한들 손해가 전혀 없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무역사기는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김 변호사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에 비유했다. 그는 “이때 사고가 나면 건넌 사람은 파란불에 건넜기 때문에 본인이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다친 건 어떻게 할 거냐”며 “설령 손해배상을 많이 받았다고 해도 상한 몸과 병원에서 누워있는 시간 등은 고스란히 손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려면 길에서 차가 선 걸 확실히 확인하고 건너야 하는 것처럼 무역사기를 예방하려면 거래 전 꼼꼼한 확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의 발표에 따르면 무역사기 예방은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얘기’기도 하다. 거래의 모든 과정을 치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상대방의 사업자등록증, 재무상황표 등 정보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때 사업자등록증이 있다고 해서 그 회사가 ‘튼실한 회사’라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규모가 큰 개인 기업도 있고, 한두 명으로 이뤄진 법인기업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Co. Ltd가 회사 이름에 붙어있다고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또, 근사한 홈페이지가 있다고 믿을만한 기업이라고 확신해서도 안 된다. 홈페이지 내 회사 조직도에 8~10개의 부서가 있다고 반드시 큰 규모의 업체라는 법도 없다. 실제로 베트남 같은 경우 한 사람이 4~5개의 직위·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김 변호사는 “이러한 단순한 회사 정보 확인은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당하려면 당한다”며 ‘우호적인 거래조건과 급한 거래’는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주문을 한다던가, 선금을 제안한다던가, 지식재산권 등록비용 등 각종 부수비용을 바이어가 내겠다고 하면 100% 무역사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니커즈를 만드는 A사에게는 이러한 연락이 왔었다. 한 켤레에 7000~8000원 정도 하는 신발을 첫 거래에 200만 달러어치 구매하겠단 것이다. 그리고 T/T로 거래액의 30%를 먼저 보내겠다며, 샘플 등록비와 통관비도 자신들이 부담하겠다고 전해왔다. 말도 안 되는 거래다. 김 변호사는 “특히 요새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라며 “이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하나라도 의심스럽다면 거래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거래가 조금 진행됐다면 송금증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말고 계좌 입금까지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바이어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메일 해킹은 서류위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일어나는 무역 사기 유형이다. 김 변호사는 “이메일 외의 다른 소통 창구가 많다”며 “해킹 위험이 적은 팩스를 사용하라”고 추천했다. 실제로 사무실에서 팩스를 다시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고도 덧붙였다.
이메일 해킹을 통해 일어나는 사기사건 중 가장 빈번한 것이 바로 계좌번호가 변경됐다며 다른 계좌로 송금하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결제 계좌는 계약서 작성 시 적어 넣고 만약 실제로 계좌번호가 변경된다면 계약서를 갱신하자고 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메일로 계좌번호 변경 통지를 받았을 경우, 담당자에게 반드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담당자나 은행이 바뀐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국에서 시차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도 15시간 정도 차이”라며 “오늘 그런 메일을 받았다면 내일 아침에 전화해서 확인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송금했다면 100% 돈을 보낸 기업의 잘못”이라고도 전했다.
만약 이럴 경우 경찰청은 ‘피해 발생 직후 경찰청에 신고하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신고가 별로 의미 없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법무부가 FBI에게 유사한 사건을 의뢰한 적이 있다. 피해 금액은 3억여 원이었다. 그러나 FBI는 피해 액수가 적어 협조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김 변호사는 “차라리 해외 파트너사에 손해를 나누자고 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제언했다. 법적으로는 채권자가 다시 돈을 달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상대 업체에게도 추가적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점을 이용해 ‘이번 손해를 나눠 부담하면 다음 거래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하겠다’고 협상하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또 하나의 유형은 바이어가 급하다며 B/L을 먼저 달라고 요구해오는 경우다. 김 변호사는 “아무리 급하다고 하더라도 입금 전에 B/L을 절대 먼저 주면 안 된다”며 “제품의 조기 선적도 절대로 해선 안 될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역 사기를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역보험 공사의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좋은 제도와 낮은 보험료에도 불구하고 활용률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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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정 기자 wtrade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