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3년 전까지만 해도 음력 설날이 되면 ATM기 앞에서 현금을 찾으려고 줄을 서는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는 광경을 목격하곤 했다. ATM은 은행 계좌로 입금된 봉급을 찾아가는 기계로 주로 사용했다. 당시에는 전자경제나 POS로 결제하지 않고 거의 모든 결제를 현금으로 처리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주말이 되면 전기요금 청구서 수금원이 집집이 문을 두드리며 현금으로 수금했다. 전기요금 이외에도 수도요금, 관리비, 인터넷 요금, TV 케이블 가입비, 수업료 등을 포함하여 온라인쇼핑에서도 상품을 먼저 배달하고 배달원이 현금으로 수금하는 COD(cash on delivery)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
개인 은행 계좌의 수는 2015년 6020만에서 2017년 6900만으로, 2019년 8월에는 8390만으로 증가했으며, 계좌를 보유한 성인의 비율은 2015년에 52%에서 2018년 63.7%로 증가했다. 정부의 현금 없는 결제 장려정책으로 2017년에는 전체 전기요금 매출의 87.57%가 은행 또는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수행되었다.
공공 서비스의 경우, 50개 은행이 가입하면서 디지털 결제도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세금 수입의 95%가 은행 송금을 통해 유입되고 99%의 기업이 세금을 온라인으로 납부한다.
2019년 3월 말 기준 베트남에는 1만8668개의 ATM이 있다. 2015년 1만6000개 수준에서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모바일뱅킹을 통한 자금 이체는 이미 ATM을 능가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019년 2분기에 인터넷 뱅킹 거래의 수는 2억 400만 건, 모바일뱅킹의 수는 1억700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6% 및 109.5% 증가했으며 거래 금액도 많이 늘어났다.
현재까지 베트남 중앙은행이 전자결제 라이선스를 허가한 서비스는 32개가 있으며 그중에서 28개는 금융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29개는 전자지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은행 계좌를 이용하거나 소액을 전자지갑으로 결제하는 이용자의 수는 급증하는 추세에 있다.
현지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인 모모(Momo) 전자지갑의 경우, 늘어나는 편의점에서부터 커피숍에 이르기까지 접객업소의 이용요금 결제를 비롯해 극장 예약, 전기 및 수도요금, 온라인쇼핑 결제 등을 비롯하여 100여 종류의 결제를 할 수 있으며 결제 가능한 포인트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 POS 사업자 넥스트페이(NextPay)는 베트남 전역에서 2023년까지 6만 개의 가맹점으로부터 30만 개의 수용 포인트로 시장 비중에서 50%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고객이 전자결제를 생활화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충성고객 관리 프로그램인 VinID는 최근 전자지갑 응용 프로그램인 몬페이(MonPay)를 인수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에 따르면 현지에는 2019년 3월 말 기준 26만1705개의 POS가 있다. 전자지갑의 활성화에 따라 금융솔루션 회사인 알렉스(Alliex)는 베트남 전역에 공유 POS를 60만 개 설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계 기업 소프트뱅크(Softbank)가 지원하는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Grab)은 베트남 사업에 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그 중심은 전자결제 분야라고 밝혔다. 전자지갑 Momo는 2019년 1월 미국의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에서 1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노무라 (Nomura)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2025년까지 7배 증가하여 109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베트남 전자지갑 모카 (Moca)와 그랩(Grab)이 파트너십을 포함한 구매자에게 전자지갑을 사용하면 최대 30%의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 회사에 근무하는 전문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품이 성숙하게 되면 소비자는 가장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따라 함께 이동하게 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나타나기 때문에 사용자 유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와텐센트가 중국에서 개척한 모델에 따르면 주요 결제 수단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네트워크에 묶고 충성고객을 유치하는 전략은 더 높은 마진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전자결제 서비스를 단순하게 기존 비즈니스의 부가기능으로만 사용하려는 전략에서 전자지갑을 주력사업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 추세이다.
특히,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기업의 제품은 대부분이 프리미엄 상품으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이용성향을 분석하고 활용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려면 전자결제 서비스를 도입하여 멤버십 포인트와 연계하는 충성고객 확보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김석운 베트남경제연구소장
(kswks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