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온라인 세미나 ‘코로나19 이후의 파손된 글로벌밸류체인(GVC) : 인도는 놓친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를 개최했다. 세계은행 등 주요 기관 전문가들이 참석한 세미나 주요 내용을 옮겼다.
① 아디탸 매토(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코로나19 사태로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의 주요 일원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공급망이 붕괴됐을 때 일본 본토에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일본에 많이 의존하던 자동차 엔진 등 주요 산업에 대한 공급망 변화는 뚜렷한 반면 일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에서는 공급망이 유지됐다. 이런 사례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많이 의존하는 산업일수록 더욱 안정된 공급망을 모색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인도도 이러한 공급망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인도는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많이 참여하고 있지만 기술 부족, 규제 등이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는 기초 제품 수출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지만 상황이 비슷한 다른 국가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고 제한적인 통상정책으로 인해 더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섬유, 방적 등에 대한 고관세 정책은 인도 의류시장에 해가 되고 있으며 다른 국가와의 자유 무역이 부족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 큰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서비스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 전염병 사태로 디지털 서비스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중국과 미국의 이 분야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도는 이 분야 투자를 통해 급격하게 커지는 수요에 맞춰야 한다.
② 프레마-찬드라 아수코랄라(호주국립대 교수)=통계를 보면 선진국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보다 자국 내 생산에 많은 의존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의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는 베트남(79.6%), 싱가포르(75.3%), 인도네시아(57.3%)보다 낮은 32.8%이며 비슷한 수준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2015년 인도의 세계 수출 비중은 2%로 중국(23.5%), 한국(3.4%) 등에 비해 낮았다.
2018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인도에 설립하고 약 5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지만 이런 고용 및 공장 규모는 경제수준이 비슷한 베트남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지난 2010년 삼성 스마트폰의 95%는 중국에서 만들어졌지만 2019년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모든 삼성 공장들이 중국을 떠났다. 이전한 대부분의 삼성 공장은 베트남으로 옮겨져 매년 1억2000만 개의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으며 약 15만 명이 고용되고 있다. 베트남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베트남에 비해 인건비가 높고 정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많은 인도는 해외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향후 인도가 해외 주요기업의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려면 이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책적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특히 보다 선제적인 정책을 통해 유수 기업을 유치하고 노동인구 교육 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③ 라나 하산(아시아개발은행 국장)=인도가 글로벌 공급망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도 내 생산을 더욱 키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프라를 개발하고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많은 전자제품이 항공으로 운송되고 있지만 인도는 항공 운송시설이 부족해 기업들은 제품 운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현재 인도 내 제조시설은 대기업이 아닌 소기업 또는 영세기업 중심인데 이런 소규모 시설에서는 기술 중심의 제조 및 생산이 불가능하다. 기술 제조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글로벌 기업은 인도의 인프라 부족, 규제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의 유치가 힘들 것이다. 특히 법질서의 불확실성, 신용시장 결함 등은 외국기업 유치에 큰 결림돌이다.
인도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인구에 대한 교육과 투자도 선행돼야 한다. 미국 내 노동자의 20~60%는 직장에서 교육을 진행해 기술 발전에 걸맞는 지속적인 노동력 창출이 가능하다. 인도는 이러한 점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