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서울대교수가 6월 17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진정성 마케팅의 중요성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영채 기자]
|
SNS로 정보 얻고 똑똑해진 소비자… 상술보다 ‘진정성’·‘소통’ 중요
“마케팅은 끝났다. 마케팅이 굉장히 부정적인 단어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마케팅을 다 알아버렸다.” 6월 17일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연단에 선 김상훈 서울대 교수는 기존 마케팅 방식의 종언을 선언하며 강연을 개시했다.
이날 제21회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은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렸다. 강연자들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으로 인해 변화한 마케팅 양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상훈 교수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기업의 광고를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변화의 배경에는 SNS가 있다.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제품에 대한 홍보성 정보를 얻고 구매 의사 결정을 했다. 이처럼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정보로 인해 잘못된 구매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SNS가 소비자에게 제품의 부정적인 정보를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이 광고를 불신하고 SNS상의 다른 소비자들을 신뢰하기에 SNS상에서의 점유율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왕이 아니다. 소비자는 전지한 신이 되었다”며 “고객이 모든 것을 안다는 전제 하에 마케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케팅 아닌 마케팅’이 성공의 비결 = 그는 진실한 스토리텔링이 진정성 마케팅의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진정성 마케팅에서는 “사람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며 “정보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한편으로는 오늘날을 ‘C2C 마케팅의 시대’로 규정하며, 상품에 대해 “고객이 이야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의 장점을 소비자가 스스로 발견하게 하고 흥분하게 하고 그들의 친구에게 이야기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진정성 마케팅에 대해 “진심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말고 진심의 단서를 보여줘야 한다”며 마케팅에서 힘을 빼라고 조언했다. 그는 “밀레니얼(2030세대)들은 빅브랜드를 싫어한다”며 “작지만 강한 브랜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는 겸손하고 정직한 브랜드의 구축이 오히려 환영받는다. 그는 일본의 무인양품, 미국의 브랜드리스, 우리나라의 노브랜드를 예로 들었다.
또 단점을 공개하는 고도의 마케팅 기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한스브링커 호텔은 숙박료가 싼 대신 시설이 열악하다는 부분을 솔직하게 광고로 표현해 SNS상에서 ‘성지’가 되고 오히려 이를 체험해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서 짚었다. 그는 “우리는 미래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답은 과거에 있다”며 창업주의 고유 스토리가 브랜드 가치에 전통, 원조, 독창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쇼메(Chaumet)’는 나폴레옹의 티아라를 만들게 된 에피소드로 인해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거듭난 바 있다.
김 교수는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브랜드가 사랑받는다”며 “마케팅에서 차별화는 제품이 아니라 정체성으로 한다. 거기서 공감과 브랜드 마케팅이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또 훌륭한 성능을 한 번에 이해시킬 수 있는 비주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유튜브에서 뜨면 전 세계에서 뜬다”며 신세대들이 글을 읽지 않고 영상 매체를 선호하는 것은 글은 속이기 쉽지만, 비주얼은 속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의식 있는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요즘은 사회적 어젠다를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 착한 회사는 브랜드가 아닌 소셜어젠다를 이야기한다”며 “돈을 버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진정성은 결코 전략이 아니다”라며 “진정성은 전략으로 접근했다가 걸리면 터진다”고 강조했다. 진심으로 사회적 가치에 대해 숙고하지 않고 마케팅 전략으로만 접근했다가 오히려 기만적인 상술로 소비자들에게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과거 KFC는 유방암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핑크리본 캠페인’을 시도했다가 치킨 속 트랜스지방이 유방암의 주원인임이 밝혀서 위선적 캠페인이라는 비난과 함께 불매운동에 처한 바 있다.
김경달 네오캡 대표가 6월 17일 서울 강남구 GS타워에서 열린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에서 ‘유튜브 마케팅’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김영채 기자]
|
●소비자와의 관계성·콘텐츠, 마케팅과 하나로 = 이어 ‘유튜브 마케팅’을 주제로 강연한 김경달 네오캡 대표는 “미디어는 인터넷 이전과 이후가 다르다”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신문의 광고비중이 급격하게 줄었고 인터넷 광고의 비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디어별 광고비 총량의 변화를 볼 때 모바일광고만 유일하게 성장했다고도 덧붙였다. 또 소셜미디어 광고의 성장 여지가 여전히 크다고 봤다. 사람들이 해당 매체에서 얼마나 많이 머무르느냐를 따졌을 때 이에 비례한 광고비는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적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유튜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유튜브가 모바일 시대에 포털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구글 다음의 검색엔진으로 유튜브가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표는 유튜브가 단순한 검색엔진과 달리 ‘소통’이 중요한 매체라는 점도 짚었다. 그는 “콘텐츠가 광고 안으로, 광고가 콘텐츠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며 유튜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것이 콘텐츠 마케팅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용자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관계를 메인으로 하다 보면 수익이 생겨난다”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스트리밍은 언제 어디서나 연결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오늘날을 ‘연결 역량이 중요한 시대’로 규정했다. 그는 “이제 어떤 브랜드든 이용자와 연결되지 않으면 접점이 없다”며 “내가 누구와 연결할 수 있느냐, 누구와 연결하지 않을 힘이 있느냐”는 네트워크 파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전과나눔 기업가정신 포럼]
도전과나눔(회장 이금룡)은 기업가정신 함양과 스타트업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운영되는 사단법인이다. 대한민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고, 전문가 집단의 멘토들이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멘토링 플랫폼을 운영한다. 1000명의 전문가 집단 멘토가 1만 개 기업을 멘토링하는 '천군만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8년 4월 19일 1차로 150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전과나눔에서 운영하는 ‘기업가정신 포럼(Why We Challenge?)’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산학연 각계의 전문가들을 초빙해 조찬, 강연, 토론 등을 통해 첨단의 지식과 성공 노하우를 공유하고 명사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업가정신의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2018년 7월에 처음 시작해 그동안 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 이승건 Toss 대표,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 기업가들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정동 대통령비서실 경제과학특별보좌관 등이 강연했다.
다음 기업가정신 포럼은 7월 22일 같은 장소에서 ‘세계로 비상하는 대한민국 스타트업’을 주제로 열리며 ▷‘20개 국에 서비스하고 있는 라디오계의 유튜버’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와 ‘화성에 농장 건설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팜 혁신가’ 김혜연 스마트팜 엔씽 대표가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