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패권경쟁은 1~2년 사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인해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시장 진출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역발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Made in China 제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져 가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Made in America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우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예전처럼 ‘한류’에 의존하는 접근방식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시장에서 Made in America의 빈자리를 Made in Korea가 메꾸기 위해서는 ‘차이벌라이제이션(Chibalization) 전략’이 필요하다. 차이벌라이제이션은 차이나(China)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합성어로 태생적으로 글로벌 마인드로 중국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벌라이제이션의 출발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하는 모바일 및 스마트 산업의 중국 ICT 기업들의 글로벌 성장전략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런 성장전략을 ‘차이벌라이제이션’이라고 명명했다.
우리가 아는 기존의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혹은 ‘Made for China’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은 글로벌 경영에서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현지 토착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세계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현지 국가의 기업이나 경영문화를 존중하며 현지에 맞는 전략을 실행하는 경영방식으로 선(先)글로벌, 후(後)중국시장을 말한다.
그러나 차이벌라이제이션은 중국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맞추어 전략적인 사업경영을 하는 것으로 선(先)중국, 후(後)글로벌 시장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DJI(大疆)의 민간 상업용 드론과 틱톡의 글로벌 선풍이다. DJI는 중국기업이지만 태생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타깃팅되어 탄생했다.
일반적으로 중국기업은 자국 시장에서 성공하고 선진국으로 나가는 방식이었지만, DJI는 처음부터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 시장진출과 동시에 자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이 사용한다는 중국 동영상 공유 앱인 '틱톡’도 중국에서 ‘더우인(抖音)’으로 시작되어 글로벌 버전인 틱톡으로 전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미국에만 3000만 명 이상의 틱톡 사용자가 있고, 국내에서도 셀렙을 중심으로 급격히 퍼져나가고 있다.
차이벌라이제이션은 크게 2가지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중국 공산당이 지향하는 미래방향에 사업의 초점을 맞추어서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향후 중국이 꿈꾸는 마스터플랜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러한 전제하에 중국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세계적인 제품과 기술로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이벌라이제이션은 중국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글로벌적인 컨셉과 마인드, 제품, 기술로 접근하되 경영방식 혹은 비즈니스 모델은 중국적인 관점에서 기업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막대한 14억 시장의 소비 및 금융, 전자상거래 등 데이터 확보를 위한 작업을 본격화해야 한다. 중국은 이미 데이터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고, 그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도 점차 구체화되는 추세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먼저 중국시장을 선점하고,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의 토대를 마련하는 구조이다. 만약 규모가 작거나 중국에 법인이 없는 기업이라면 차이벌라이제이션을 하고 있는 중국기업에 올라타야 한다.
결국 차이벌라이제이션은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면서 중국시장구조나 기능에 특수화하는 것으로 중국 사업의 글로벌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은 기존 선진기술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중국시장구조 및 기능을 특수화·분화시키면서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방식을 만들어 나가며 성장해 왔다. 이것을 단순히 ‘카피’, ‘모방’이라고 정의하는 것은 고루한 발상이다. 중국기업들이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차이벌라이제이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는 중국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바지 원단인 ‘데님’과 한자어 ‘젠(禪)’을 결합한 중저가 ‘데니즌(Denizen)’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2011년 7월 론칭했다. |
외국기업의 차이벌라이제이션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가 만든 청바지가 중국시장에서 성장하면서 다시 미국 등 기타 서방국가로 역진출해 성공한 사례이다.
사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초창기 중국 시장진출은 그다지 성공하지 못했다. 고가의 브랜드이지만 기타 핸드백, 쥬얼리 등와 같은 품목은 동서양인의 체형을 불문하고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패션의류는 해당 지역의 체형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 리바이스의 경우 회사의 브랜드만 믿고 진출했다가 초창기 결국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그때부터 지역마다 다른 중국인의 체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인 중국인의 체형이 상대적으로 엉덩이가 작고, 다리 길이도 짧다는 점에 착안해 중국시장에 맞는 청바지 제품을 연구했고, 브랜드 네이밍도 중국인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청바지 원단인 ‘데님’과 한자어 ‘젠(禪)’을 결합한 중저가 ‘데니즌(Denizen)’이라는 신규 브랜드를 2011년 7월 론칭했다.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브랜드를 시판한 것은 회사 창립 1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데니즌’ 브랜드는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와 동시에 성공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중국인을 위한 브랜드 ‘데니즌’이 미국에서도 성공한 대표적인 차이벌라이제이션의 사례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급격히 진화되고 있는 중국시장에서 향후 틱톡과 같이 차이벌라이제이션으로 성장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좀 더 들어가서 중국 ICT 기업을 봐야 하고, 그리고 올라타는 접근 노력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