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사는 한국의 의약품 제조업체 A사와 커미션 계약을 체결하고 인도의 한 업체로부터 의약품 원재료를 공급받기로 했다. H사는 중간에서 연락책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이미 A사로부터 커미션을 지급 받은 상태다. 그런데, 2020년 5월까지 의약품 원재료에 대한 선적을 하기로 한 인도 업체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락이 두절되었으며 물품선적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H사는 현 상황에서 자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한국무역협회 Trade SOS에 문의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12일 코로나19와 관련하여 팬데믹(세계대유행)을 선언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국가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이 점점 고조 되고 있다.
관련하여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인정하여 계약상의 책임으로부터 면책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률적인 논쟁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코로나19사태를 불가항력 상황으로 인지하고 계약의 불이행 책임으로부터 면책하는 인증서를 러시아상공회의소에서 발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중국 업체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소송을 하게 되면 현지 법원에서는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보고 적극적인 면책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중국법원에서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대해서도 불가항력으로 인정한 판례가 있으며,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코로나19 피해 업체들에게 계약불이행에 따른 면책을 인정하는 ‘불가항력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있다.
인도 역시 자국 기업들에게 동일한 증명서를 발급해 주고 있으므로 H사 입장에서는 원재료를 공급해주기로 한 인도 업체와 연락을 취하여 인도 업체가 계약불이행 책임으로부터 면책을 받고자 한다면 인도 상공회의소 등에서 불가항력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서류를 발급받아 H사에게 전달해 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이어 한국의 제조업체 A사에게 인도 업체로부터 받은 불가항력증명서를 전달해주면서 한국 제조업체와 인도 원재료 공급업체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H사가 인도 수출업자와 한국 수입자 사이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양측 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H사와 A사 사이에 체결된 커미션 계약서에서 H사의 의무가 인도의 제조업체를 소개하는 단계에서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면 인도 업체의 계약불이행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H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므로 H사의 적극적 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Trade SOS로부터 위와 같은 내용의 컨설팅을 받은 H사는 인도 업체와 연락하여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계약지체 이행에 따른 면책확인서를 요청한 상태이며, A사는 H사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례는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유발되는 계약불이행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를 불가항력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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