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서류 위조하고 대금지급·선적 안 해… 금품갈취·불법체류 위한 사기도
기업 정보·교신 내용 잘 살펴보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현지무역관 등에 확인
 
우리 기업을 상대로 무역사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후에는 대금회수 등 문제해결이 어려우므로 사전에 주의를 기울여 예방하려는 자세가 필수다.
 
KOTRA가 작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해외 현지무역관에 접수된 무역사기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지역별로는 동남아(21%), 중동(20%), 유럽(17%)에서 나라별로는 카타르, 태국, 터키, 중국에서 많은 무역사기가 발생했다.
 
카타르에서는 이슬람 종교부(Ministry of Endowments and Islamic Affairs, MEIA) 등 현지 정부기관을 사칭해 입찰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기 시도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태국, 터키, 중국에서는 결제사기, 선적불량 등의 사례가 다수 접수됐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비중은 낮지만 다양한 유형의 사기 사례가 접수됐다.
 
아프리카는 사기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7%로 비중이 줄었다. 이에 대해 KOTRA는 무역 사기 시도는 빈번하나 실제 금전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어 신고된 피해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소재한 기업과 거래할 때는 좀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고, 현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사기 유형이 정부기관 사칭 등 다소 과장된 수법이 많아 국내 업체가 비교적 쉽게 사기라고 인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KOTRA는 최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우리 기업 대상 무역사기 현황을 분석하고 대표사례를 공유함으로써 향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18/19 무역사기 발생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1년간 전 세계 KOTRA 해외무역관에 접수된 우리 기업 대상 무역사기는 총 82건으로 집계됐는데 실제 발생 건수는 그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물품을 받고도 대금을 주지 않는 결제 관련 무역사기가 전체 발생건수의 약 23%를 차지했으며, 이메일 무역사기가 20%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선적불량(16%), 금품갈취(11%), 서류위조(11%), 불법체류(1%)가 자주 발생하는 무역 사기 유형으로 나타났다.
 
◇결정적인 순간에 계좌번호 변경… 이메일 사기 = 이메일 사기는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개입하는 형태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발생한 무역사기 유형이다. 거래업체 간 주고받는 이메일을 오랫동안 지켜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계좌번호가 변경됐다며 대금을 중간에서 가로챈다. 특정 기업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범죄인 ‘스피어피싱(Spearphishing)의 한 종류로, 수법이 정교해 사기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규모나 바이어 소재국과 무관하게 어떤 기업이라도 타깃이 될 수 있다.
 
한국 기업 A사는 2018년 11월 수년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오던 거래처로부터 송금계좌가 싱가포르 은행에서 스웨덴 은행으로 변경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A사는 이에 별다른 의심 없이 2회에 걸쳐 변경된 계좌로 대금을 송금했다. 얼마 후 싱가포르 거래처와 통화하던 A사는 거래처가 계좌를 변경한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메일 무역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국내 은행에 급히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국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했다.
 
한국으로부터 송금취소 및 자금반환을 요청받은 중개은행 JP Morgan은 스웨덴 은행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미 스웨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자금반환은 불가능하다”는 전문을 받아 한국 측에 전달했다. A사는 송금한 돈을 해커가 인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보고서는 거래업체가 다른 계좌번호를 안내할 때는 유선이나 팩스 등 이메일 외의 교신수단을 이용해 재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특히 해외업체 소재지와 대금 수취은행 소재지가 서로 다를 경우 더욱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도 특약사항으로 거래조건이나 수취계좌 변경 시 양측에서 취해야 할 행동을 명문화할 경우, 이러한 사기에 당할 가능성을 1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설령 대금이 잘못 지급되더라도 어떤 행동절차를 취했는지 여부에 따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으며,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반반 분담하기로 한다면 양사가 모두 거래에 주의를 기울이게 돼 비교적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이메일로 거래업체와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는 비밀번호를 자주 변경하고 최신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이메일은 열람하지 않고 즉시 삭제하는 것이 좋다. 특히 첨부파일에 악성코드가 포함된 경우가 많으므로 확인되지 않은 첨부파일은 열어보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해커는 숫자·첨자 추가, 철자 변경 등 교묘하게 변경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므로 이메일 주소 또한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이미 잘못된 계좌번호로 송금했다면 가장 먼저 은행에 지급정지 요청을 해야 한다. 이메일 무역사기로 탈취한 대금은 중간지 은행을 경유해 최종 도착지로 입금되기 때문에 곧바로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급정지 요청 후에는 계좌 상세 내역이 포함된 송금 내역과 해커가 발송한 이메일 내용을 모두 취합해 사업장이 있는 관할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품 수령한 바이어의 결제 거부… 결제 사기 = 기간 내 가장 많이 접수된 사기 유형인 결제사기는 상품을 선적했으나 바이어가 대금을 고의로 지급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동남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자주 발생하며, 북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일어난다. 최초 거래기업뿐만 아니라 거래 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해오던 바이어가 영업상태 악화 등의 이유를 들며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기업 R사는 수단 소재 I사에 수년째 폴리우레탄 원료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초반에만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고, 2017년부터는 대금이 연체돼 미수금이 57만 달러에 달했다. R사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I사를 계속해서 설득했으나, I사는 그동안의 시세 변경을 주장하며 막대한 할인 및 분할 변제를 요구했다. 심지어는 R사의 이메일과 전화를 피하는 상황까지 돼버렸다. 피해를 접수한 하르툼 무역관은 I사를 직접 면담했으나, I사는 원하면 고소하라는 식으로 배짱을 부렸다. 결국 R사는 막대한 할인과 분할변제를 I사에 허용했으나, I사는 이마저도 일부만 이행하고 R사의 연락을 회피하고 있다.
 
◇송금했지만 계약 조건대로 선적하지 않는 선적 사기 =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업체에 송금했으나 상품을 보내지 않고 잠적하거나 불량품을 보내는 경우다. 아예 물품을 선적하지 않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동남아 업체와 거래할 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형이며, CIS, 중동, 유럽 등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상품을 선적하지도 않고 운송비, 로비자금, 과태료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추가로 갈취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기업 D사는 건강식품의 원료를 들여오기 위해 캄보디아 기업 A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A사는 해당 원료의 수요가 많아 시장 가격이 매일 오르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상품을 확보하기 위해 선금이 필요하다고 D사를 설득했다. D사는 결국 A사에 선금을 지급했고, A사는 제품 사진을 주기적으로 보내오며 D사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납품날짜를 수차례 미루다가 결국은 계약된 물량보다 적은 물량의 상품을 보내왔다. 심지어 한국에 도착한 상품은 식품 원료로는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의 불량품이었다. D사는 A사에게 항의했으나 A사는 적하반장으로 구매자인 D사가 의도적으로 ‘바꿔치기’했다고 우겼다. A사는 배상 및 기타 비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인근 국가로 자취를 감췄다.
 
결제 사기와 선적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거래 전 상대 해외업체의 실존 여부와 신용도 파악이 필수다. 보고서는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채널을 통해 거래기업의 신용도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 대표번호로 전화해 현재 교신 중인 담당자와 통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과도하게 좋은 거래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는 의심해야 한다. 일면식 없는 바이어가 대량 주문, 선금 제안 등 우호적인 거래조건을 제시하며 급하게 거래를 추진할 경우 무역사기일 확률이 높다.
 
신흥국과의 거래거나 대형 거래인 경우 안전장치를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 신흥국은 바이어의 지급능력이 낮고 변수가 많아 무역보험 가입이 권장되며, 규모가 큰 거래라면 물량을 나눠 진행하거나 담보 요구, 선금 비율 조정 등 결제 미이행에 대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첫 거래 시에는 L/C 거래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미 분쟁이 발생했다면 소송, 채권추심, 상사중재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로비자금, 수수료 등에 드는 돈을 보내라”는 금품 사기 = 사기업체가 주로 현지 정부기관 또는 에이전트를 사칭해 프로젝트 입찰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 로비자금, 변호사 수임료 등을 요구하는 형태다.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사기 유형으로, 국내기업들이 교신 중간에 무역사기임을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금전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
 
한국의 정수기 제조업체 A사는 가나의 K사로부터 정부 납품과 관련된 이메일을 받았다. K사는 A사가 정수기를 납품하려면 PPA Form과 Registration Requirement를 작성해야 한다고 안내하며, 계약 체결을 위한 변호사 비용 1만2000세디(약 250만 원)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가나업체의 진의가 의심스러웠던 A사는 아크라 무역관에 확인을 요청했다. 무역관이 가나 공공조달 정부기관인 PPA에 확인한 결과, 이 계약 요청 건은 허위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K사의 기업정보를 확인해보니 현지에 등록된 회사는 맞지만 담당자라고 메일을 보낸 사람과 동일한 직원이 없었고, 사기업체가 알려준 주소도 실제 주소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금품사기의 90% 이상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발생한다며 가나, 카타르, 베냉, 토고, 수단, 나이지리아 등의 국가와 거래할 때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메일에 변호사, 정부입찰, 공증과 관련된 수수료 또는 보증금을 언급하는 경우에도 우선 의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초기 이메일에 제품명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고 ‘당신의 제품(Your product)’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하거나, ‘Top Secret’, ‘Confidential’, ‘Urgent’와 같은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의심해야 한다.
 
◇가짜 서류로 납품 요구하고 운송비·제품 편취… 서류 위조사기 = 위조한 서류를 보내 거래기업을 안심시킨 후 운송비, 물품 등을 갈취하는 사기 유형이다. 주로 사업자등록증, 송금증, 인보이스 등을 위조한다. 동남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다른 사기 유형과 결합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월 한국 업체 Y사는 영국 S사로부터 구입주문서(P/O)를 받았다. 영국 S사는 HSBC 은행에서 발급받은 자금증명서를 첨부했으니 검토 후 보증신용장(Stand-by L/C)을 활용해 물건을 납품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기를 의심한 Y사는 런던무역관에 확인을 요청했다. 무역관은 영국 업체가 보낸 서류가 처음 보는 서류 형식인 점과 HSBC 같은 글로벌 은행이 이러한 양식의 확약을 해줄리 없다는 점을 들며 Y사에 S사와의 교신을 중단하도록 안내했다.
 
위조된 서류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인보이스 등 서류에 기재된 기업정보를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보고서는 특히 ▷기업명과 인보이스에 적힌 주소가 일치하는지 ▷전화번호가 해당 국가 내 지역번호와 일치하는지 ▷계좌번호 소재지가 거래기업 소재지와 다르진 않은지를 특히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문서를 확대해 일부 글꼴의 크기 및 유형이 다르진 않은지, 정부 로고나 날인을 합성한 티가 나진 않는지 등도 자세히 살펴야 한다.
 
◇“비자 초청장 마련해 달라”… 불법 체류가 목적인 사기 = 제품이나 공장을 확인하겠다며 국내 초청장을 요구한 후, 입국 후에 잠적하는 유형이다. 비중은 낮은 편이나 매년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사기 유형으로, 처음부터 바이어로 위장한 사기업체가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국내업체에 접근한다는 특징이 있다.
 
에티오피아 소재 A사는 한국 방문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주에티오피아 대한민국대사관을 방문했다. 대사관 영사과는 A사에게 한국 기업의 초청장이 없으면 비자 발급이 불가하다고 안내했다. 이에 A사는 거래의사가 있는 척하며 한국 업체 M사에게 접근해 발주 계획을 전달하고, 견적서를 요청했다. 그리고 A사 대표와 엔지니어가 직접 공장을 방문하고 싶다며 방한초청장 발급을 요구했다. A사의 진위여부를 의심하지 않았던 M사는 초청장을 발급해줬고, 바이어는 M사가 보내준 서류를 가지고 비자를 발급받았다. 이후 국내에 입국한 두 명은 모두 잠적했다.
 
위장취업, 난민신청 등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방한하고자 하는 위장 바이어들이 있기 때문에 초청장 발급 전 KOTRA 해외무역관 등을 통한 바이어 정보 확인은 필수다. 바이어가 이미 입국해 불법으로 체류 중인 경우 소재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불법 체류자 및 출입국사범 신고 대표번호는 1588-7191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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