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캄보디아에 입국했을 때가 생각난다.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나눠주던 출입국 및 세관 신고서만 작성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출입국 심사대의 무뚝뚝한 캄보디아인 관료들 앞에서 비자 문제로 한참이나 대기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래도 당시에는 단체입국이라서 우리들 중에 누군가가 열심히 상황을 정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후 10년이상이라는 경험치에도 불구하고 출입국 심사대에 서면 “쭘립쑤어”라고 온갖 공손을 다 떨어도 결국은 나도 이들의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라는 생각에 늘 긴장과 뭔지 모를 설움이 복받친다.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모든 외국인을 관리하는 법률인 ‘출입국 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외국인은 크게 비이민자, 이민자, 민간투자가로서의 이민자로 구분한다.
▲ 캄보디아의 공항이나 항구 및 국경에서 입국 시 발급받을 수 있는 관광 비자
비이민자 외국인은 공무 종사자, 학생, 단기 방문 사업가, 여행객, 접경지역 거주민, 정박 중인 선원이나 항공사 직원, 고기잡이 어민 등이 있다. 이들은 소속기관으로부터 발급받은 비자를 소지했거나, 방문 목적에 따라 적절한 증빙서류를 토대로 공항이나 항구에서 발급하는 단기 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필자는 처음에 한국 정부에서 파견한 봉사 단원에게 제공됐던 관용여권 덕분에 무비자로 입국했었고, 이후부터 대학원생일 때는 재학증명서, 대학교 교수진일 때는 재직증명서를 토대로 비자를 취득했었다.
이민자 외국인은 캄보디아에 입국하여 장기간 체류하며 농업, 무역, 부동산 및 기타의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외국인을 지칭한다. 이들은 일정규모의 저축한 돈과 재산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고, 건강 진단서, 근로계약서, 본국에서 발급된 범죄사실 증명서 등 각종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내무부로부터 이민자 외국인으로 결정되면 입국 후 48시간 내에 거주지 관할기관에 주민등록을 신청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
민간투자가로서의 이민자 외국인은 캄보디아왕국 투자법의 조항에 따라 투자를 행할 목적으로 입국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여기에는 사업 조사차 입국한 외국인(1년 거주 가능),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에서 투자 허가서를 취득한 외국인(장기 거주 가능)이 해당한다.
▲ 프놈펜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의 모습
제29조 이하의 처벌 조항에 따르면, 불법적인 입국은 3개월에서 6개월의 감옥형 및 추방에 처해지며 사용했던 물건은 불법적인 활동의 증거품으로서 국가가 몰수한다. 또한 거주지 관할기관에 전출입 미신고, 유효한 거주허가증 미소지, 여행금지구역 출입, 단기 체류기간 초과 시 최대 1백만 리엘의 벌금 부과를 규정했다. 그리고 외국인 거주자를 신고하지 않은 집주인도 최대 3만 리엘의 벌금을 부과하며, 외국인을 고용한 사업주 역시 캄보디아의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면 벌금형 및 감옥형에 처해진다고 규정했다.
이 법은 1994년8월26일에 국회에서 통과된 이래로 올해 1월에 캄보디아 정부는 처음으로 개정을 모색하고자 실무그룹을 조직했다고 밝혔다. 국가 경제의 큰 축인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거대 외국인 자본의 유입을 두 손 벌려 환영하는 캄보디아로서도 해마다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를 통제하고 관리의 미비점을 보완할 필요성이 상당기간 누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정을 통해 당연히 국가적인 실속을 챙겨야 하겠지만 동시에 외국인의 편의도 고려하면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개정안이 도출되어야 바람직할 것이다.
▲ 프놈펜 공항 검역관이 중국인 의료진의 체온을 검사하는 모습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지난 3월30일(월) 23:59부터 해외에서의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고자 캄보디아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한 달간 입국제한조치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관광 비자, 전자비자(e-Visa), 도착비자 발급은 중단됐고, 유효한 비자를 소지한 출국자나 한국의 캄보디아 대사관에서 발급한 비자 소지자는 ①출발시간 기준 72시간 이내 발급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와 ②5만불 이상 보상 가능한 건강보험가입 증명서가 있어야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다./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학과 이영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