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리 기업들에게 중국 비즈니스는 ‘연역적 접근’이 아닌 ‘귀납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한다. 그 이유는 최근 우리 사회가 중국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대부분 연역적 추론에 근거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 비즈니스 해서 돈 버는 기업 있나’, ‘중국 사업은 대부분 실패한다’ 등의 가설이나 선입견을 미리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중국 사업 실패사례 혹은 중국의 부정적 이슈가 보도되면 ‘그럴 줄 알았어, 원래 중국은 그런 나라거든’, ‘도저히 중국을 믿을 수가 없어, 중국 가서 사업하면 100% 망한다’ 등의 논리로 처음 설정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가설을 검증하는 형태의 전형적인 연역적 관찰 접근 방식을 취한다.
주지하다시피 연역적 추론은 미리 전제로부터 결론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는 방식으로, 경험이 아닌 순수한 사유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고, 귀납적 추론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찰하고 추론해서 결론을 도출하는 접근방법이다.
다시 말해, 연역적 중국시장 접근법은 인과 관계가 경험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논리적으로 추론하여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미리 도출하는 것이고, 귀납적 접근법은 중국시장 진출의 인과 관계를 경험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귀납적 중국시장 접근법을 좀 더 세분화하면 ‘완전 귀납적 접근’과 ‘불완전 귀납적 접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완전 귀납적 접근방식은 중국 사업 관련 정보 및 사례 등 수집된 각각의 콘텐츠 전부를 관찰하고 검토하여 내가 수집한 중국 사업 콘텐츠 범위 내에서만 결론을 유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불완전 귀납적 접근은 내가 수집하고 관찰한 중국사업 정보를 바탕으로 관찰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여 중국 사업에 대한 결론을 유추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귀납적 중국시장 접근법을 선택하되 가능한 완전 귀납적 접근방식으로 중국시장을 이해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지역의 방대함과 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내가 경험하고 축적한 중국 사업정보 및 진출사례의 콘텐츠들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능한 수집한 정보의 범위 안에서 중국 비즈니스를 관찰해야 한다. 내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모든 중국 비즈니스를 일반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완전 귀납적 중국시장 접근 노력과 함께 추가적으로 우리가 인식해야 할 이론적 접근법이 있다. 바로 ‘변증법적 경영 현지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우선 변증법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이해해 보자.
변증법은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엘레아학파의 제논에 의해 정립되어 소크라테스-플라톤-칸트를 지나며 진화·재정립되어 왔다. 옳은 듯하지만 사실은 잘못된 추론을 하거나 모순 또는 대립을 근본 원리로 하여 사물을 설명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증법적 사유방식이 현재 중국을 이해하는 핵심이고, 중국의 정치경제 사상을 관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개방과 통제시스템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고 하면서 중국에서 들리는 뉴스는 대부분 중국이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모순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다른 예를 들어 보자,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진행하면서 대두된 ‘중국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념이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어떻게 하나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중국은 이러한 중국식 자본주의(Red Capitalism)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1개의 중심과 2개의 기본점(一个中心, 两个基本点)’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1개 중심(一个中心)은 ‘경제발전’이고, 2개 기본점(两个基本点)은 ‘경제발전'을 위해서 취하는 2개의 기본적인 노선의 견지이다.
첫 번째 노선은 ’개혁개방‘이고, 두 번째는 4개 사상의 견지이다. 즉, ’사회주의 견지’, ‘무산계급(프롤레타리아) 민주독재 견지’, ‘중국공산당 영도 견지(공산당 일당체제)’, ‘마르크스레닌주의·마오쩌둥사상 견지’를 의미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개혁개방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폐쇄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는 4개 사상의 견지는 이해가 안 가기 마련이다. 2개의 기본점이 서로 상충되고 상호모순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모순되고 상반된 중국의 정치 거버넌스는 정·반·합(正·反·合)의 변증법적 상호보완 관계를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개혁개방(正)’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4개 사상의 견지(反)’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산당 중심의 강력한 정부리더십이 존재할 때 비로소 중국 상황에 맞는 ‘경제발전(合)’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반합’을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정(正)’은 기본적인 발전 방향성이고, ‘반(反)’은 ‘정’에 모순된 정책이다. ‘반’을 통해 ‘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유지할 것은 유지해 나가야 한 단계 발전하는 ‘합(合)’의 단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나아가 ‘합’ 또한 모순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합’은 다시 ‘정’이 되고 ‘정’을 견제하기 위해 또 ‘반’이 생기는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모순된 중국 특유의 변증법적 인식론을 이해해야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공산당에 의한 정치적인 리스크’가 크다는 식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서로 상충되고 반대되는 측면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중국 비즈니스는 기본에 충실하고(正), 반대로 생각하면서(反) 시장 접근을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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