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한미 협력관계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웨비나를 개최했는데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가 주요 참석자들의 발언을 정리했다.>
□ 웬디 커틀러(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부회장)=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이전 양국 교역관계는 서로 공유되는 지향점이 없어 다소 적대적이었으나 한미 FTA 체결은 양국 관계를 크게 발전시켰다. 협정 최초 서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여러 번에 걸친 재협상은 한미 FTA를 개선시켰다. 한미 FTA의 규모와 범위를 고려할 때 합의 이행에 대한 우려는 불가피하므로 재협상을 고려하기보다 무역협상 이외 수단과 방법을 통한 한미 경제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발표된 미 무역대표부(USTR)의 통상의제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국가들의 완벽한 합의 이행 및 집행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현 행정부는 중국을 비롯한 비시장 경제국가들이 국제통상 체제에 제기한 도전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다자적(multilateral)’이라는 단어 사용은 금기시되던 경향이 있었으나 현 행정부는 다자 협력을 통한 국제 현안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다자 협력에 있어 매우 중요한 국가이며 특히 디지털 경제, 비시장 경제국 대응,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과 같은 다양한 현안 해결을 위한 최적의 협력국이다.
얼마 전 캐서린 타이 USTR 대표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에서 관세 조치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 바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 동안 232조 및 301조에 근거한 추가 관세 조치는 시행되지 않을 전망이다.
□ 최석영(전 제네바 한국 UN 대표부 대사)=한미 FTA는 획기적인 협정으로 한미 관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을 뿐만 아니라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함께 양국 관계의 근간이 되고 있다. 한국의 관점에서 한미 FTA 협상을 추진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미국 시장 접근 확대, 국내 취약 산업 개혁 등이었다. 다만 양국은 한미 FTA가 다루지 않고 있는 디지털 경제 전환 등과 통상환경 변화를 고려한 보완을 추진해야 한다. 합의된 규칙과 동맹 간 협력에 기초한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 방향을 환영하며 특히 코로나19 대응, 지속 가능한 환경 발전, 노동 문제, 디지털 경제, 공급망 등과 관련해 한미 협력을 기대한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WTO 규범에 위배되는 철강 관세 및 쿼터 조치를 시행해 미국에 대한 동맹국의 신의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인 232조 및 301조 관세 등을 유지하고 있으며 비시장 경제, 불법 보조금, 기후변화 등 여러 정책 주제에 대한 상세 계획과 방향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미중 경쟁 최전선에 한국 역시 자리를 잡고 있으나 한국을 비롯한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의 강압적 행보에 맞서기에 역부족이다. 따라서 미-동맹국 간 협력이 강화돼 효과적인 중국 대응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 매튜 굿맨(CSIS 수석 부회장)=한미 FTA가 양국 관계의 훌륭한 토대라는 것에 동의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통제, 코로나19발 경제 혼란 완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목표 달성 이후 미국 경제 재건을 위한 미국 노동자 중심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 행정부의 기타 우선순위는 기후변화 대응 및 동맹관계 강화이며 특히 환경 및 기후 전문가들을 고위급 인사로 임명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영향력은 상당하므로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주요 동맹국 중 하나로 여길 것이다. 다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세계 10위, 동아시아 3위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한국인들은 자기 국가를 중견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불법 보조금, 강제 기술이전 같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해소라는 공유된 이익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여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패권 야욕 억제를 위해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강화 등을 모색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해 시장 자유화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한일 갈등은 한국의 CPTPP 참여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나 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한일 경제협력 및 한국의 CPTPP 참여는 필수적이다.
□ 빅터 차(CSIS 수석 연구원)=지난 2004년 말 미 국가안보이사회(NSC)는 동맹국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으며 당시 한미 경제관계는 군사관계와 비교해 견고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평가가 이루어졌던 시점에도 한국은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였으나 한미 동생은 군사 관계에 치중돼 있었다. 하지만 한미 FTA는 양국 경제 안보를 군사 안보만큼 중요한 수준으로 상향시켰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환경 및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므로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
매튜 굿맨 부회장이 앞서 언급했다시피 한국은 스스로 중견국 또는 국제체제를 따라가는 위치에 있다고 여기고 있으나 세계 GDP 순위 10위인 한국은 사실상 규칙 제정자다.
한국과 미국은 공급망의 탄력성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한미 FTA는 이를 위한 노력의 출발점이다.
김영채 weeklyctrade@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