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축적 FTA 노하우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제공 |
A사는 1991년 설립 후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자체기술로 냉온수기를 개발해 생산·판매했으며, 현재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전해수기 등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환경 가전제품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립초기부터 해외시장에 집중한 A사는 수출이 회사 매출의 60% 이상에 달한다. ODM(제조업자개발생산)에 이어 2007년에는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성공적으로 국내외 시장에 안착했으며, 기술연구소를 통해 독자 기술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여, 개발제품을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제54회 무역의 날에는 7000만 불 수출의 탑을 받았다.
수출기업답게 A사는 일찍부터 FTA의 효용을 인지하고 적극 활용해 왔다. 계기는 지난 2011년 7월 1일 발효한 한-EU(유럽연합) FTA였다. 유럽 지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던 A사는 바이어들로부터 한-EU FTA를 적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FTA 원산지증명서는 발급 주체에 따라 ‘기관발급제도’와 ‘자율발급제도’로 나뉘는데, 한-EU FTA는 자율발급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자율발급은 협정에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수출자가 자율적으로 해당 물품에 대한 원산지를 확인해 작성·서명한다. 한-EU FTA 원산지증명서의 발급 주체는 ‘인증수출자’ 또는 ‘전체 가격이 6000유로를 초과하지 않는 원산지 제품을 탁송하는 수출자’다.
한-EU FTA 품목별 인증수출자 취득
A사는 6000유로 초과 수출분에 대한 한-EU FTA 원산지 신고문안 작성을 위해 한-EU FTA 원산지 인증수출자번호 취득을 준비했다.
원산지인증수출자는 모든 협정과 모든 품목을 인증할 수 있는 ‘업체별 인증’과 인증 받은 협정별로 HS코드 6단위 품목을 인증할 수 있는 ‘품목별 인증’이 있다. 품목 수와 대응할 FTA가 많다면 업체별 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반면 품목별 인증은 획득 절차가 간소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처음 FTA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선호한다.
A사는 품목별 인증을 획득하기로 결정하고, 회사의 주요 수출품목인 정수기(WATER PURIFIER, 제8421.21호)와 냉온수기(WATER DISPENSER, 제8418.69호)에 대한 인증수출자 획득을 추진했다.
정수기의 EU 기본 수입관세는 1.7%, 냉온수기는 2.2%인데, 한-EU FTA 양허 품목에 포함되어 무관세 혜택을 받는다. 원산지 결정기준(PSR, Product Specific Rule)은 두 품목 모두 ▷모든 호(그 제품의 호는 제외한다)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해당물품의 생산에 사용된 모든 비원산지재료의 가격이 해당 물품의 공장도 가격의 50%를 초과하지 않은 것으로 이 가운데 한 가지를 충족하면 역내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건을 모두 충족한 A사는 2011년 11월 14일 두 품목에 대해 인증수출자를 취득, EU 소재 바이어에 수출할 때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줌으로써 관세율 특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첫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A사는 이어 필터(FILTER, 제8421.99호), 공기청정기(AIR PURIFIER, 제8421.39호), 전해수기(ELECTROLYZED WATER GENERATOR, 제8453.70호)에 대한 한-EU FTA와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FTA 원산지인증수출자를 취득했다. 나아가 한-호주 FTA, 한-칠레 FTA, 한-중 FTA, 한-터키 FTA, 한-베트남 FTA 등 다양한 FTA 협정을 활용해 수출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컨설팅 참여해 사후관리까지 만전
2018년 11월 A사는 ○○지역FTA활용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FTA 컨설팅 사업에 참여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FTA 업무를 종합적이자 체계적으로 정리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A사는 센터에서 배정한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아 원산지 인증수출자 취득, 원산지 판정 및 FTA 사후검증 대응 방안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컨설팅 진행 과정 중 리투아니아 세관으로부터 자국으로 수출한 제품에 대해 원산지검증 요청을 받았다. ‘원산지검증’은 협정관세 적용의 적정성 여부와 수출입물품의 원산지 확인을 위하여 국내 수입자, 국내 수출자, 생산자 및 체약상대국 수출자, 생산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 또는 확인하는 것을 말한다. 한-EU FTA는 간접검증 방식을 취하고 있다. A사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신속하고 적절히 대응해 무혐의 종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FTA를 준비하고 활용해 온 지 8년이 지났다. 이제 A사는 FTA 업무 프로세스를 한층 강화해 원산지관리에 있어서는 어떤 상황이라도 정확하고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임직원들의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코로나19 상황 속 수출 29% 증가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빛을 발했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교역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는 상황 속에서도 A사는 오히려 수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도전적 소비가 아닌 그동안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안전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바이어들도 마찬가지다. 기존 거래선 가운데 경쟁력 있는 품질과 가격을 제시해왔던 쪽을 우선 선호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품질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공급해 왔던 A사가 적격의 파트너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친환경과 위생을 강조한 제품 수요가 늘었는데, A사의 생산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했고, 정부의 주도와 국민의 헌신을 통해 증명한 K-방역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신뢰도도 상승했다.
이를 통해 A사는 2020년 1분기에 1600만 달러를 수출해 전년 같은 기간(1300만 달러)보다 29% 신장했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물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0%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산업이 코로나19로 인해 생산을 중단하고, 해상·항공 물류도 막히면서 모든 기업의 매출이 급감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무역이 회복되면서 A사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9년 A사는 총 수출액 6320만 달러 중 20% 이상인 1200만 달러에 대해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했고,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통해 34만 달러(한화 4억5900만 원)의 관세 절감 혜택을 받았다. FTA 활용을 바탕으로 수출국의 다변화가 이뤄져 칠레, 터키, 베트남 등의 수출이 증대되고 있으며, 2019년 355명이었던 임직원 수도 2020년 437명으로 늘어 82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
FTA 원산지 결정기준 충족을 위해서는 완제품을 구성하는 원재료 중 국내산 판정이 되어야 하는 원재료가 존재한다. 이에 해당 원재료 공급업체로부터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수취해야 하지만 원재료 공급업체가 원산지 판정을 진행할 능력이 없어 확인서를 수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이에 A사는 원산지 판정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대해 원산지 판정 방법 교육 및 FTA 국가지원사업을 안내해 자체적인 원산지 판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협력사가 자체적인 원산지 판정을 진행함에 따라 공급받는 원산지(포괄)확인서의 법적 효력을 신뢰할 수 있게 되고, 협력사의 FTA 활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원산지관리를 통해 협력사와의 소통이 늘어 서로 간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었던 것은 덤으로 얻은 효과였다.
위기에 “할 수 있다” 희망 메시지 전파
A사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고 있던 국내 수출업계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줬다. 이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20년 4월17일 A사를 직접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유명희 본부장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수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에서 수출금융 확대, 화상상담 등 비대면(Untact) 수출 지원체제 가동, ‘7대 유망상품’ 수출 패키지 지원 등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수출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면서 “수출기업은 앞으로도 FTA 활용을 극대화하여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증대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A사는 “해외고객과의 유대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FTA가 위기에서 큰 성과를 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수출 경쟁력 확보 및 수출확대를 위해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