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슈즈(Ugly shoes)’는 소위 ‘못생긴 신발’로, 아빠 신발처럼 투박하고 볼이 넓은 ‘드 스니커’, 두툼하고 투박한 굽이 달린 로퍼, 풍성한 털로 덮인 뚱뚱한 모양의 슬리퍼나 샌들 등이 있다. 미국에서 어글리 슈즈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작년부터 특히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과연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에서 어글리 슈즈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작년부터 특히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과연 그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사진은 국내 한 백화점에서 지난해 말 진행한 어글리슈즈 한정판 행사. [사진=롯데백화점/뉴시스 제공] |
★ ‘볼매’ 어글리 슈즈=멋있다거나 예쁘지도 않다. 그렇다고 날렵하고 세련되게 생기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어글리 슈즈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못생겼는데도 귀여운 동물을 떠올려보면 어글리 슈즈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글리 슈즈는 확실히 투박하고 못생겼지만 오히려 너무 완벽하지 않고 무언가 어긋난 듯한 외형이 색다르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또한 이러한 색다른 투박함은 다양한 패션 스타일에 의외로 잘 어울린다. 대부분 굽은 낮고 발 볼이 넓으며 퉁퉁한 디자인이 핵심이기에 착화감도 좋다.
어글리 슈즈 트렌드는 유명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과 컴포트 슈즈 브랜드 크록스의 콜라보레이션을 필두로 2016년 후반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이런 트렌드가 오래 지속될 것 같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발렌시아가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어글리 스타일의 슈즈를 선보이면서 트렌드 강화에 힘을 실었다. 이후 대표적인 양털 부츠 브랜드 어그, 나막신처럼 생긴 클로그 슈즈 브랜드 크록스, 코르크 밑창 슈즈로 잘 알려진 버켄스탁에 더해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스케처스 같은 운동화 브랜드들도 앞 다퉈 어글리 슈즈를 내놓으면서 업계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 팬데믹으로 더욱 사랑받다=미국 소매분야 전문 매체 리테일다이브는 작년부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어글리 슈즈의 인기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팬데믹의 대확산은 사람들을 집 안에 머물게 했고 따라서 재택근무나 가정학습 등의 실내활동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공식적이고 특별한 외출보다는 간단한 산책이나 장보기와 같은 필수적인 외출에 더 익숙해져갔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도 “실내생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딱딱한 밑창의 신발보다는 부드럽고 편한 밑창의 신발을, 하이힐보다는 낮은 굽의 신발을 선호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결국 사람들의 패션 소비생활에서도 단연 ‘편안함’과 ‘실용성’이 핵심이 됐다. 부담 없는 편안함과 어느 정도의 색다름까지 제공하는 어글리 슈즈가 팬데믹 시대 소비자 니즈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의 부츠와 슬리퍼 등으로 유명한 남부 캘리포니아 태생의 어그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인 텔파 클레멘스와 올해 콜라보레이션 계획을 발표해 패션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어그는 이와 함께 지난해 뉴욕에 첫 플래그십 매장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도 다양한 지역에 추가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리테일 다이브는 “팬데믹이라는 시기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어그는 매우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크록스 또한 어글리 슈즈 트렌드의 핵심으로 꼽힌다. 많은 패션기업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고전하고 있을 때 크록스는 ‘새로운 집콕 시대에 즐겨 찾는 편한 신발’이라는 시기적절한 콘셉트로 브랜드를 포지셔닝했고 이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리테일다이브에 따르면 크록스의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했고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35.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소매 및 도매 규모 또한 전년 대비 각각 16%와 12%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록스는 마케팅 전략이 탄탄하기로도 유명한데 저스틴 비버나 포스트 말론 같은 인기 셀럽과 합작해 선보이는 독창적인 제품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2019년 말 포스트 말론과의 4번째 콜라보는 출시 2시간 만에, 친근한 치킨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와의 작년 컬렉션은 무려 90초 만에 품절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독특한 유머 감각, 팝 문화에 대한 해석, 편안함과 실용성까지 두루 갖춘 크록스의 성장세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 우리 기업 시사점=코로나19가 여전히 위세를 떨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도 어글리 슈즈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미국 패션 매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특히 주목되는 어글리 슈즈 스타일로는 대드 슈즈(Dad shoes)와 어글리 스니커즈, 클로그, 어글리 샌들 등을 꼽을 수 있다. 발 볼이 매우 넓고 전체적으로 두툼하고 통통하게 생긴 대드 슈즈는 럭셔리에서 캐주얼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며 농구화 등의 스포츠 스니커즈 분야에서도 더 많은 어글리 스타일을 목격하게 될 전망이다. 밑창과 굽이 두꺼운 나무로 된 전통적인 클로그뿐만 아니라 크록스, 버켄스탁 같은 편안한 소재와 디자인의 클로그 또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투박하고 컬러풀한 샌들 디자인 역시 인기 예감이다.
로스앤젤레스 의류업계에 종사하는 패션디자이너 H 매니저는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기간에 집 안에서의 활동을 편안하게 해주는 라운지웨어나 잠시 장 보러 나갈 때도 손색이 없는 액티브웨어, 애슬레저 스타일의 패션 아이템들이 유례없는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라운지웨어와 애슬레저 룩에도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독특함과 편안함까지 갖춘 어글리 슈즈의 인기 또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팬데믹이 장기화할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편안함과 실용성이 급부상했다는 사실은 어글리 슈즈의 인기를 통해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이에 따라 더욱 독창적인 디자인과 편안함을 겸비한 아이템으로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KOTRA 로스앤젤레스 무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