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양한 조처가 내려지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이에 한국 드라마 등 한류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한류의 큰 고객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한식문화도 함께 전파되고 있는데,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인기를 끄는 한국 식품으로는 김, 김치, 떡볶이, 라면 등이 있다.
기존 인도네시아에는 김치와 비슷한 음식이 없었다. 한국인의 유입과 정착에 따라 한국인들을 위한 김치가 식당이나 반찬가게 등을 통해 판매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한류, 특히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김치의 매력에 빠지고 있다. 포장 김치의 등장으로 인도네시아로 수입되는 김치의 양과 종류도 확대되는 추세다. 몇 년 새 김치는 많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도 이뤄지고 있다.
2020년 한국은 인도네시아 포장채소(김치 포함) 수입국 3위를 차지했다. 부의 명암이 엇갈리는 팬데믹 기간이지만 수급조절과 건강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인도네시아의 포장채소 총 수입액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종교를 가져야 하며, 전 국민의 약 87%가 무슬림으로 할랄 규제가 적용된다. 할랄 규제란 비할랄제품과 할랄제품을 구분해서 팔아야 하는 등의 할랄과 관련한 다양한 규제를 의미한다. 할랄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상품에 알코올과 금기 동물의 성분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할랄인증을 받은 인도네시아에서 제조된 김치 브랜드는 Mugunghwa 김치, Ommason 김치, 그리고 Kimchi Mom 등이 있다.
인도네시아 할랄인증은 인도네시아 종교부 할랄상품보증국(BPJPH)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수입상품에도 할랄인증이 적용된다. 수입제품 할랄인증은 BPJPH 인도네시아와 협업한 할랄인증원(HCB)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다. 할랄인증원은 할랄인증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조언해주는 공인 컨설팅기관으로 보면 된다. 할랄 로고를 포장에 사용하려는 것인지, 제품 제조에 들어가는 재료 리스트를 파악하는 것인지 등 목적에 따라 인증원의 권한과 역할이 달라진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율법학자 평의회(Indonesian Ulama Council) 산하의 식약품관리사업처(Food, Drugs and Cosmetic Guidance Agency)가 인정한 할랄인증원 명부는 무이(MUI) 웹사이트(http://www.halalmui.org/)에서 볼 수 있다. 할랄인증 관련 기준은 국가마다 다르며, 한 번 정해진 내용이라도 변하는 경우가 있어 전문기관에 문의해서 확인해야 한다.
현지 김치업체 Koto 관계자는 “현재 인도네시아 김치 고객의 대다수는 한국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이슬람 여성”이라며 “인도네시아에서 이슬람계를 목표 고객으로 할 경우 할랄인증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할랄인증은 비이슬람에게도 다양한 이유로 영향을 미친다”며 “인도네시아 김치 생산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알고, 대부분의 생산자가 김치를 만들 때 비할랄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OTRA에 따르면 한류의 확산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에 도입된 김치 소비는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더 나아가서는 현지화돼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발효 식품 특성상 한 번 맛을 들이게 되면 지속해서 즐기게 되는데, 김치의 경우 몸에 좋다는 인식까지 가지고 있어 다른 식품군에 비해 더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김치를 직접 만들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어렵게 생각한다. 또, 정보 부족과 가격 문제로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정통 한국 김치의 양념 재료를 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한국산 포장 김치의 경우에도 중산층 이하의 인도네시아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따라서 자카르타 무역관은 “제조와 물류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절임배추 같은 재료는 인도네시아산을 활용하되, 양념은 한국산을 사용하는 ‘한국 김치 DIY 키트’ 형태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직접 김치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고, 스스로 취향에 맞게 맛과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면 확산이 더욱 용이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민유정 07yj28@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