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코로나19도 비켜간 명품시장

kimswed 2021.08.19 07:20 조회 수 : 360

코로나19로 베트남 경제도 타격을 입었지만 명품 시장은 예외다. 주 고객이 밀레니얼 세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명품업계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는 베트남 명품 시장을 알아보자.

◆ 베트남의 고소득자들=1986년 도이머이 개혁정책에 따라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베트남은 저소득 국가에서 중저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베트남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7배가 됐으며 2019년에는 2700달러에 달했다. 세계은행은 2019년 기준 베트남의 중산층이 전체 인구의 13%이며 2026년까지 이 비중이 2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8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에서 약 6000명의 부유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3분의 2는 40세 미만의 젊은 세대로 드러났다. 이들은 부유층을 ‘구매력을 가지고 명품과 프리미엄급 서비스를 폭넓게 향유하고 취득할 수 있는 계층’으로 정의했다. BCG는 2018년에는 베트남 인구의 5%만이 부유층으로 분류됐으나 2030년에는 16%가 부유층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나이트프랭크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는 총 2만5727명, 3000만 달러(한화 약 34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유층은 458명, 1억 달러(한화 약 1132억 원) 이상은 5명이었다. 나이트프랭크는 2024년까지 베트남의 백만장자는 4만2324명, 30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는 753명, 1억 달러 이상은 1명 증가한 6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호찌민, 하노이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호찌민과 하노이 양대 도시는 명품 소비가 다른 도시보다 뚜렷하다. 호찌민시 1군과 하노이 호안끼엠 군에 위치한 명품 매장들은 대형 유리로 된 쇼윈도에 신상품을 배치해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베트남에서 사랑받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베트남에서는 샤넬, 디올, 구찌 등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인기가 높았지만 예전에 비해 명품이 대중화되자 일부 부유층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알아볼 수 있도록 더욱 비싸고 독특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베트남의 밀레니얼 세대는 보수적이었던 기성세대보다 명품 소비에 적극적이며 이들 중 일부는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한정판, 독특함, 유명 인플루언서의 특정 명품 사용 유무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 코로나19에도 명품업계는 순풍=코로나19 상황에서도 베트남에 발을 들여놓은 하이패션 브랜드들은 대부분 기존 매장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일부는 매장을 확장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특정 명품을 갖고 싶으면 여행이나 출장 중에 싱가포르, 홍콩, 방콕, 유럽 또는 미국 등지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공식 명품 매장이 대부분 베트남에 들어왔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서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코로나19로 출입국이 제한되면서 고소득층의 소비가 국내에 집중돼 명품 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에는 루이비통과 크리스찬디올이 하노이의 심장부로 불리며 다양한 명품 매장이 위치한 하노이인터내셔널센터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확장 이전하기도 했다. 두 브랜드 모두 기존에는 명품 백화점으로 여겨지던 짱띠엔플라자에 입점해 있었다.

한편, 2020년 베트남의 명품 시장 규모는 2019년에 비해 5.8% 감소한 9억7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조사기업 스태티스타는 올해는 전년 대비 17.1% 성장한 11억4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하고 2025년까지 연평균 7.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베트남에서 인기가 높은 품목은 가방, 지갑, 벨트 등 가죽제품(29.4%)이고 의류(25.5%), 시계 및 귀금속(21.3%), 화장품 및 향수(20.1%), 안경과 선글라스(3.7%)가 뒤를 이었다. 프랭크나이트 관계자는 “부유층의 명품 구매 트렌드는 바뀔 수 있으나 이들이 소비를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유층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들은 할인이나 프로모션을 지양하고 매년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한다. 루이비통의 경우 대다수 제품의 가격을 5~10% 올렸지만 매출이 영향을 받지 않았다.

◆ 헨리족, 조나단 한 응우옌 그리고 롯데=소득은 높지만 아직 부자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을 ‘헨리족(High Earners, Not Rich Yet·HENRYs)’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고급 주택을 소유하고 값비싼 자동차를 타며 높은 연봉을 받지만 연봉의 대부분을 지출하고 저축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부자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자산가가 아닌 사람들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베트남의 명품 브랜드들은 관광객 의존도가 낮아지고 국내 고객의 매출이 오로는 경험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 브랜드들은 부유층을 위한 고가 제품보다 헨리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대중 명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헨리족이 주로 구매하는 브랜드 제품은 수백에서 수천 달러 범주에 있는 중저가 명품들이다.

베트남의 명품 브랜드 수입 및 유통 점유율 1위 기업은 IPP그룹이다. 1996년 조나단 한 응우옌이 설립한 IPP그룹은 대중 명품에서 프리미엄 명품에 이르기까지 베트남에 200여 개의 명품 브랜드를 공식 유통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70%나 된다. 이 회사는 또한 호찌민 떤선녓공항서비스합자회사(SASCO)와 식음료 자회사를 운영 중이다.

IPP그룹은 베트남에 세계 최대의 명품 하우스 중 하나인 루이비통-모엣샹동 헤네시(LVMH)의 모든 브랜드와 롤렉스, 발망, 버버리, 까르띠에, 살바토레 페라가모, 베르사체 등의 브랜드를 수입하고 대중 명품을 수입하는 자회사 ACFC를 설립해 폴로랄프로렌, 바나나리퍼블릭, 캘빈클라인, 리바이스, 타미힐피거 등을 들여오고 있다. IPP그룹 식음료 사업부는 빅보울, 버거킹, 도미노피자, 에스프레소투고, 게이샤스시, 파파이스를 운영하며 SASCO는 공항에서 비행을 제외한 물류 운송 및 요식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레스토랑과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그의 두 딸들은 시티마트를 창업해 슈퍼마켓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조나단 한 응우옌은 베트남의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 공항 서비스 관련 인프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9년 베트남 정부로부터 2급 노동훈장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 명품 유통의 2인자는 탐슨이다. 탐슨은 1994년 다국적기업인 오페나시아그룹의 자회사로 설립된 이래 뱅앤올룹슨, 오메가, 에르메스, 휴고 보스, 겐조, 쇼파드,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마제, 산드로, 바쉐론콘스탄틴, 피아제, 라리끄 등 총 17개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다. 탐슨은 2017년부터 프랑스의 유명 요트 기업인 베네토의 요트를 비롯해 라군과 몬테카를로 요트를 수입해 판매하기도 한다. IPP그룹에 비하면 수입하는 명품 브랜드의 숫자는 적지만 내실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IPP그룹과 차별성을 두고 있다. 또한 탐슨의 모기업인 오페나시아는 아우디 자동차, 이베코 트럭, 알바 생수를 유통하고 탐슨에서 수입하는 브랜드를 한군데에 모은백화점과 이 건물에 미슐렝 원스타 레스토랑인 프레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작년 12월 롯데면세점과 IPP그룹은 하노이 시내 면세점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롯데면세점 하노이 시내점은 짱띠엔플라자 6층에 1598평방미터 규모로 들어선다. 롯데는 이 면세점을 베트남 문화와 한류 콘텐츠를 접목한 공간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예정대로 올해 연말에 하노이 시내 면세점이 들어서면 이미 개점한 다낭 공항점, 나짱 깜란 공항점,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점과 조만간 문을 열 다낭 시내 면세점에 이어 베트남의 5번째 롯데면세점이 된다.

◆ 베트남 명품 유통기업에게 요구되는 조건=베트남 명품 시장에서 각각의 브랜드를 취합해 유통업체로 확장시키는 것은 공통된 과제다. 해외 명품 기업 본사들은 수입 및 유통업자의 자본력, 잠재력, 해외 브랜드와의 제휴 경험, 명품 유통 전문직원의 유무와 매장 위치를 총체적으로 분석해 유통업체를 선택한다.

명품업체들은 기존 판매처인 유럽과 미국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감소하자 동남아시아의 신흥 부자들을 눈 여겨 보고 있으며 베트남 잠재 부유층에게 효과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수입업자나 유통업자를 선호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기업은 많지 않다. 따라서 자금력과 해외사업 경험, 해외업체 제휴 이력을 바탕으로 베트남의 중심 상권을 선점한 IPP그룹이 명품 유통의 공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명품 브랜드가 입지를 선정할 때는 다양한 요건을 살펴본다. 먼저 구매력이 있는 잠재 고객들이 도보로 통행할 수 있으면서 주차가 쉬워야 한다. 그러나 하노이와 호찌민에서 고소득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요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중심 상권의 좋은 매장은 이미 다른 브랜드들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입점한 브랜드가 철수하거나 이전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은 베트남 진출을 원하지만 적당한 장소가 없어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 기업 시사점=베트남 인구의 67%는 사회공유망서비스(SNS)를 이용하고 명품 브랜드들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신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통 명품 브랜드들은 타깃 소비자를 설정하기 좋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잠재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코로나19로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들은 뉴욕, 파리, 밀라노 등지에서 열던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가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거나 가방을 착용하고 제품을 3차원이나 동영상으로 볼 수 있는 가상체험 온라인 마케팅이 더욱 인기를 끌 전망이다.

명품 소비자들은 그러나 온라인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고가의 명품을 온라인에서만 보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매우 드물다. 명품기업들도 온라인에서 경험한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소비욕구가 오프라인으로 이어져 소비자가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하기를 바란다. 따라서 베트남에서 명품 유통을 원하는 기업은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어, 영어 캠페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어로 번역한 콘텐츠를 타깃 고객에게 적용하는 것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매장 운영 기업인 세빌스 베트남의 한 관계자는 “하노이에 루이비통, 크리스챤디올 등 LVMH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오픈한 것은 해외 명품기업이 베트남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신호”라면서 “디지털 미디어에 민감하고 해외여행이나 유학 경험이 많은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SNS의 유명인을 통해 명품을 보고 실제 매장에 가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중산층 역시 명품 소비를 원하고 있어 이들의 소득이 증가한다면 중저가 명품 수요도 따라서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과거 베트남에 공식 수입된 명품은 세율 때문에 세계 다른 도시에 비해 10~15%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그러나 작년 8월 발효된 유럽-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베트남의 양대 명품 유통업체인 IPP그룹과 탐슨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파리나 런던의 가격과 동일하게 베트남 명품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만약 베트남이 유럽 현지와 비슷한 가격으로 내국인에게 명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베트남의 상류층은 물론 중고 소득자들까지 유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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