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수면연구회가 3월에 발표한 ‘중국 수면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불면증 발생률은 38.2%다. 대략 3억 명의 중국인이 불면을 포함해 수면시간 부족, 수면의 질 저하 같은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수면장애의 원인은 업무 스트레스, 정서적인 원인, 일상 스트레스, 개인 건강 문제 등이다.
징둥데이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19년 수면 문제 관련 온라인 문진량이 10배 증가했다. ‘수면시간이 부족하다’와 ‘업무와 휴식 시간이 불규칙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66%와 61%에 달하고 80.8%는 ‘수면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잠들지 못하는 중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수면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2015년 2354억 위안이던 수면경제 규모는 5년간 연평균 11.2%의 성장률을 보이며 2019년에는 3599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4,000억 위안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에는 5000억 위안을 돌파하는 등 빠른 속도의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30대에 접어들어 직장과 가정에서 주축 역할을 수행하는 90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는 수면 문제를 가장 빈번하게 겪는 세대다. 70허우(1970년 이후 출생자)가 신체기능 저하로 수면 문제를 겪는다면 90허우는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
CBN데이터와 세계 최대의 호텔체인 메리어트인터내셔널이 발간한 ‘2021년 90허우 수면현황 분석보고’에 따르면 90허우는 주말을 호텔에서 보내는 사람의 30%를 차지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호캉스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평일 동안 밀린 잠을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자기 위해서다. 이들을 ‘주말 잠 보충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메리어트 고급 호텔을 예약한 소비자의 40%는 90허우이며 이들 중 절반가량은 아침식사도 하지 않은 채 잠만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90허우의 62%는 ‘멜라토닌 젤리,스팀 안대, 베개 등 수면을 개선해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95허우(1995년 이후 출생자)도 수면경제의 주요 소비계층이다. 화징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수면 관련 상품 소비에서 공헌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25-29세’(29%), ‘18-24세’(24%), ‘30-34세’(21%) 순이었다.
수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중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징둥 빅데이터 보고서에 따르면 2017~19년 온라인 쇼핑몰의 수면경제 관련 브랜드와 판매자 수는 각각 연평균 32%와 65% 증가했다.
징둥에 따르면 수면 소비와 관련해 ‘300위안 이하의 작은 소품을 구입한다’고 응답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크지 않은 금액을 지출하면서 손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가장 컸다. 그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응답은 ‘효과만 있으면 가격과 무관하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구입하겠다’로, 수면 문제 개선을 위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징둥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수면을 위해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법은 편안한 침구를 구입하고 아늑한 침실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수면 및 건강에 도움이 되는 보양식 섭취, 수면을 돕는 기술제품이 뒤따랐다.
다쉐컨설팅에 따르면 중국 수면경제 시장은 크게 직접적으로 수면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제품, 건강보조식품, 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비중은 각각 70%와 20%, 10%다. 이 가운데 기술제품은 5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① 침구류=수면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중국인이 선택하는 방법은 편안한 침구류를 찾는 것이다.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이들은 수면의 질에 영향을 주는 제품으로 ‘베개’(79%), ‘매트리스’(75%), ‘이불’(59%)을 꼽았다. 좌식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 흔히 겪는 목, 허리, 어깨 통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인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제품은 베개로, 다쉐컨설팅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베개 관련 산업은 1162억 위안에서 1412억 위안으로 성장했다. 특히 개인의 목의 굴곡에 따라 가해지는 압력을 균일하게 분산하고 쉽게 원형을 되찾는 메모리폼 베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제품은 2015~19년 시장 규모가 67억 위안에서 117억 위안으로 증가했으며 전체 베개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에서 8.3%로 늘어났다. 인체공학을 고려해 물결형, 나비모양, 혀모양, B자모양 등 기존 베개에서 벗어난 새로운 모양의 베개와 음악 재생, 온열, 안마 등의 기능을 가진 베개도 출시되고 있다.
수면 문제 개선을 위해 중국인이 중시하는 또 다른 품목은 매트리스다. 2019년 매트리스 거래액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45억 위안이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스프링 매트리스보다 라텍스, 야자섬유 등 천연, 건강 소재로 만든 매트리스 판매량이 높은 편이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스마트홈 기술이 인기를 얻음에 따라 2014~18년 스마트 매트리스 산업은 6억3000만 위안에서 32억3000만 위안으로 급성장했다. 수면 자세에 맞추어 지탱 정도를 조절해주는 제품, 수면 습관 및 수면 환경 데이터를 클라우드 플랫폼에 저장하고 분석해 개인 맞춤형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제품 등이 있다. 학생이나 도시 거주 직장인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사람에게 적합한 상자에 들어가는 압축 매트리스, 청결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한 항균 매트리스 등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② 기술 디바이스=더 나은 수면 환경을 위한 기기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징둥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판매량이 많은 제품은 수면 팔목 밴드, 가정용 호흡기기, 가정용 수면 측정기, 백색소음기 그리고 스마트 수면 안경 등이다.
이들 기술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층은 기술 수용도가 비교적 높은 26~35세가 43%로 가장 많고 36~45세와 16~25세가 30%와 14%로 뒤를 이었다. 또한 1선 도시의 소비자의 비중이 가장 높지만 3~5선 도시 소비자의 비중도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③ 침실 소품=징둥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문제를 겪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소품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해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징둥 보고서에 따르면 족욕 파우더, 인센스, 수면용 이어폰, 소음 귀마개, 안대는 거래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드등, 수면용 스프레이, 안마기기 등 트렌디한 상품도 빠른 속도로 거래가 늘고 있다.
광둥성 소재 소비재 유통기업 D사 관계자는 “수면 문제 개선을 위해 젊은 세대들은 가격 부담이 적은 소품류를 이용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수면용 소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연령대는 26~35세가 55%로 가장 많고 36~45세, 16~25세가 24%와 11%로 그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직장인과 학생이 절반을 차지해 가성비가 상품 선택의 중요 기준이었다.
④ 수면 보조 식품=멜라토닌, 세사민 등 수면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 포함된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중국 소비자들이 찾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수면 보조 식품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2014년 112억1000만 위안에서 2018년에는 128억 위안까지 커졌다. 1~2선 도시에 거주하는 80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 90허우 소비자는 멜라토닌 보조제 구입빈도가 높은 반면, 중장년층은 허브제품을 선호했다. 일반적으로 수면 보조 식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70%는 멜라토닌 관련 제품, 30%는 허브 관련 제품이었다.
천연 보양차 수요도 커지고 있다. 징둥에 따르면 2019년 국화와 라벤더를 재료로 하는 안션차, 대추가 들어간 쏸자오런차 거래액은 전년 대비 384%와 259%가 각각 증가했다. 천연 보양식품 수요가 높은 지역은 2선, 4선, 3선 도시 순으로 주로 중소 도시에서 인기였고 1선 도시에서는 수요가 가장 낮았다.
⑤ 수면을 도와주는 앱=모바일 활용도가 높은 중국인들은 모바일 앱을 통해 수면 환경 및 습관을 개선하기도 한다. 헬스테크의 일환으로 수면 관련 앱은 백색소음, 자연의 소리를 재생해 긴장을 풀어주거나 잠꼬대를 녹음하고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수면습관을 분석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앱으로는 워니우쉐이미엔, 샤오쉐이미엔, 차오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