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비즈니스가 어려워 보이는 4가지 이유(2)
3배는 느린 시간, 윤회적 세계와 도덕관념
● 양치기 소년… = 인도 현지 우리 주재원들이 인도 프로젝트나 거래 관련, 자신의 처지를 빗대 자주 하는 말이다. 본국이나 본사에 약속했던 여러 사항이나 기한이 연기,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인도의 경제수도 서부 뭄바이항과 인도 제조업의 본산 북서부 구자라트주 아메다바드간 500 km 구간을 연결하는 인도 최초의 고속철 이슈가 뜨겁다. 인도의 산업, 교통지형을 바꿀 우리나라의 개발연대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국책 프로젝트다.
150억 달러 중 일본 JAICA(한국의 KOICA 같은 정부 산하조직)가 80% 정도를 지원하는데 2023년 완공을 목표했지만, 토지수용과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 겹쳐 현재 2028년 완공으로 크게 후퇴해 있다, 터널굴착 등에 여러 우리기업이 참여를 추진해 왔으나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2000년대 중반 인도 동부 오리사(Orissa)주에 추진된 포스코의 해외 최초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 무산은 지금도 회자되는 대인도 투자 리스크 사례다. 중앙 및 오리사 주정부의 승인과 토지 강제수용권은 수용 및 보상을 둘러싼 법적, 물리적 충돌과 인도 토종 철강사들의 방해 벽을 넘지 못했다.
포스코를 포함 이 프로젝트에 관여된 많은 우리기업과 기업인들이 조직 내외적으로 큰 피해를 본 바 있다. 이 사례는 현재 인도 남부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우리기업 참여에 있어 가장 큰 트라우마다.
인도로 제품을 수출하려면 인증, 허가, 원산지증명, 통관, 관세납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현지에서 기업을 설치 운영하는데도 등록, 노무, 조세, 금융, 인프라 등에서 그 복잡하고 실타래 같은 관료조직과 법, 관행을 뚫어야 한다.
그 속에서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 기업인과 본사 담당자의 속은 타들어 가기를 반복해 숯덩이가 되곤 한다. 부패산업이란 용어가 회자되고 전반적인 부패수준도 아시아에서 하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 곱하기 3, 내일은 어제와 같고, 모레는 그저께와 같아 = 필자가 인도 현지에서 근무할 때, 한국에서 현지로 출장 오거나 초기 투자를 위해 의견을 구하는 우리기업인들에게 대인도 비즈니스 관련, 기존 관행이나 마음속으로 생각하시는 기한에 ‘3을 곱하라’고 조언 드렸다. 본인 마음가짐도, 대본사 보고도 3을 곱하라 권했다.
사장님들에게는 직원들이 보고하는 기한에 3을 곱해 두고 늦어지더라도 질책을 말고, 빨리되면 격려를 해주라고 부탁드리곤 했다. 필자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신기하게도 인도와 관련돼 마음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일들 대부분이 실현되어 있었다.
불과 2만 명의 본토 영국인 공무원으로 이 큰 인도아대륙을 통치했던 대영제국의 통치시스템은 현 인도에도 이어지고 있다. 적어도 법적, 행정적 기반과 기록 및 보존 문화는 우리에 못지않은 것 같다.
힘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자기 영역이나 권한에 들어온 것에 대해 어떻게든 표시를 하려한다. 카스트 전통과 영국 지배가 이를 더한 것 아닌가 한다. 물론 많은 부분이 인도의 1인당 소득 2200달러와 우리의 3만 달러에서 기인한 차이, 또는 효율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아직 인도에는 덜 투영돼 있는 점 등이 원인일 것이다.
여기에 인도인의 독특한 시간관념을 더해야 한다. 인도의 대표 언어 힌디어는 내일과 어제(Kal), 모레와 그저께(Shabdkosh)는 같은 단어를 쓴다. 인도에 뿌리를 둔 힌두, 불교, 자이나교의 윤회적 세계관에서는 어제도 내일이고 모래도 그저께이다. 문맥의 전후관계를 보아서 확인을 해야 한다.
● 인도 학교에는 도덕이나 윤리 교육이 없다 = 일본과 싱가포르는 전체주의 국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어릴 때부터 주변과 공존하는 도덕 윤리 교육을 학교와 가정에서 반복해 주입한다. 우리나라와 중국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다. 그러나 세계 7대 종교 중 힌두교, 불교, 시크교, 자이나교를 배출한 종교의 나라로 다양성 속에서 공존을 추구해야 했던 인도에는 동양류의 도덕이나 사회윤리 교육이 학교 커리큘럼에 없다.
주변과 이웃에 폐를 끼치지 마라, 공중도덕을 지켜라와 같은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공통된 기준도 없고 역사 사회여건상 불가하다, 각 학교별로 특화된 종교교육을 통해, 집안 전통의 어르신 교육을 통해 각 집단 전래의 가치를 전해줄 뿐이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공중도덕이 약하고 주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인구밀도가 높아 경쟁이 극심하고, 그래서 말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다른 생각, 인종과 종교, 문화에서는 ‘모태 글로벌(Born To Global)’이고 수용적이다. 일반 인도인의 경우 굳이 국경을 넘지 않아도 태어난 순간부터 다른 피부색깔, 언어, 종교, 계층을 일상에서 접해야 한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이 공존, 공유하는 여백의 문화를 3000년 이상 다져왔다. 히말라야 산지에서 인도를 침공한 알렉산더 대왕 군대의 후손인 듯 눈 푸른 사람을 보게 되고 미얀마 인근 동북 미조람(Mizoram)에서는 유대교 제식 전통을 따르는 동양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급속히 개선되는 인도의 사업 환경 = 그러나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과 행정개혁, 기강확립 운동 등으로 인도의 행정 서비스도 급속히 개선되는 추세다. 1990년대 이중 삼중 청구 관행으로 전기세를 내고도 3~4년 치 영수증을 보관해야 했던 인도의 공공 전기 및 가스요금 납부시스템은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온라인 결제와 보관시스템으로 일반화되었다. 서부 뭄바이에서 도입된 싱크홀 신고 후 1일 이내 미 조치 시 Rs 500(약 8000원) 보상시스템 등 행정에 대한 주민통제 및 피드백 시스템도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지역별로도 큰 차이가 있다. 필자가 인도 남부에 위치한 타밀나두(Tamil Nadu, 현대자동차 및 협력기업이 진출해 있음)주에 출장을 갔을 때, 우리기업들로부터 그곳의 산업단지 관리를 담당하는 TIDC(Tamil Nadu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 대비 서부 뭄바이를 관할하는 MIDC(Maharashtra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의 업무관행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모디 13년의 주총리 기간 중 행정기강을 다잡은 구자라트주에 투자한 포스코 등 우리기업 대부분은 자신들이 겪은 MIDC와 달리 이곳에서는 공장설립, 인허가 관련 주정부나 구자라트 산업단지를 관장하는 공공기관 GIDC(Gujarat Industrial Development Corporation)에 뇌물을 제공한 기억이 없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비즈니스 하기 좋은 국가(Ease of Doing Business)’ 지표에서 2016년 인도는 130위였으나 2020년은 63위로 놀라운 개선을 보였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5위, 중국은 31위, 베트남은 70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