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사전준비 완료, 중국 시장 개척
P사는 2018년 1월 서울에서 생활용품 도소매 업종으로 창업 후 그해 하반기 액상 커피 추출 공장을 경기도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업종 역시 ‘커피제조업’으로 변경했다.
P사의 대표 제품은 국내 최초로 개발한 LTHP(저온 고압, Low Temperature High Pressure) 공법을 활용해 만든 인스턴트 커피다. LTHP 공법은 인스턴트 커피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반 커피에 버금가는 풍미와 맛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회사가 판매 중인 자가브랜드 제품은 콜드브루 특유의 부드럽고 독특한 풍미와 에스프레소의 깊고 진한 농도를 동시에 표현한 제품으로, 한 잔 당 카페인 함량을 일반 커피의 20~25% 수준인 약 54mg으로 낮추어 여러 잔을 마셔도 인체에 미치는 부담을 줄였다.
식품업체의 기본이 되는 HACCP(식품안전관리기준, 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부터 유기가공인증, FSSC(식품안전시스템, Food Safety System Certification), KOSHER(유대인 허용 식품), ISO 22000(식품안전경영시스템)등의 해외인증을 획득했다.
P사는 2019년부터 지역 테크노파크(TP)에서 진행하는 ‘성장형 기술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며 해당 제품에 대한 시제품 제작, 지식재산권 획득, 인증 획득 등을 지원받았고, ‘기술거래촉진 네트워크사업’을 통해 베트남 현지 수출 상담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베트남에 제품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전략국가 중국… 차이나데스크 노크
이러한 P사는 첫 수출로 맛본 성과를 지속해서 이어가기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결정했고, 전략 국가로 중국을 선택하면서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 차이나데스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차이나데스크 컨설팅에서 연간 매출액이 20억 원 이하의 소규모 업체는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P사는 컨설팅을 통해 자사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고 싶고, 이를 위해 수출입 업무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활용법 등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특히 제품의 원산지를 ‘역내산’으로 판정받아야 하는데, 담당직원은 FTA 경험이 부족해 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 직원이 6명뿐이라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관계로 무역 업무, 특히 FTA 활용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에 컨설턴트는 수출이 본격화할 때를 대비해 사전준비 차원에서 담당직원에 대한 교육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아직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었고,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수출하고, FTA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예정이라고 했으니 영업·마케팅 활동에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원산지를 ‘역내산’으로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진행했다.
컨설턴트는 먼저 제품의 원산지 조건을 확인했다. P사 제품은 원두를 수입한 후 이를 커피 추출물 가공품으로 제조한 것, 즉 ‘인스턴트 커피’다. 품목분류표상 인스턴트 커피는 2101.11호(추출물(extract)·에센스(essence) 또는 농축물을 기본 재료로 하거나 커피를 기본 재료로 한 조제품) ▷2101.12호(추출물(extract)·에센스(essence)·농축물을 기본 재료로 하거나 커피를 기본 재료로 한 조제품) 등 두 가지로 나뉘는데, 차이는 커피만 있는 것이냐, 크리머와 설탕 등이 포함된 것이냐로 구분한 것이다. 2101.11호는 전자, 2101.12호는 후자에 해당한다. P사가 수출을 희망하는 제품은 커피만을 기본 재료로 하므로 2101.11호에 해당한다.
2101.11호의 중국의 기본관세율(MFN)은 12%다. 양허유형은 ‘15’로 한-중 FTA 협정문에는 “당사국 양허표상의 단계별 양허유형 ‘15’로 규정된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는 이 협정의 발효일을 시작으로 1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15년 차 1월 1일부터 그 상품에 대하여 무관세가 적용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 기준 협정관세는 10.2%로 약 1.8%의 관세 절감 효과를 바이어 측에 제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2101.12호의 한-중 FTA 협정상 기준관세율은 30%이며, 기본관세율은 12%, 양허유형은 ‘20’이다, 한-중 FTA 협정문에는 “당사국 양허표상의 단계별 양허유형 ‘20’으로 규정된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는 이 협정의 발효일을 시작으로 20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20년 차 1월 1일부터 그 상품에 대하여 무관세가 적용된다”라고 명기했다. 이에 따라 2020년 5월 현재 관세율은 21%이다.
한-중 FTA 협정에 부합해 ‘역내산’ 판정
2101호의 원산지 결정기준은 ‘다른 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 즉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 Change of Tariff Heading)이다. P사의 인스턴트커피는 자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기 때문에 거래처에 요청해 얻은 원재료의 원산지소명서 등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BOM(소요부품 자재명세서, Bill of Material)와 품목분류 검토의견서 등을 토대로 원산지(포괄)확인서를 작성해 검토한 결과 한-중 FTA 협정에 부합해 ‘역내산’ 판정을 내렸다.
원산지 증빙서류 모두 구비를 완료했으나 직접 수출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는 발급하지 못했다. 이에 컨설턴트는 원산지증명서 발급방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증명서 대신 원산지관리 담당자가 바이어로부터 원산지 서류 발급을 요청받았을 때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한-중 FTA는 FTA 원산지증명서 기관발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준비서류는 ▷수출신고필증 또는 이에 갈음하는 서류(증명서 발급기관이 수출 사실 등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에는 제출 생략 가능 ▷송품장 또는 거래계약서 ▷원산지확인서 ▷원산지소명서 ▷원산지소명서를 입증할 수 있는 서류·정보 및 국내제조확인서(증명서 발급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해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로 한정) 등이다. 이 증빙서류를 갖춰서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UNI-PASS)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원산지증명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컨설턴트는 더 나아가 P사의 원산지를 포함한 FTA 업무 프로세스 구축을 도왔다. 앞으로 다양해질 제품 수에 맞춰 원재료의 기본 정보를 비롯한 품목분류 근거자료를 준비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비해 이번 기회에 원산지관리 시스템에 올려 원산지판정과 원산지증명서 발급 및 보관 과정, 원산지 사후검증 등 전과정을 교육해 수출기업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했다.
컨설턴트는 특히 중소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원산지 사후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준비할 것을 강조했다. ‘원산지 사후검증(Origin Verification)’은 FTA 수혜품목의 원산지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위반 시 제재를 조치하는 행정절차를 의미한다.
원산지 사후 검증에도 대비해야
FTA 체결국 간에는 양국을 원산지로 하는 물품에 대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관세 특혜를 부여하고 있으며, FTA 체약국 간의 거래에서만 특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원산지 사후검증을 시행한다. 제3국산 물품의 우회 수입 방지와 원산지조작을 통한 관세 탈루를 막기 위한 것으로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한 방법 및 조치들은 FTA 협정문과 국내법에서 정하고 있다.
FTA 상대국과의 수출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원산지 사후검증 빈도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의 체계적인 사후검증 대응 필요성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한-중 FTA에서 정한 원산지 사후검증 방식은 수입국 관세 당국은 수입자를 대상으로 서면 검증하거나, 수출국 관세 당국을 대상으로 간접검증을 요청할 수 있으며 수출국 관세 당국의 검증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방문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간접검증은 수입국으로부터 검증요청을 받으면 수출국 관세 당국은 조사를 수행하고 6개월 내 결과를 수입 관세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또한. 수입국은 검증결과를 접수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원산지판정 결과를 수출 관세 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직접검증, 즉 방문 조사는 수입국이 수출국에 방문 검증을 실시할 경우 검증 30일 이내에 수출국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며 수출국은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또한, 직접 방문 검증은 6개월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P사는 중국 수출을 위한 준비를 맞췄다. 중국 측 바이어가 P사의 제품을 수입하면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를 통해 1.8%의 관세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되어 현지에서 관세 실익만큼 수출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P사는 현재 로카 에스프레소 이외에도 다양한 콜드 커피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액상 커피 아이스크림과 커피 꿀, 커피 소스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는 한편, 이들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바이어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P사는 수출 마케팅을 통해 중국에 있는 바이어들에게 한-중 FTA 원산지증명서 발급 능력을 적극 알리는 마케팅 활동을 펼쳐나가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