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知彼知己)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업들은 할 일이 많다. 수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밖으로는 해외 시장조사부터 바이어 발굴까지 뛰어다녀야 하고, 안으로는 최상의 수출품 준비와 직원들의 무역실무 능력 향상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물론 이런 준비가 완벽하지 못하여도 수출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출을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제조와 무역을 겸하는 회사의 경우 안정적인 품질 유지를 위하여 생산 직원의 로열티나 관리자와 직원 간 원활한 소통 등 기업문화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어느 기업이든 거래 상대방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필자는 2000년에 중국 샤오싱(Shaoxing)에 인조피혁 제조공장을 현지법인 형태로 설립하여 운용했는데, 설립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자만심이었다. 1993년부터 중국을 드나들었던 필자가 중국을 잘 이해하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경영 환경에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가 피상적으로 알았던 중국에 관한 모든 것이 현실과 달랐고, 심지어 거꾸로 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언어적인 문제는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영어를 사용하여 경영을 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다. 
 
직원들과의 대화를 통역을 통해 한다는 것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2년이 지나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갑작스레 쏟아진 생산 불량과 높아진 직원들의 이직률이 그 시그널이었다. 회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이 늘어났고 불협화음은 지속됐다.
 
결국 문제가 무엇인지 하나하나 찾다보니,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소통이었다. 
 
현지 직원들과 소통을 위하여서는 회사 대표인 내가 중국어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부랴부랴 중국어를 공부를 시작했다. 약 5개월 후에는 중국어로 회의나 결제문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랬더니 회사도 차츰 안정을 찾게 되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들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소통을 위한 언어 습득은 단순한 일이었지만, 회사가 중환자가 되는 것을 막아줬다.
 
이후로는 중국에 관한 여러 공부를 부단히 했다. 
 
중국의 고전과 현대에 걸친 다방면의 독서는 중국인 친구들과 교류를 할 때 매우 중대한 역할을 하였다. 
 
필자는 그 당시 중국인들보다 중국을 더 많이 알아야 하겠다는 욕심까지 있었는데, 결국 그런 부분들이 현재까지 중국법인을 유지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세계에는 200여 개가 넘는 국가가 존재하는데 모두 다른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다. 
 
결국 상대국 시장 진출에 진출하려면 ‘이문화(Cross-Culture)’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인 것이다. 
 
옛날 중국에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말이 있었다. ‘하늘은 둥글고 대지는 네모났다’는 의미인데 서양의 천동설과 같은 논리의 기반이다. 
 
그 당시 중국인들은 세계에 자신들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알듯이 세상은 매우 넓고 네트워크로 연결이 되어 있다. 이러한 시대에서 살아가려면 글로벌 문화(상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중요하다.
 
상대 문화를 잘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있다. 
 
첫째, 독서다. 독서는 상대국가에 대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경제, 문학, 사회 등 다방면에 걸쳐 읽어 보고 이해를 하면 매우 유용할 뿐더러 실제 비즈니스 상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둘째,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다. 이것 또한 쉽지는 않지만 기회가 닿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하다.  중국인만 하더라도 한국에 체류하는 유학생이나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한 두 명 정도만 친구로 사귄다면 깊이 있는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여행을 활용하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을 하지 말고, 미리 체류할 지역에 대하여 책도 읽어 보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검색도 하고 나서 여행을 하면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출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출장지에 대하여 미리 준비하고 학습을 한다며 업무에 많은 도움도 되고, 바이어와 대화도 부드럽게 된다. 가능한 깊이 있는 공부가 선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얇은 지식은 문제를 파생할 수 있다. 
 
넷째, 피상적인 면을 보려고 하지 말고 내재되어 있는 문화의 핵심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인들의 내재된 문화는 유교(Confucianism), 아르헨티나는 마쵸이즘(Macho/Machoism)이듯이 상대방 국가의 문화적 핵심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한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다음 기회를 도모할 수 있다. 설령 비즈니스에 협상이 결렬되어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기존 거래가 중지되었더라도 서로의 상도의(商道義)를 다하는 것은 미래를 담보하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충분히 갖추며 이문화(Cross-Culture)를 이해한다면 문화 접변으로 인한 피로감과 좌절감을 줄일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오랜 기간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상대 문화를 존중을 한다면 손해를 보는 일이 없다는 것을 많은 경험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돌고 도는 것이 인생이지만, 상대에 대한 문화적 이해와 배려는 상대방이 당신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젠틀맨이 되느냐, 아니면 장사꾼이 되느냐는 당신에게 달린 문제다. 
 
에티오피아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바이어와 인연이 있어 결혼식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손님에 대한 환대가 대단했다. 그런데, 음식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들에게는 소를 잡아서 날고기를 먹는 문화가 있다. 파리들이 날고기에 달라붙어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필자도 같이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편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만의 소스(향신료)가 너무 강해 역겨움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바이어의 성의를 생각해서 억지로 날고기를 먹었다. 
 
그랬더니 이 모습을 본 다른 현지인들이 필자에게 많은 칭찬을 했다. 보통 외국인들은 입에 가까이하지도 못하는데 잘도 먹으니 좋아한 것 같다. 
 
결국 에티오피아 진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다만, 그 이후에는 구충제를 먹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여전히 날고기는 먹지 않지만 음식문화는 잘 배운 것 같고 좋은 경험과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필자의 방문을 축하하는 파티가 열렸다. 이제 친구가 된 바이어들과 함께. [사진=필자 제공]
이문화는 중남미에서도 많이 경험하게 된다. 
 
그 중 하나가 ‘볼키스’다. 
 
중남미 회사를 방문하거나 파티에 가면 서로의 볼에 키스를 하는 문화가 있는데,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고 힘들다. 
 
중남미에서는 보통 좌우 번갈아 3번의 볼키스를 하는데, 적절히 살짝 상대의 볼에 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인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 잘못하여 광대뼈로 상대방 얼굴에 부딪치면 매우 아프고 미안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 수년에 걸쳐 남미스타일 인사를 하다 보니 나름 잘 적응도 되고 요령도 생겼다. 
 
상대 문화를 이해하고 수용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아프리카 지역에 출장을 가면 좋은 인사법이 있다. 남성들 사이에서는 악수를 하면서 한쪽 어깨를 서로 부딪치는 것인데, 10여 년 이렇게 인사를 하다 보니 정겨운 인사법인 것 같다. 
 
단순하게 악수를 하는 것보다 가볍게 오른쪽 어깨로 상대방의 오른쪽을 부딪쳐 인사를 하면 한결 분위기가 좋아진다. 
 
그래서 필자는 중남미 바이어를 만나든, 한국에서 친한 지인들과 만나든 악수와 더불어 어깨를 부딪치며 동아프리카식 인사를 한다. 다들 반응이 좋다. 
 
좀 더 친밀한 바이어들은 이유 불문하고 격한 포옹을 한다. 한 번 이상 만났다면 중요한 바이어로 간주하고 시행해 보니 미팅할 때에도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 
 
미팅이 끝나거나 헤어질 때에도 다시 한 번 강력한(?) 포옹으로 이별을 달랜다. 
 
진실이건 위선이건 마음을 터놓고 신체에 부딪쳐 인사를 하다보면 좀 더 친밀해 진다는 것을 매번 자연스레 느낀다. 독자들도 과감히 시행하여 보았으면 한다.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고 친밀도를 높이는 제스처는 한 단계 진보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주)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에서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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