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비용 제로와 선택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가장 흔하게 질문을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지금 집을 사야 하느냐다.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제신문을 좋아하는 필자에 대한 예의로 하는 질문이 아닌가 싶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부동산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살 수도 없다. 금액이 적지 않고 만약 떨어진다면 원금손실에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바로 부자가 되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주저하고 타이밍을 놓친다.
나는 이런 철칙을 후배들에게 알려준다. 만약 현재 집을 한 채도 갖고 있지 않다면 사라. 왜냐하면 향후 부동산 가격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내리면? 당연히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채에 한해 확실한 설명은 기회비용을 생각하라는 것이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값이 오르면 배가 아플 것이다. 그리고 생활도 불안하고 낙담할 것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사라고 권하는 것이다.
집을 구매한 후에 값이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내 집을 소유하며 누리는 안정과 편안함으로 상쇄하면 된다. 물질적 손해와 정신적 이익이 겹쳐 실질 손해가 대폭 줄어든다는 의미다.
다만, 원금과 이자 부담에 대한 손실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대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되도록 금리가 낮은 제1금융권에 대한 대출로 제한하고 대출금리가 크게 높은 2금융권 대출은 총액에서 20∼30%로 제한할 것을 권한다. 최소한 이런 정도 자금조달 여건은 충족되어야 지금 집이 없다면 사라는 조언이 유효하다.
회사에 입사한 후에 석사와 박사 과정을 하면서 아침에는 외국어 학원도 다녔다. 아내는 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전권을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고마운 배려다. 퇴근 시간이 이른 것도 아닌데 공부를 하면 평일은 물론 주말에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애들과 놀아줄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아내의 허락과 별개로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석사를 해도, 박사를 해도 회사에서 임금 인상 등 직접적 이득은 없었다. 목표 달성 후에 갖는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것이다. 학업을 독려했던 은사는 해놓으면 나중에 다 쓸모가 있다고 독려했다. 최소한 죽어서 묘비명에 박사라고 쓸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해주었다.
결국 농담처럼 들었던 말이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었다. 외부 강의를 하거나 내부 직책을 맡을 때 박사학위가 전문가 행세를 하도록 만들어 주었다. 더불어 내게 공부하면서 생긴 책을 보는 습관은 애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공부하라고 말하기보다 부모가 책을 보는 모습이 더 없이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새벽에 학원에 다닐 때 왜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지 자문(自問)하는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일단 일어나 버스나 지하철은 타면 기분이 달라진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이 바로 깨진다. 발 디딜 틈 없는 버스도 발견된다. 지방으로 가는 첫차(고속버스)는 항상 만원이다. 새벽 학원 덕분에 해외연수를 가고 시야를 넓히는 행운도 얻었다.
뚜렷한 목적 없이도 누구에게나 일상생활은 선택의 연속이다. 여러 선택지를 비교하여 이익이 가장 큰 쪽을 택하면 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박사 공부와 새벽 어학수강 등은 명확하게 말해 비교의 영역이 아니다. 그 당시로서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은, ‘안하면 나에게 무슨 이익이 있을까’이다.
같은 이치로 이런 일을 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손해는 무엇인가를 점검해 보라. 조금 잠을 줄이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른바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 그럼 '스톱(Stop)'보다 '고(Go)'를 외쳐야 한다.
스님들은 ‘이판(절에서 수양하는 것)’과 ‘사판(절에서 살림하는 것)’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고졸자들은 진학과 취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흔하게 기회비용(포기한 다른 선택에 대한 가치)을 설명하면서 나오는 사례다. 우리가 살면서 하나를 선택한 경우 다른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대수롭지 않거나 거의 없다면 실행을 옮겨야 한다. 고민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 기회비용이 제로(Zero)에 가까우니.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