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가 경쟁력이다
 
최근에는 정년퇴임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필자 입사 초기만 해도 퇴사는 거의 정년퇴임을 의미했다. 
 
고용의 유연성이 낮은 우리의 현실에서 재취업은 쉽지 않다. 이것이 가능해도 월급 등 근무여건을 개선하여 전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두 번 직장을 옮기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 되어가고 있다. 
 
필자는 중국에서 7년 정도 살았는데 중국인들은 월급을 높이기 위해 자주 이직을 한다. 그래서 중국 직장인의 회사당 평균 재직기간은 30개월을 약간 넘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생직장보다 한두 번의 이직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더 없이 감사할 일은 오늘도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큰 문제인 상황에서 출근할 직장을 갖는다는 것은 작지 않은 축복인데, 입사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초심을 잃는다. 
 
축복이라는 생각보다는 다른 회사와 여러 가지 여건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감사와 기쁨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직장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업무에도 집중하지 못하면서 실력과 관계없이 뒤처진 직원으로 분류되어 버린다.
 
회사에 다닐 수 있다는 감사는 오래 유지되어야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좋은 사람일 수 없지만 그래도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고 감사로 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싫은 사람과 같은 프로젝트를 하게 된다면 사장님이 나를 크게 쓰시려고 단련시킨다고 최면을 걸 필요가 있다. 
 
필자가 오랫동안 모신 어느 선배는 항상 좋은 동료를 붙여주고 돈(월급)까지 준다고 월급날마다 감사의 표시를 주위 사람이 모두 듣도록 큰 소리로 이야기하곤 했다. 
 
오래 전 월급날에는 사무실에서 현금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월급을 받는다는 것이 실감 났을 것이다. 
 
필자는 30여 년 전 월급날에 급여명세서를 종이로 받은 적이 있다. 현금은 통장으로 들어갔지만 명세서 자체로도 현금을 받는 것과 비슷한 감격이 있었다. 
 
우리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하면서 자화자찬하는 선배도 본 적이 있다. 월급이 많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밀리지 않고 제때에 월급이 나온 것을 높이 산 것이다. 감사하니 회사 일도 즐겁게 대한 기억이 가득하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지인이 암에 걸려 병원을 다녀온 후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엄청난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얼굴이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신앙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비교대상을 변경하자 웃음이 절로 나왔다고 했다. 
 
병원에 가보니 자기 힘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고 한다. 자기가 걸어서 병원에 가고 서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 오늘 맑은 하늘을 주시니 감사하고 더불어 좋은 공기와 날씨를 주시니 더욱 감사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아프지 않을 때에는 별로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몸이 불편하게 되니 정상인 것이 얼마나 좋은 상태였는지 알게 되어 오히려 감사할 일은 지금이 더 많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지니 빠르게 건강도 회복되고 있다.
 
요즈음 지인들과 매일 감사 제목을 교환하고 있다. 적을 때는 하루에 5개이고, 많으면 15개를 쉽게 써내려간다. 그런데 처음에는 감사한 것을 5개 채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사에 감사가 꼬리를 문다. 
 
과거와 현재의 감사는 물론 미래에 희망사항을 담은 감사는 더욱 매력적이다. 선불을 받아 감사하니 그동안 과거와 현재에만 의존했던 감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억지로 감사 제목으로 올려놓으면 그 내용이 실제로 감사할 수준의 결실로 다가온다. 
 
사소한 일로 아들과 목소리를 높였지만 나중에 보니 이것도 감사제목이다. 아들이 아빠를 믿었고 살갑게 생각했으니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더 대화해야겠다는 느낌표를 덤으로 받았다. 
 
감사는 환경이 아니고, 더구나 조건은 더욱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 스스로 꺼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족은 물론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감사는 삶의 원동력이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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