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내 중국과 일본의 각축장, 동북 ‘7 Sisters’
●인도의 고민과 두통거리, 동북의 ‘닭 모가지(Chicken Neck)’ = 인도 북동부 웨스트 벵갈(West Bengal)주는 이스트 벵갈(East Bengal, 방글레데시)과 종교(East는 이슬람, West는 힌디)만 다를 뿐 같은 벵갈족의 땅이다.
이스트 벵갈은 종교를 이유로 1947년 파키스탄의 일부인 동파키스탄으로 분리 독립되었지만, 아리안 위주의 서파키스탄과는 인종, 문화적 차이가 커 1971년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독립 시의 무력 지원 등 인도는 그동안 방글라데시에 각별한 지원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네팔, 부탄, 시킴(Sikkim), 그리고 방글라데시 등 이 지역 국가에 드리우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고 동북 인도 7개 주의 사활을 방글라데시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와 네팔 사이에 낀 폭 23㎞에 불과한 실리구리 회랑(Silliguri Corridor)이 그곳이다.
동북의 ‘닭 모가지(Chicken Neck)’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만약 주변의 어느 국가, 세력이든 이곳을 장악하면 인도에겐 골칫거리가 된다.
특히 중국이 이곳을 통제한다면 차(tea) 산지로 유명한 북부 시킴주의 다르질링(Darjeeling)도, 해발 8586m로 세계에서 3번째 높은 칸첸중가(Kanchenjunga) 산도, 면적 26만㎢에 5000만 인구가 사는 북동부 7개 주도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산악지대가 주로 중국이 자기 땅이라고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7 Sister’ 중 가장 큰 아루나찰 프라데쉬(Arunachal Pradesh ; Pradesh는 주, 국가란 뜻)에 인도 본토인이 출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곳 동북 주, 그리고 중국과 붙어 있어 인도 정부의 각별한 지원을 받고 있는 시킴을 포함한 동북 8개주는 동양계가 주류로 인종, 민족, 언어면에서 서북 인도와는 딴판이다.
동북 7주의 한가운데에는 히말라야 북쪽 사면을 티벳 땅을 돌고 돌아 아루나찰주를 거쳐 주 가운데를 관통하는 부라마푸트라(Brahmaputra) 강 주변으로 세계적인 차 산지이자 연 1만mm 이상의 강우량으로 유명한 아쌈(Assam)주가 있다.
동북 7개주 5000만 인구 가운데 3000만 명 이상이 아쌈에 살고, 다른 6개주는 인구 200만~400만 명 규모다. 이 아쌈주를 제외하면 동쪽으로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나가랜드(Nagaland), 2차 세계대전 시 일본군의 임팔(Impal) 참패로 유명한 마니푸르(Manipur)주와 미조람(Mizoram)주, 그리고 남쪽으로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메가라야(Meghalaya) 및 트리푸라(Tripura) 대부분이 해발 1000m 전후의 고산, 구릉지역이다.
7 Sister로 불리지만 각 주별 인종, 언어구성, 지형 등에서도 차이가 크고, 특히 기독교 인구 비중이 평균 20%(인도 전체는 1%)에 달하고, 메가라야주 등 일부 주는 기독교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동양계 위주의 인구 분포에도 주변 미얀마나 중국, 티벳 쪽에 붙지 않고 인종,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인도로 편입된 이유는 무엇인가?
기원전부터 이곳 여러 지역에 독립 왕조들이 거쳐 갔다. 여러 종족이 흩어져 힘이 부치고, 이웃 버마 등과는 끔직한 유혈 충돌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민주 인도정부의 회유와 압박이 더해져 독립 인도 잔류를 택했다.
대부분 1972년 전후 인종, 언어에 기반을 둔 7개주로 분리되었고 부탄 왕국과 달리 인도로의 귀속을 택한 시킴 왕가에 대해 인도 정부가 각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는 초입의 시킴주를 더해 이곳 8개 지역을 동북 인도라 부른다.
[인도 동북지역 지도]
●모디 정부들어 집중 지원, 일본 20억 달러 ODA 지원, 중국 국경분쟁 = 2021년 기준 인도의 1인당 GDP는 2200달러이지만 아쌈, 메가라야, 마니푸르주의 평균소득은 1400달러 이하다.
인도 28개 주 가운데 이곳 동북 6개주가 평균 국민소득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도 농업, 식품가공, 산림 등 매우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고 도로, 철도 등 인프라는 물론 교육, 보건 등 사회적 기반시설도 인도 내 여타지역보다 취약하다.
지리적 고립, 동양계 위주의 인종 구성과 산악지형, 복잡한 종족, 중앙정부의 무관심이 근인이다.
미얀마와 접경을 두고 있는 3개 주의 분리, 독립반군 세력도 북서부 카시미르 지역과 함께 인도의 2대 반군, 독립세력 지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2014년 모디 정부의 출범 이후 이곳의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중앙정부의 지원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모디 신정부가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을 표방,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외교 최우선순위로 설정함에 따라 그 길목에 위치해 있는 이 지역에서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으로부터 주민들을 분리시키고 달랠 필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모디 정부는 그동안 이 지역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인프라, 특히 도로 확장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고, 농업, 식품가공, 섬유, 제약 등 이 지역 여건에 부합한 전략 산업 지원과 기반투자를 급속히 확대시키고 있다.
이 지역에 대한 일본의 투자와 관심은 각별하다. 인종적 친밀감, 중국 견제 필요성,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시의 뼈아픈 임팔 참패 기억이 각인된 지역으로, 2017년 이후 일본은 JICA(Japan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를 통해 인프라, 산림개발, 교육 등에 2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이 동북 7개주에 집중 투자, 지원하고 있다.
●인도 내 한류 바람의 본거지, 무주공산 지역… 전략적 ODA 지원 확대해야 = 이곳 동북 7주는 도로 등 인프라가 뒤쳐져 있지만 기본적으로 ‘힐 스테이션(Hill Station)’ 지역으로 해발 1000m 내외의 고산지대가 가져다주는 맑은 공기와 푸르른 산, 아리안계, 또는 드라비다와 같은 인도 본토 사람들과는 다른 느낌의 친근한 동색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인도 전역에서 한류 확산세가 뜨겁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개화된 K-팝, K-드라마, 한국어 등 한류 열풍은 인도 내 여타 지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뜨거웠다.
필자의 방문경험과 우리기업 전언에 따르면 주 총리를 비롯, 주정부 공무원들도 자치행정 원칙에 따라 대부분 해당지역 주민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고, 산업 및 인프라 개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매우 높다.
일본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시 이곳에서의 약탈과 안 좋은 여러 기억으로 일본에 대해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기류가 퍼져 있다. 이러한 현지 특성에 기반을 두고 이곳을 공략하려는 우리기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십여 년 이상 주정부와 쌓아 온 신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메갈라야주 시범사업을 통해 정착시킨 도시 쓰레기 연료화 프로젝트를 동북 여타 주로 확산시키는 단계에 있는 우리기업도 있고, 히말라야 고산에 약초 공장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기업도 있다.
동북 7개주는 14억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한 기반이라는 입소문이 우리 가요계에 퍼져 있는데 2019년 봄 코로나19 직전 메갈라야 주도 쉴롱(Shillong)에서 개최된 한류 신인 장한별의 현지 공연에서 2만 명이 넘는 열성팬이 밤을 지새운 바 있다.
파키스탄과 달리 방글라데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 정부도 방글라데시를 통해 동북 7주의 물류 어려움을 완화키 위한 양국 간 협력도 지속 강화되고 있어 섬유, 봉제 쪽에서 기반을 탄탄히 다진 방글라데시와 이곳 동북 7주의 물류, 산업 여건도 지속 호전될 것이다.
이곳 동북 7주, 8주는 산업, 투자, 경제 및 문화협력 면에서 ‘무주공산’에 가깝다. 이곳과의 정부개발원조(ODA) 협력은 문화, 인종적 밀착성, 상호 보완성과 합해져 선점효과와 가성비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인도 동북 7주에 대한 우리 정부, 기업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