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인도인의 경쟁력
●말 많은 인도인과 부정적 인식 = 말이 많은 것은 인도인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인도 대도시를 가든, 산골을 가든, 해외를 가든 인도인이 모인 곳이면 일단 시끄럽다.
주변 공원이나 산책길을 가 보아도 혼자서 도는 사람은 도는 내내 핸드폰을 통해 말이 오가고, 짝을 지어 산책하는 남남이나 남녀는 도는 내내 말들을 주고받는다. 걷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말을 하기 위해 나온 듯 보인다.
수줍어하고 외지인을 피하는 정서의 한국인과 달리, 인도 시골 어느 구석을 가도 인도 아이들은 먼저 다가와 거리낌 없이 말을 건다. 말이 많은 인도인은 동남아에서도,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과묵과 체면에 익숙한 적어도 중장년대 이상의 한국사람 기준에서 보면 이렇게 말이 많은 인도인에 대해 우선 부정적 감정이 앞설 것이다. 말에는 상당 부분 약속이 수반되고 말이 많고 쉽게 나오다 보면 고의든, 부지불식간이든 이를 지키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 기업인들이 말 많은 인도 상인들에 대해 평균적,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이다.
인도인은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우선 인도의 구전문화 전통을 꼽을 수 있다. 인도 인구의 80%가 믿는 힌두교의 사제 계급인 브라만은 ‘리그베다’, ‘마하바라타’ 등 힌두 경전과 고전의 전승과 교육을 구두로 하는 전통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왔다.
제자들과 자식들에게 경전의 앞에서 뒤로는 물론 거꾸로 외우고 구술하게 함으로서 구전에서 있을 수 있는 오류를 사전 차단하는 전통과 구술법을 지켜왔다. 여타 종교에서도 이러한 교차 구술법의 놀라운 정확성과 정교성 사례가 많은데 힌두교는 이 분야에 가장 철저한 종교다.
두 번째는 대화 문화와 수평적인 가정문화다. 인도아대륙은 힌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세계 주요 종교의 발상지다. 유대교, 기독교의 발상지인 이스라엘 못지않게 일반적인 인도 가정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일상생활이 종교생활이고 종교가 일상에 녹아 있다.
지금도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주는 법으로 술 판매 및 음주가 금지되어 있다. 해서 현지 신문에는 1930년대 미국의 금주법 시대와 같이 술 밀반입, 판매 조직에 대한 경찰의 단속, 구속 기사가 줄을 잇는다.
수도 뉴델리 및 주변 위성도시들에서 술을 합법적으로 팔기 위해서는 매년 우리 돈 1000만 원 넘는 돈을 주고 주류판매 면허를 별도로 사야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집, 사무실 주변에서 술을 접할 수 있는 장소가 한정돼 있다. 이 여파로 뉴델리 및 우리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구르가온시의 여러 한국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 한 병 값은 만 원을 넘는다. 인도인의 가족중시, 종교의 일상화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사례다.
저녁 회식 문화가 일반적인 동양권과 달리 평균적인 인도인 가장은 저녁을 집에서 부인과 가족과 같이한다. 이 때 밥상머리를 사이에 두고 시시콜콜한 가정사에서부터 사회, 역사, 정치 대소사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고 간다.
어린 아이들도 어른과 동등한 자격으로 이러한 이야기에 참여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또 어른에게 궁금한 것은 묻고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따지는 문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세 번째는 극심한 경쟁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인도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들에게 당신들은 왜 그리 말이 많은가 물어 본 적이 많다.
고대로부터 인구가 많았고, 현재도 도시는 물론 시골구석까지 인구가 넘쳐나 한정된 취업, 승진, 고학점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튀는’ 그 무엇인가가 필수적이고 말은 이 튀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이고 가성비가 높은 도구라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비즈니스에서, 국제회의에서 머리가 정리되기도 전에 먼저 손을 들고, 일단 지명되면 앞뒤가 안 맞아도 청산유수의 말이 이어진다.
●영어, 말 많은 인도인, Born to be Global, 인도인의 경쟁력 = 구글의 “Sundar Pichai”, 펩시코의 “Indra Nooyi”, 마이크로 소프트의 “Satya Nadella”, Deutch Bank의 “Anshu Jain”.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 내 인도인 CEO의 대표적인 예다. 현재 포춘 500 기업 CEO의 30%가 인도인이고, 미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의 1/3이 인도인으로 알려져 있다. 골드만삭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 금융계에 포진한 인도계 임원, CEO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지적, 문화적 전통과 교육열은 세계 어느 지역, 국가에 뒤지지 않는다. 또 미국 IT, 금융, 기업에 진출해 있는 인력의 비중도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간부급, 임원급이나 CEO로 연결되는 동아시아계 인력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다.
왜 이런가?
우선 인도인은 ‘Born to be Global’ 존재다. 고대로부터 지금의 파키스탄에서 인도, 방글라데시에 이르는 인도아대륙에는 셀 수 없는 수많은 왕조, 왕국이 존재해 왔다.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 독립 시에도 560여 자치국(Princely States)가 존재했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서쪽 힌두쿠시 산맥에서 동쪽 끝 미얀마 접경 밀림지역까지 각각의 시공간에 다른 언어, 민족, 종교, 피부색깔, 카스트가 존재해 왔다.
멀리 비행기 타고, 배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이질적 그 무엇이 아니라 태어나고 자란 내 이웃에, 주변에 이러한 다양한 요소가 널려 있고 또 공존해 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변과 타협하고 공존하고 인정하고 이해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가 없었다. 이들에게는 이런 문화가 체화돼 있다.
따라서 세계가 점점 글로벌화 되고 주변과의 교류가 개인과 집단의 경쟁력이 될수록 피에, DNA에 체화된 인도인의 공존, 여백 문화가 가지는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말이 많은 인도인의 특성이 이에 가속도를 더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을 넘어, 주변 환경을 관리해야 하고, 다양한 조직원과 같이 가고 이끌어야 하는 관리, 경영직 단계에 이르면 이와 같이 주변과 소통하고, 말이 많은 인도인의 체화된 특성이 큰 경쟁력이다.
물론, 영국의 인도 200년 식민지배가 가져다 준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선물이라는 영어, 그리고 인도 국내에서 동류 집단을, 해외에서는 인도 출신을 각별히 챙기고 서로 밀고 끌어주는 상조 내지 네크워킹 문화는 이 모든 것의 바탕이다.
세계 경제, 금융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유대인들 역시 인도인들과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저녁을 가족과 같이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가정 내에서 서로 대화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를 보면, 대화하고 질문하고, 대답하고 이를 통해 소통하고 조직화하는 힘은 인간이 동물에 대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이자 인간 집단 간 경쟁에서도 가장 큰 힘의 원천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