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활동이 세상을 바꾼다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는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집안일을 1∼2가지 먼저 처리하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친구들은 등교에 늦지 않을 정도의 시각에 일어나지만, 필자는 농번기에 새벽 4시쯤 기상해야 했다. 어두컴컴한 시야를 헤치고 소꼴을 베거나 모내기를 해야 했다. 갑자기 비라도 내리면 일을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열심히 해야 했다. 천수답(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대가 높은 곳의 논) 비중이 높아 일주일씩 학교를 가지 않고 일을 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유별난 초등학교(당시는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야 했을까? 당시 드높았던 서운함은 지금 생각하니 감사함으로 바뀐다. 아버지가 항상 하시던 말씀, ‘3일 일찍 일어나면 하루를 번다’는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농촌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이 원칙은 통한다. 심지어 새벽을 먹고 사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새벽 농수산물 시장은 오래 전에 틀을 잡았고 새벽배송이 대세가 되면서 기업의 혁신을 넘어 새로운 산업을 일구고 있다.
월급쟁이 생활을 30년 이상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아버지가 몸소 보여주신 아침 습관이라고 감히 말한다. 지금도 그 루틴이 나를 지키는 비밀병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5시쯤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곧바로 교회로 향해 새벽기도를 드린 후에 출근하면서 영어공부(문장 암송)를 하고 아침운동을 한다. 그 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회사로 와서 업무준비를 하고 틈틈이 업무관련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런 루틴은 휴가이거나 몸의 컨디션이 지극히 나쁘지 않으면 절대로 어그러지지 않는다. 하루하루 휙휙 지나갔지만 이런 시간이 쌓여 나의 실력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저녁에도 이웃하고 있는 조그만 공원을 산책하면서 운동을 한다. 몸이 약한 편이었던 필자는 아침과 저녁 운동이 쌓여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었고 회사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자부한다.
회사에서 아침 습관을 확고히 한 계기가 있었다. 중국어를 처음 배운 시절로 기억된다. 20여 년 전 떠오르는 중국 시장을 제대로 알기 위해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강남역 근처 학원에 저녁반으로 등록했다.
그런데 학원에 가는 첫날 동료들이 배고플 테니 가볍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다.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해 동행하니 반주를 강권하였다. 중국어 발음훈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 아닌 조언도 있었다. 그러나 한 잔이 두 잔 되고, 결국 학원 첫날부터 결석했다. 다음날 바로 새벽반으로 옮겼다. 그 후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을 다녔다.
그 때 첫날 결석하면서 그날 배워야 했던 중국어 기초(발음)를 제대로 이수하지 못해 중국어 구사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성실하게 사는데 좋은 추억으로 삼고 있다. 확실하게 얻은 교훈은 아침은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직장인에게 저녁은 여러 변수로 그 시간이 내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침과 저녁 시간은 질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아침은 빠른 이동이 가능해 길에다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회사 업무로 인한 장애물이나 지인의 전화로부터 거의 100% 자유롭다.
아침은 보너스에 가까워 비용 없이 시간을 얻는 반면 저녁은 기존 시간을 나눠 쓴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즉 저녁은 다른 기회를 없애 기회비용이 크지만 아침은 기회비용이 제로에 가깝다. 아침이 일찍 활동하기 위해 저녁을 보다 건전(?)하게 보내는 효과도 발생한다.
누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싫어한다. 그러나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일어나기 위해 저녁에 무리를 하지 않고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 된다.
회사에서 아침은 새로운 시작이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는데 업무를 잘 준비하는지, 아니면 아침을 쫓기듯 허둥지둥 출근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이는 아침형 인간이냐의 여부를 떠난 근본적인 경쟁력의 문제이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