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도, 제국의 영광과 그늘
 
 
●동부 인도 : 대영 인도제국의 수도권에서 낙후된 변방으로 = 인도를 4대 권역으로 나눈다면, 동부 인도(동인도)는 경제, 산업, 정치적 영향력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인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해 북인도 평원을 동남쪽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갠지스강과 히말라야 북쪽 사면에서 출발해 티벳을 돌고 돌아 인도의 아쌈(Assam) 지방을 관통한 브라마푸트라(Brahmaputra)강, 이 두 개의 강이 현재의 방글라데시 북부에서 합류하면서 실어온 막대한 토사를 벵갈만으로 토해내는데 이것이 세계 최대 델타 삼각주 지역을 만들었다. 
 
연면적 40만㎢로 빙글라데시 약 15만㎢, 그리고 동인도 약 24만㎢ 등 대한민국의 약 4배가 되는 지역이다.
 
이중 콜카타(Kolka)를 주도로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웨스트벵갈(West Bengal)주, 부처님이 나시고 설법한 비하르(Bihar)주, 동부 해안을 끼고 있는 오디샤(Odisha)주, 그리고 동북부 구릉지대인 자르칸드(Jharkand)주가 통상 ‘동부 인도(East India)’로 분류된다.
 
이 지역에는 웨스트벵갈주 1억 명, 비하르주 1억 명 둥 인도 4개 주에 약 3억 명과 방글라데시의 1억7000만 명을 합쳐 약 4억7000만 명의 인구가 이 지역에 몰려 산다.
 
벵갈 몬순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우량이 많은 지역으로 벼농사와 빈곤의 악순환이 맞물려 ‘벼농사의 저주가 깃든 지역’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혹자는 동북 7개 주를 동인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웨스트 벵갈(WB) : “ Kolkata Then, Kolkata Now” = 동부 인도의 중심지는 방글라데시와 인접해 있고, 인도 3대 도시 콜카타를 주도로 하는 웨스트 벵갈주다. 영화 ‘City of Joy’가 표현하듯 콜카타는 대영 인도제국의 수도였던 영화와 인도 최대의 슬럼가가 공존하는 모순의 도시다. 
 
1600년 영국 의회로부터 대인도 독점무역권을 부여받았던 영국의 동인도회사(East India Company)가 1757년 결정적 승리로 대인도 통치의 시작을 알린 ‘플라시(Plassy) 전투’의 플라시는 콜카타 북쪽 140㎞ 지역이다. 
 
갠지스강 내륙수로를 통해 조달되는 면화, 쥬트, 실크, 차, 향신료가 콜카타와 벵골만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국의 물산과 교환되고 인도 내륙으로 옮겨지면서 인도경제의 심장부로 성장했다. 
 
1911년 뉴델리로 수도 이전 후에도, 1947년 인도 독립 당시에도 웨스트 벵갈주의 경제적 위상은 확고해 1960년대 초만 해도 인도 GDP의 3분의 1 정도를 담당했었다.
 
그러나 같은 언어, 종족의 동벵갈이 종교(이슬람)을 근거로 1947년 동파키스탄으로 독립하면서 면화, 쥬트 등 주력 산업의 연계 고리가 단절되었고, 1947년 독립 시, 그리고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을 피해 1000만 이재민이 웨스트 벵갈에 몰려들면서 그 중심지 콜카타의 슬럼화가 고착화되었다. 
 
정치와 행정의 중심이 북부 뉴델리로 옮겨 가면서 중앙 차원의 인프라, 산업 기반 지원에서 소외되고, 1977년부터 2011년까지 지속된 Left Front 정부의 사회주의 정책, 이후 현재까지 1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TMC(Trinamool Congress) 정부 모두 친노동, 친중소기업, 친농촌 정책을 표방하면서 이곳의 제조, 산업, 대기업 기반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2006년 야심차게 추진되고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던 타타자동차의 국민차 ‘나노 프로젝트(Nano Project)’가 격렬한 반대시위에 부딪쳐 구자라트(Gujarat)주로 이전되면서 이곳을 바라보는 인도 산업계, 대기업군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하기만 하다. 
 
인도 전체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 이곳의 비중은 1%에 머물고 있고 인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동부 인도를 기반으로 한 인도 대기업은 담배·호텔 공기업이 민영화된 ITC(Indian Tobacco Company)가 거의 유일하며, 이곳에 지사법인을 운영하는 우리기업도 현대자동차 지사, 삼성전자 지사 등 지사 형태의 4~5개사에 머물고 있다. 다만, 이러한 여건이 주는 선점의 이익을 노리고 진출하는 우리 기업도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들어 여타 경쟁 주의 고성장세를 지속하는데다 이웃 방글라데시가 지난 10년 간 정치적 안정과 산업화 정책을 통한 7% 성장세로 1인당 GDP가 인도를 넘어서면서 웨스트 벵갈주를 자극하고 있다.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도 본격화되고 있는데 콜카타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그리는 그 규모와 호방함에서 이곳이 과거 대영 인도제국의 수도였음을,  복원의 열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동부 인도]
●비하르(Bihar) : 부처님 설법의 고장, 그러나 ‘벼농사의 저주’와 우민화 정치 = 비하르주는 복잡다기한 인도에서도 아주 특별한 주다. 인도에서 통상 이곳 출신을 의미하는 ‘비하리(Bihari)’는 욕 내지 비하, 멸시의 대명사다. 
 
뉴델리 등 대도시로 이주한 수많은 이곳 출신 이주민은 비하르 출신임을 가능한 숨기려 한다. 네팔과 비슷하게 내륙 한가운데 고립된 9.4㎢ 좁은 땅에 갠지스강 하류가 가져다 준 드넓은 평원, 늪지대를 1억 인구가 경작한다. 
 
인도 29개 주 가운데 교육, 문맹퇴치, 인프라, 위생, 복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개인소득에서 만년 꼴찌다.1인당 GDP는 600달러로 선두 고아(Goa)주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독립 후 우민화 내지 인기 영합주의 정치가 만연해 1990년대 주 총리가 독직 및 선거법 위반으로 감옥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문맹 아내를 총리로 당선시켜 이어 간 옥중정치, 20세기 한낮에 마적단이 출범하는 믿지 못할 이야기, 2015년까지도 주총리의 독직 감옥행 소식이 전해지는 지역이다. 
 
부처님이 나시고 설법한 곳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땅에 현대판 ‘벼농사의 저주’가 이어지는 듯한 안타까운 지역이다.
 
최근 들어 인도 중앙정부의 정치, 행정적 관여와 지원,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하르주의 경제성장과 산업지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자르칸드(Jharkand) : Mineral States Of India vs 자원의 저주 = 자르칸드주는 인도 웨스트 갓(West Ghat) 산맥의 평균 해발 600m 산악구릉 지역의 면적 8만㎢(남한의 약 80%)에 인구 4000만 명을 보유하고 있다. 
 
우라늄, 철광석, 구리, 석탄 등 인도 광물 부존량의 40% 정도가 이 주에 몰려 있어 인도의 광물주, ‘Mineral States of India’라 불린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1930년대부터 인도 최대의 제철소 타타스틸(Tata Steel, 연산 3300만 톤, 연매출 230억 달러)이 이 주의 잠셰드푸르(Jamshedpur)(1930년대 Tata 창업주 Jamsetji Tata를 기려 도시이름을 개명)에 자리 잡는 등 국영, 민영 광물계 기업이 집중 입지해 있다. 
 
그러나 광업 외 여타 산업기반이 취약해 이 주의 1인당 평균소득은 연 1100달러로 인도 평균의 절반정도다. 인접한 비하르주, 수도 뉴델리 북부의 2억 인구 밀집주인 우타르 프라데쉬(Uttar Pradesh)와 함께 자르칸드는 인도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3개주로, ‘자원의 저주’가 작동하는 지역이다.
 
●오디샤(Odisha) : 최빈지역에서 동남아 교역 중개지로 고속성장 = 오디샤주는 인도 동해안과 서쪽의 웨스트 갓 산악지형을 같이 아우른 지역이다. 
 
기원전 3세기 인도의 3대 군주라 불리는 아쇼카(Ashoka) 대왕의 이 지역 정복 시도에 수십만이 사망했고, 이 참상을 통해 아쇼카 대왕이 각성, 불교를 받아들이게 한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동쪽의 긴 해안선과 내륙 수로를 배경으로 중세, 근대 인도의 대동남아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했고, 그 명맥을 주도 부봐네스와르(Bhubaneswar)가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인도 독립 후 중앙정치권으로부터의 소외,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도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군에 머물러 있었다. 
 
노면의 철광석, 석탄 등 자원도 풍부해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 포스코가 해외 최초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이 지역에 추진했으나 정부 및 정치권의 부패, 토지수용의 난맥, 그리고 경쟁기업의 방해로 결국 큰 상처를 남기고 철수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오디샤주는 주총리 Naveen Patnaik의 안정적인 정국 관리, 의욕적인 산업·경제개발 정책으로 인도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성 타고르(Tagor), 노벨상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등 문인의 고장 = 인도 서부가 상인, 남부가 공인, 북부가 정치인의 고장이라면 동부는 문인의 고장으로 불린다. 
 
식민지배 조선의 아픔과 영광을 표현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2013년 노벨문학상의 타고르, 1997년 노벨경제학상의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2019년 노벨경제학상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gee) 모두 인도 동부 특히 벵갈 출신이다. 
 
이곳에도 카스트 유제가 많이 남아 있는데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배출하고 웨스트 벵갈주 수상을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Banerjee, Mukerjee, Chaterjee가 벵갈의 3대 브라민 가문으로 불린다. 
 
반면 웨스트 벵갈 및 동인도도 산업·상업계는 토착세력이 19세기 이후 북서부 사막지역에서 출발한 인도 제 1의 상인집단 마르와리(Marwari) 상인들에게 자리를 내 주면서 아직도 이곳 벵갈의 산업·상업계는 이 마르와리 집단이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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