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듯 이제 해외근무는 너무나 흔한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한때 해외근무가 많은 공기업이나 종합상사들이 최고 선망의 직장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이들 직장에 대한 인기가 조금 시들해졌다. 해외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한 기회가 얼마든지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입직원 모집광고에 흔하게 등장했던 조건이 있다. ‘해외근무에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문구가 그 주인공이다. 이를 보고 많은 사람이 회사에 들어가면 해외근무를 시켜주는 좋은 직장이구나 생각하며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왜 해외근무를 선호할까? 
 
오래전에는 해외여행이나 출장도 큰 혜택이라고 생각했으니, 해외에 장기간 거주하는 것은 그야말로 꿈을 실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든지 누구나 외국 땅을 밟아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제는 해외문화를 접하면서 인적 네트워크를 풍부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해외근무 선호의 핵심요인일 것이다. 다양한 업무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해외근무를 통해 자녀에게 높은 교육의 질을 제공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국내에서 어학원에 엄청난 돈을 아주 오랜 기간 쏟아부어야 하는데, 해외근무로 큰돈을 투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해외발령을 받으면 대부분의 회사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해 주어 일거양득의 효과가 발휘된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할 때 큰 기대를 안고 중국 근무를 자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인 딸과 아들이 중국 국제학교에 다니면 학교에서 쓰는 영어에다 현지 사회에서 쓰는 중국어를 잘하게 되어 교육을 잘한 자랑스러운(?) 아빠로 발돋움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실제로는 중국어도 제대로 못 하고 영어도 제대로 못 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였던 것은 확실하다. 
 
국내로 돌아와 딸과 아들의 영어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또다시 엄청난 학원비가 들어갔지만 후회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수혜자인 딸과 아들은 그 은혜(?)에 대해 다소 시각차가 있다. 
 
수시로 ‘아빠 해외근무로 영어나 중국어를 잘하게 되어 너무 좋지’라고 물으면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요즘에 해외에 한 번 안 나간 본 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해외근무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해외근무 특성상 국내보다 적은 인원이거나 심지어 단독(현지직원 제외)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책임감과 업무 능력이 없으면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너무나 당연하게 현지인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도록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 중국에는 조선족이 있어 어려움이 덜하지만, 최소한 회의할 정도의 중국어 실력은 필수적이다. 
 
세 번째가 중요하다. 해외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들은 처음에 반대한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는 이유다. 
 
그런데 경험상 아이들은 해외에서 가장 잘 적응한다. 국제학교 특성상 학생 수가 국내의 절반 정도인 관계로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국내보다 살가운 경우가 많다. 언어로 고민하기도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큰 문제가 없고 6개월이면 완전히 적응한다. 
 
▲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가장 큰 문제는 아내다. 애들과 달리 부인들은 처음에는 설렌다. 복잡한 인간관계(특히 시댁)에서 해방되는 특혜가 있고 해외생활에 대한 낭만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직장도 잠시 내려놓게 되면서 업무에서 해방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애들이 학교로, 남편이 직장으로 출근하면 부인들은 혼자 집에서 장시간을 보내야 한다. 친구도 없고 언어적인 문제와 이문화 등으로 문밖으로 나가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해외적응 실패로 연결되고 가정의 안정을 무너뜨리는 경우로 귀착된다. 
 
그래서 주재원의 해외근무는 불안정한 가정으로 인해 기우뚱거리거나 최악의 경우 정해진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귀국한다. 해외근무의 성패는 아내가 결정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외에 나가기 전에 애들 걱정보다 아내가 어떻게 잘 적응하도록 할 것인가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아내가 해외적응을 잘하면 남편에게 귀국 포기를 종용할 정도로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현지 교회에서 나가서 네트워크도 쌓으면 종일 부담 없이 즐기는데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시집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명절에만 전화하면 된다. ‘해외에 근무하는 관계로 마음이 있어도 찾아뵙지 못한다’고 아양을 떨면 모든 게 용서된다. 
 
필자가 중국에서 근무할 때 친정 일은 국내처럼 가까우니 귀국하고 시집 일은 해외이니 전화만 하면 된다는 말이 나돈 적이 있다. 몸도 마음도 편하니 남편의 귀국 포기를 넘어 남편만 들어가라는 주장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내세운 이유는 아이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으니 교육을 위해 자기는 남겠다고 강조한다. 남편이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린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 주재하는 경우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만약 대안이 없어 귀국했다면 다시 나갈 기회를 찾으라고 남편을 압박한다. 다시 태어나면 ‘주재원 부인이라는 직업 아닌 직업을 달라’고 속으로 외친다. 
 
민영채/W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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