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사는 K사의 앵글밸브 사업을 인수해 지난 2000년 출범했다. 대표 품목으로 산업용 앵글밸브를 생산하고 있다.
앵글밸브(Angle Valve)는 배관 및 산업에서 사용되는 유체 조절 장치이다. 유체의 흐름을 직각으로 바꾸는 밸브로, 밸브가 전부 열려도 밸브 본체가 유체 속에 있기 때문에 유체의 에너지 손실이 크지만, 밸브의 개폐가 신속하고, 밸브 본체와 밸브 시트와의 밀착이 용이하여, 가정은 물론 대규모 산업·공공시설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볼밸브, 버터플라이밸브, 플러그밸브 및 맞춤형 특수 밸브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밸브를 생산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밸브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제품생산은 물론 밸브와 액추에이터의 장착, 교정 및 테스트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BOM 작성 오류 등 문제점 드러나
P사는 20여 년의 역사를 통해 국내 대규모 플랜트를 운영하는 석유화학 및 정유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중국에도 앵글밸브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중국으로 수출하는 앵글밸브의 경우 2015년 12월 20일 발효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를 활용하기 위해 FTA 시스템을 구축하고, 품목별인증수출자 인증을 취득해 현지 바이어에게 FTA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왔다.
그러나 최초 FTA 시스템을 구축한 뒤 시간이 흐르며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작성해서 보유하고 있던 소요부품 자재명세서(BOM, Bill of Material)에 기재된 일부 원재료가 완제품 생산에 사용된 것이 아니라, 자체 생산한 물품이어서 거래명세서상의 품명과 일치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단순 기재상의 오류였다고 해도 추후에 FTA 사후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처벌을 받는 등 회사에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발견 즉시 시정해야 했다.
어느 회사이건 업무 패턴이 고정되면 직원들은 문제점을 발견해도 쉽게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점을 바로 잡으려다가 더 큰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도 변화를 기피해 도움을 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 담당 직원들의 문제점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된 점을 바로 잡아야 조직이 움직일 수 있다. P사는 회사 차원에서 FTA 업무 프로세스를 재구축하기로 하고 한국무역협회 FTA종합지원센터 차이나데스크 컨설팅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FTA 시스템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P사처럼 주기적으로 업무 흐름을 파악해 잘못된 점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차이나데스크 컨설팅… 시스템 보완
회사를 방문한 담당 컨설턴트는 직원들로부터 문제점을 청취하고, 전체적으로 FTA 시스템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우선 BOM 작성 요령을 교육했다.
P사의 수출품목인 앵글밸브의 HS코드는 ‘제8481.20호’이다. 이 품목의 중국 측 기본관세율(MFN 세율)은 5%이며 양허유형은 ‘15’이다.
양허유형 15로 규정된 원산지 상품에 대한 관세는 협정의 발효일을 시작으로 15단계에 걸쳐 매년 균등하게 철폐되어, 이행 15년 차 1월 1일부터 그 상품에 대하여 무관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2021년 한-중 FTA 협정관세는 2.6%다.
해당 품목의 한-중 FTA 원산지결정기준은 ‘다른 소호에 해당하는 재료로부터 생산된 것’으로 6단위 세번변경기준(CTSH)이다. 부분품의 6단위 HS코드가 완제품 6단위 HS코드와 일치하지 않으면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한다. 4단위 세번변경기준(CTH)에 비해 기준이 엄격하므로 BOM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BOM은 원산지 판정의 기초서류
일반적으로 BOM은 특정 물품을 생산, 개발, 판매 시 소요되는 자재, 원재료 등을 정리한 리스트다. 업체에 따라 개발 BOM, 생산 BOM, 반제품 BOM 등 다양한 BOM이 존재하는데, FTA 협정상의 BOM은 수출물품의 생산 시 제3의 업체로부터 구매하였거나, 수입한 원재료를 정리한 리스트를 의미한다.
BOM은 원산지 판정의 기초서류다. 대부분 FTA 협정에서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으로 세번변경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세번변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OM은 꼭 필요한 서류라고 볼 수 있다. 부가가치기준을 적용했을 때도 직접재료비 산출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역시 필요하다.
BOM에는 수출물품을 제조할 때, 실제 구매했거나 수입한 모든 원재료를 기입해야 한다. 수출물품의 제조 시 특정 부품을 자체 생산하여 결합할 때는 중간재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한 특정 부품을 생산 시 구매·수입한 모든 원재료 또한 같이 기입해야 한다.
수출물품의 BOM을 작성할 때 필요한 서류는 일반 기업의 경우, 수출물품의 구매원장과 원재료 수불부를 근거자료로 하여 실제 생산 BOM을 작성한다.
BOM은 원산지증명서 발급일부터 5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BOM에는 원재료의 HS코드를 기입해야 하는데, 원산지 판정 시 BOM은 BOM을 구성하는 모든 원재료에 대하여 HS코드(최소 6단위)를 기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원재료에 대한 BOM의 HS코드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 업체가 정확한 HS코드를 판정하기 어렵고 까다롭다면 관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HS코드를 분류하고 기재하는 것이 좋다.
BOM에 적는 품명은 거래한 원재료의 일반적인 상품명으로 작성한다. 이때 원재료 거래 시 발행된 거래명세서 등의 서류의 상품, 거래 물품의 명칭과 BOM 상의 상품명이 동일한 물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재해야 한다.
사후검증에 철저 대비해야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아 P사는 BOM 작성을 완료해 정확한 FTA 원산지증명서를 중국 바이어에게 발급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BOM의 오류 내용도 바로 잡았다.
컨설턴트는 한-중 FTA 사후검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중 FTA는 간접검증과 직접검증을 모두 할 수 있는 혼합검증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즉, 선(先) 간접검증 뒤 미흡할 경우 후(後) 직접검증을 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수입국 관세 당국이 수입자를 대상으로 서면으로 검증하고, 수출국 관세 당국을 대상으로 간접검증을 요청할 수 있으며, 수출국 관세 당국의 검증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방문하여 검증을 수행할 수 있다.
간접검증의 경우 수입국으로부터 검증 요청을 받으면 수출국 관세 당국은 조사를 수행하고, 6개월 내 수입 관세당국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수입국은 검증 결과를 접수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원산지 판정 결과를 수출 관세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직접검증 시 방문 조사는 수입국이 수출국에 방문 검증을 시행할 경우 검증 30일 이내에 수출국에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며, 수출국은 3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직접방문 검증은 6개월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컨설턴트는 P사가 BOM 관리를 시작으로 준비를 철저히 해 향후 있을지 모를 원산지 사후검증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 FTA활용정책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