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생각해 본 수출대금 결제 방법
 
 
수출 기업들은 대금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해 다양한 결제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모든 무역대금 결제에는 항상 위험이 존재한다. 
 
필자는 오랜 기간 수많은 거래를 통해 그 위험들을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나름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연구했다.
 
아마 무역 교과서에서 본 이론과는 괴리가 있겠지만, 몇몇 거래 방식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그 위험을 알았으면 한다. 또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배운) 거래 방식이 실제론 위험에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알리고 싶다.
 
우선 무역거래에서 한때 가장 널리 사용됐고, 아카데미에서 무역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신용장의 안전성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신용장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연 신용장은 안전한가? 
 
수출 실무자들이나 경영자들이 신용장을 선호하는 것은 일반적이다. 그러나 신용장의 취약성에 대하여서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책이나 아카데미에서 신용장의 약점이나 위험성을 깊게 설명하여 주는 것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예들 들면 자본금이 취약한 수출회사들의 경우 신용장 거래로 인해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 같은 것 말이다.
 
신용장을 받아서 클린네고(CLEAN NEGO)만 하면 만사형통이라는 생각을 하는 회사들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역거래 시 실재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문제가 발생한 후 필자에게 전화해 해결방법을 문의했던 업체들이 한국이나 중국에 많이 있다.
 
한 명의 도둑을 막기 위해 수백 명의 경찰이 지키고 있어도, 이를 막기에는 불가능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한 문제점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무적인 이론서를 탐독하여 방어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어떻게 피할 것인지 실무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장에 대한 오해와 문제점들
 
신용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오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신용장을 받으면 안전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명제다. 
 
신용장은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수출입 거래 시 유용한 방법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지불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바이어가 신용장을 개설할 때 개설은행에서는 철저히 대금지급에 대한 안전판을 강구하여 개설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안전판이 종종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시장 상황의 급격한 변동이나 개설은행 국가의 문제 등으로 인하여 바이어가 개설은행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을(못할) 경우다. 
 
이때 수익자인 수출자는 이미 네고를 하였더라도 네고은행에서 수령한 외환금액을 돌려주어야 한다. 
 
이런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특히 아시아 일부 국가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신용장 인수를 하지 않거나 몇 달간 유보했다 인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유보하면 그 기일만큼 네고은행에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둘째, ‘클린네고를 하면 은행이 모두 책임을 진다’이다. 
 
필자가 현장에서 가장 혼란을 느꼈던 부분이다. 아마 많은 무역실무자 역시 혼란 속에 이에 대해 속 시원히 답해주는 이가 없어 답답할 것이다. 
 
실제로는 클린네고를 하여도 법률적으로 바이어가 개설은행에 대금지불을 하지 않는다면 수출자는 네고은행(매입은행)에 매입한 금액을 돌려주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환어음 규정 때문이다. 환어음 규정에 의하면 환어음은 발행인이 지급인에 대하여 수령인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할 것을 위탁하는 유가증권이다. 
 
어음상의 지급인은 발행인으로부터 단순히 지급을 위탁 받고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당연히 어음금액을 지급하여야 할 어음상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수령인도 지급인에게 지급의 기대권은 가지고 있으나 그 지급이 거절되면 발행인에게 은행은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일명 소구권(遡求權)이라고도 한다. 
 
그러므로 선적서류와 환어음을 보고 네고은행에서 매입하였지만, 개설은행에서 바이어 미결제가 발생하면 수출자는 네고은행에서 받은 대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많은 수출 초보기업들은 신용장 네고 이후 바이어의 미지불로 인하여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심하면 부도까지 간다. 
 
결국 클린 네고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수출이행의 마무리는 아니며, 신용장 클린네고 후에 은행이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바이어가 개설은행에 대금지불을 끝내야 수출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신용장을 개설한 바이어들은 통상 신용이 좋다’는 고정관념이다. 
 
신용장의 경우 국가의 신용도보다는 바이어들의 신용도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선진국이라고 하여 신용장이 안전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사기성 신용장은 선진국에서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국가의 신용도만 생각하지 말고, 바이어의 신용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넷째, ‘수입할 때도 신용장을 개설하면 안전하다’는 인식이다. 
 
수입의 경우도 수출의 경우와 매우 비슷하다. 장단점이 모두 존재한다. 신용장을 사용하게 되면 수출자로서는 안전하게 대금을 받을 수 있지만, 수입자 입장에서 보면 단지 매입은행에서 서류가 일치하게 되면 매입을 하게 되므로 그 결과가 수입제품의 품질이 좋다는 것과는 관련성이 없다. 
 
그러므로 수입 시에는 선적 시 정확한 상품이 선적되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결국 신용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실무적으로 신용장이 도착한 후에는 따로 신용장을 해석하여 필요한 회사 내 각 부서로 전달을 하여 바이어의 요구에 정확히 이행해야 한다.
 
▲페루 바이어들과 함께(2007). 아버지와 아들, 삼촌이 공동 경영하는 회사다. 사진=필자 제공
D/A와 D/P는 불안한 거래라는 오해
 
‘D/A와 D/P는 불안한 거래’라는 인식도 틀렸다. 
 
한국에서 수출하는 대다수의 회사들은 D/A와 D/P에 대하여 많이 꺼린다. 이 방식은 아시아 국가 수출자들에게 선호하는 거래 방식이 아니며 위험한 거래라고 널리 인식되어 있다. 
 
또한 금융기관에서도 신용장이나 T/T가 아니면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금 상황에 따라 거래가 불가능할 때도 있어 꺼리는 경우가 있다.
 
D/A와 D/P는 장단점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장점은 첫째, D/A와 D/P 거래는 담보력이 없는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거래이므로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중요한 거래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신용장 거래가 어려운 이유는 은행에 대해 담보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나라 바이어들에게 신용장을 고집하면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둘째, 바이어가 결제해야 물건을 인수할 수 있으며 개설은행에 수입대금만큼의 담보를 제공해야 물건을 찾아갈 수 있으므로 물건만 주고 돈을 못 받는 위험을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경쟁국인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등의 수출업체들이 선호하지 않는 거래방식이므로 차별적이며 거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추가적인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단점도 있다. 우선, 대금 회수가 매우 늦다는 점이다. 
 
둘째는 바이어의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서류 인수를 하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되며 셋째는 수출보험을 가능한 부보해야 하므로 추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넷째는 D/A 거래를 하게 되면 금융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역 실전거래에서 안전한 거래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바이어의 신용상태를 잘 점검하고 준비한다면 D/A, D/P도 바이어를 획득하는데 좋은 거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보편적인 CAD
 
‘CAD는 이상한 대금결제’라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CAD(CASH AGAINST DOCUMENTS, 서류상환방식)는 D/P 거래와 유사하다. 
 
CAD는 소규모 거래에 많이 사용하는 거래 방식인데, 아프리카에서는 소규모 거래가 아닌 큰 규모의 거래에서도 널리 확산되는 추세다. CAD의 변종이지만 엄연한 국제금융거래 방식이다. 
 
이런 거래 제의가 오면 사기가 아닌가 의심이 생기지만, 아프리카에서 CAD는 널리 퍼진 거래 방법 중 하나다. 
 
L/C, D/A, D/P 등의 방식으로 거래하려면 은행에 담보를 제공하거나 현금 유동성이 좋아야 하는데 아프리카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이런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면서 수입자에게 부담을 덜 주는 CAD가 많이 행해지는 것이다. 
 
CAD와 D/P의 차이점은 첫째, CAD는 추심을 하기 위해 은행을 이용하지만 환어음을 발행하지 않는다. 
 
둘째, CAD 거래 시 은행은 심부름꾼 역할만 하며,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셋째, D/P 거래 시에는 선적서류가 도착하면 바이어는 즉시 서류인수의 의무가 있지만, CAD 거래 시에는 서류인수를 하지 않아도 은행과 바이어 사이에는 문제가 없다. 
 
CAD 거래 시 단점은 신용이 좋지 않은 바이어와의 거래 시 대금 미지급의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장점으로는 아프리카 등 신용장이나 T/T 등 구매자금의 여력이 없는 바이어들이 쉽게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필히 알아야 하는 거래 방식이다.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정병도 사장은 1999년 4월 인조피혁제조 및 바닥재 수출회사인 웰마크㈜를 창업한 이후 경쟁기업들이 주목하지 않던 아프리카, 중남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주목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지구 60바퀴를 돌 만큼의 비행 마일리지를 쌓으며 ‘발로 뛰는’ 해외마케팅을 실천했다.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경기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고 고려대학교에서 국제경영석사 과정을, 청주대학교 국제통상 박사과정에서 이문화 협상(CROSS CULTURE NEGOTIATION)을 공부했다. 저서로 ‘마지막 시장-아프리카&중남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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