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거래(CREDIT TRANSACTION)라는 무기
해외 바이어에게 외상(CREDIT)을 준다는 것에 대하여 많은 수출업자들은 부정적이다. 외상거래(CREDIT TRANSACTION)로 마치 큰일이라도 발생할 것처럼 걱정한다.
그러나 오해가 있다. 외상거래라도 안전하게 이행한다면 좋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바이어를 만나 수출 상담을 하다 보면 외상을 달라는 바이어가 존재한다.
수출업자는 딜레마에 빠진다. 외상을 주자니 위험요소가 있고, 거절하자니 오더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고 나름의 전략이 존재하겠지만, 외상거래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회피하는 것은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출전선에서는 더 그렇다.
수출 매출의 80% 정도가 외상거래
필자의 회사는 무모하리만큼 외상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
처음부터 외상거래에 나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한 후에는 과감한 방법으로 마케팅에 활용을 하고 있다.
수출 매출의 80% 정도가 외상거래다.
신흥시장인 아프리카나 중남미뿐만 아니라 아시아, 북미 바이어 등 지역에 관계없이 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흥시장은 매우 위험한 시장임에는 부인할 수 없으나, 외상거래가 회사에 주는 이점이 매우 많다고 생각한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동일한 가격과 품질이라면 결제조건을 유연하게 처리하여 주는 공급업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최악인 상황에서는 신용거래가 큰 효과를 가져다준다. 환율로 인한 수입대금 증가와 판매 부진 등으로 자금 운용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60일이나 90일 정도의 외상거래가 바이어에게 구매를 촉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가격을 할인하여 주는 것도 바이어의 마음을 사로잡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가격 할인은 자칫 셀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고, 경쟁업체의 더 싼 가격 제시에 밀릴 가능성도 있다.
바이어 입장에서 보면 자금 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게 해주는 쪽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데, 외상거래가 매우 달콤할 것이다.
필자의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손실이 거의 없다. 다른 경쟁업체들이 자금경색을 겪으며 바이어의 니즈(NEEDS)인 외상거래에 대응하지 못한 상황이므로, 오히려 신규 바이어를 찾는 것이 더욱 쉬운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이때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을 헤지(HEDGE)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필자는 수출보험을 이용한다. 수출보험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대금 미회수 위험을 어느 정도, 경우에 따라 충분히, 막아 준다.
필자가 외상거래라는 무기를 들고 적극적으로 공략한 시장은 아프리카다. 아프리카가 매우 위험한 시장인 것은 맞지만 이곳에는 이미 자리를 잡은, 중국과 인도에서 온 경쟁자들이 있다.
이들과 가격으로 싸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경쟁자들에게 없는 신무기가 바로 외상거래다.
경쟁자 물리치고 시장지배력 강화한 비결
외상거래가 아프리카 시장에서 성능 좋은 무기인 것은 틀림없었으나 첫 발에 경쟁자들이 모두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 ‘45일’을 주었으나 시장 장악력이 부족했다. 이후 ‘60일’을 주었지만 여전히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 마침내 ‘90일짜리’ 신용을 주자 거래 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120일’이라는 다소 장기간의 외상거래를 제공했다.
결과는 상상이상이었다. 시장지배력이 강화됐고 독보적 1위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소요자금이 많아 자금회전에 대한 스트레스는 있었으나 외상거래를 통하여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이윤 증가도 도모하게 되었으니, 매우 유익했다.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에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맨손으로 싸울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이든, 품질이든, 외상거래든, 영업력이든, 브랜드이든 시장을 현혹할 만한 무기가 있어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
이런 제반 조건들이 없는 상황에서 수출에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모든 게 어렵다.
필자의 회사도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하여 10여 년의 시간을 들여 충분한 자금을 준비했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었다고 자평한다. 비록 중소기업일지라도 나름의 강력한 무기는 꼭 필요하다.
외상거래 위험을 회피하는 여러 방법
해외 바이어들과 신용거래를 하려면 여러 위험이 따르는데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다.
첫째, 수출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신용거래의 결정적 위험은 대금을 못 받는 것인데, 이를 해결할 가장 쉽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방법이다.
비용이 들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무역유관기관에서 지원해 주므로 이를 활용하면 부담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가입기업들은 단지 면책조항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필요하다.
둘째, 신용장(L/C)을 이용하여 외상거래(AFTER SIGHT)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매우 유용한 방법이지만, 신용장 발급이 불가능한 바이어들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어 대다수는 신용장 거래를 꺼린다는 점도 약점이다.
비용 측면에서 외상일수에 대한 이자는 대개 바이어가 지불하지만, 한국의 금리가 타국보다는 대개 저렴하므로 수출자가 지불하여도 그 비용은 크지 않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셋째, D/A(인수도조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수출자가 발행하는 화환어음의 인수만으로 선적서류를 내주는 것으로 수입자가 은행에서 화환어음을 제시 받았을 때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단지 인수하는 것만으로 화물인환증이나 선적서류의 인도를 받을 수가 있으며 만기에 어음대금을 지불한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넷째, CAD(서류상환인도 조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선하증권·상업송장 등의 운송서류를 인도하면서 동시에 현금결제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은
행의 책임과는 무관하므로 바이어의 입장에서는 가장 손쉽고 좋은 거래 방법이지만, 수출자 입장에선 바이어가 언제 물건을 인수할지 모른다는 한계점도 있다.
다섯째, 담보제공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쉽지 않은 방법이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생각해 볼 수 있는 조건이다.
바이어에게 신용을 공여하여 거래하게 되면 여러 장점들이 있다.
첫째, 장기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외상거래의 매력은 장기적인 거래 가능성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이다. 바이어가 외상거래를 갑작스레 중단하고 다른 공급업체로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둘째, 이윤이 증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상거래를 하게 되면 수입자는 협상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수출자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셋째, 수출자 입장에서 주도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자에 의해 가격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제품개발과 마케팅 등에 관여하며 주도적인 거래가 가능하다.
넷째, 자금사정 때문에 외상거래를 하던 바이어가 차후 역량 있는 바이어로 성장한다면 그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많지는 않지만 그런 상황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서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다섯째, 경쟁자가 감소하게 된다. 외상거래의 특성상 다른 경쟁자가 바이어에게 동일한 외상거래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거래가 성립할 수 없으므로 경쟁자가 감소하게 된다.
국제무역에서 위험은 항상 존재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모든 시장에서 외상거래는 경기가 하강할수록 요구가 높아지며 중요해진다.
최소한 운송기일 정도는 신용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거래가 되도록 철저한 계약서가 필요하며, 계약이 되면 어떤 상황이라도 이행하는 것이 위험을 줄인다.
예를 들면 T/T 거래를 할 때 잔금을 받은 후 선하증권(B/L)을 양도하기로 하였으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그렇게 하여야 한다.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선하증권을 미리 양도하면 미수금이 발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역에서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외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을 예측하고 정확한 대안을 가지고 업무를 이행하는 것이다.
아무 대비나 의식 없이 외상거래를 하는 것은 회사를 수렁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외상거래는 그렇게 위험한 것만은 아니지만, 필수적인 안전장치를 항상 확보하고 있어야 그 장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