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낵 영국총리, 4000만 재외인도인의 성공을 대표하다
●재외거주인도인(NRI, Non Resident Indian)의 성공사를 대표하는 수낵 총리 = 10월 24일 영국 차기 총리로 인도계 리시 수낵(Sunak) 보수당 대표(42)가 확정되자 인도에서 일제히 환호가 쏟아졌다. 영국에서 독립한 지 75년 만에 인도계 영국 총리가 등장한 것이다. 인도계 이주민 부모를 둔 수낵 총리는 영국 최초 비(非)백인, 아시아계, 힌두교도 총리다.
대영제국과 앵글로 색슨 우월주의의 본거지에서 비백인계, 그것도 힌두교도임을 공공연히 밝히는 인도계 총리가 영국의 ‘퍼스트맨(First Man)’이 된 것이다. 수낵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자신이 힌두교도임을 종종 공개했다. 그는 2020년 하원 의원 서약 당시 기독교 성경이 아닌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 위에 손을 얹었다. 올 8월 총리직을 놓고 보수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는 런던 힌두교 행사에 참석해 소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인도의 신년이자 최대 축제인 ‘디왈리(Diwali)’ 기간 중 전해진 인도계 영국 총리 선출로 수낵에 대한 모디 총리 등 인도 각계의 축전을 물론, 그의 부인과 인도 최대의 IT기업을 일군 장인 나라야나 무르티(N.R. Narayana Murthy) 인포시스 전 회장에 대한 찬사까지 쏟아지고 있다.
케냐에서 태어난 인도계 의사 아버지와 탄자니아 태생 인도계 약사 어머니가 영국으로 이주한 때는 1963년으로 알려져 있고, 수낵 총리는 1980년생으로 올해 42세다. 그 자신이 영국 옥스퍼드(Oxford)와 미국 스탠포드(Stanford) MBA,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등 재외거주인도인(NRI) 선도그룹이 걸어온 길을 걸어 왔다.
2009년 인도 최고 재벌 중 하나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포시스 회장의 딸 아크샤타 무르티와 결혼, 수낵 부부의 재산은 7억3000만 파운드(약 1조2000억 원)로 영국에서 222번째 부자다.
●장인 나라야나 무르티, 인도 IT 상업보국의 성자 = 수낵 총리의 장인은 인도 IT업계를 대표하는 인포시스의 창업자인 나라야나 무르티다. 무르티 전 회장은 39억 파운드(약 6조3740억 원)가 넘는 자산을 지니고서도 수십 년째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인도 최초 근무 중이던 1999년 12월 나라야나 무르티와 인포시스 본사 뱅갈로르 캠퍼스(Bangalore Campus)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인터뷰 내내 통상 아는 기업가가 아니라 성자를 대하는 것 같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이미 일가를 이룬 어마어마한 부자이면서도 20평대의 처음 아파트에서 살며 매일 1000cc 마루티(Maruti) 차량을 손수 몰고 다니는 것을 그냥 일상의 자연스러움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인도 사업계 및 상인을 주도하는 마르와리나 구자라티가 아닌 사제 브라만 계급 출신이다. 최초 사업을 시작할 때 자금이 없어 자신이 살던 집 거실에서 아내의 결혼 패물을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했는데, 그에게는 그때 그 모습, 그 정신이 자연스럽게 배여 있는 것 같았다.
이코노미 등급을 이용한다는 자신의 해외출장과 유일한 취미가 독서와 집안일 정돈이라는 대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최근의 기사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지금도 20년 전 그때의 그 모습, 그 자세 그대로인 듯하다.
●재외거주인도인 : 세계 1위 철강사, 영국 최고부자 등 화상보다 큰 영향력 = 인도 해외동포부에 따르면 재외거주자, 해외 시민권자, 인도계 등 해외거주 인도인은 2500만 명이지만 일반적으로 4000만 명 전후로 이야기된다.
이중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 600만 명, 미국 250만 명, 영국 200만 명, 캐나다 120만 명 순이다. 수낵 총리의 부모 고향인 아프리카에 정착한 NRI도 300만에 달한다.
인도를 식민지배한 영국이 인도 통치과정 중에서 확인한 펀잡 지역 인도인의 관리능력을 또 다른 식민지였던 동아프리카에 중간관리자로 적극 이식시켰고, 이에 따라 19세기 인도인의 아프리카 진출 러쉬가 이어지게 되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 간디가 변호사 시험 후 최초로 활동을 시작하고 정치적 동기에 눈을 뜬 곳도 남부, 동부 아프리카였다. 지금도 아프리카 모리셔스 인구의 60%가 인도계이고 아프리카 동남부 지역과 교역하는데 있어 인도 상인 인맥을 알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은 필수다.
재외거주인도인(NRI)는 중국 화상의 영향력을 넘어 인도 경제성장과 발전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가 매년 기록하고 있는 1800억 달러 전후의 무역적자를 채우는 것이 1500억 달러의 IT 서비스 수출과 연 800~90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거주 인도인의 본국 송금이다. 세계 제1의 본국 송금액이다.
세계 제1의 철강회사 Arcello Mittal의 창업자이자 소유주는 인도 상인계급을 대표하는 마르와리 상인계열의 Aditiya Mittal이다. 영국의 최고 부자는 300억 달러가 넘는 재산으로 영국의 제 3 세계 광산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힌두자그룹(Hinduja Group)의 인도계 NRI, 힌두자 형제다.
세계 IT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 밸리 IT엔지니어의 40% 전후가 인도계이고, Sundar Pichai Google CEO 등 넘치고 넘치는 인도계 CEO 뉴스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 모텔의 40%전후를 인도 북서부 구자라트 주 출신의 파텔(Patel) 가문이 주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면, 이번 인도계 수낵의 영국 총리 선출은 영국 및 인도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지만 ‘신데렐라적’ 사건이 아니라 그동안 인도 해외동포들이 뿌리고 구축한 정치, 경제적 유산의 산물이다.
남편의 성공 절반은 아내의 덕이라는 말이 맞다면, 이번 수낵의 총리 선출은 아마도 장인이자 인도 IT제국을 구축한 장인 나라야나 무르티의 그 겸손과 실용의 정신이 딸을 통해 사위로 전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자가 인도 현지와 연을 맺은 지 25년이다. 중국 사람, 중국 상인의 표준편차가 우리나라의 그것에 비해 10배라 한다면, 인도 상인의 표준편차는 아마 100배는 되지 않을까 한다. 구도의 길로 사업을 하고, 상인의 길을 걷는 또 다른 차원의 상인들이 수없이 많은 곳이 인도였다.
앵글로 색스니즘을 벗어나 피식민지배국 인물을 자신의 최고 지도자로 선출한 영국의 실용주의도 되새겨보아야 할 경쟁력이자 유연성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