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거래의 첫걸음, 인도상인 족보를 알아보자 
 
 
●세계 3대 상인집단 : 유대상인, 화상, 인도상인 = 세계 3대 상인집단으로 통상 유대상인, 화상 그리고 인도 상인이 회자된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 상업이 있게 마련이고, 이 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상인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3대 상인’이라는 것이 노벨상처럼 공식적인 지정 주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준도 각자 달라 논란을 불러올 주제이지만, 상식의 눈으로 본다면,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한 고유의 상거래 문화와 단결력으로 인류 경제발전사에 끼친 영향력 정도”가 그 선정 기준이 아닐까 한다.
 
이런 면에서 유대상인 그룹은 인류 경제사와 현금의 영향력 면에서 세계 제1의 상인집단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기원전 디아스포라(Diaspora) 시절의 중동부터, 중세의 유럽, 그리고 현재의 미국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최강제국의 중심에는 늘 유대상인이 있었다. 
 
중국의 황하와 인도의 갠지스강 유역은 사시사철 비슷한 유량과 강이 싣고 와 뿌려주는 히말라야의 막대한 토사로 단위면적당 농업 생산성이 지구상의 여타 비옥한 지역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중국 황하지역은 늘 물산이 넘치고 인구가 몰리고, 이곳을 중심으로 통일 왕조가 서고 졌으며, 재화가 몰리고, 또 퍼져 나갔다. 화상은 이 황하유역의 월등한 생산력과 조직화된 상관행이 중국 내 여타지역, 북방 유목민족, 동남아 지역으로 확산되고 교류되는 과정에서 형성된 상인집단으로 3000년 이상 중국 대륙과 북방, 남방, 동아시아 상업계를 지배하였다.
 
중국과 달리 인도아대륙은 북쪽의 히말라야 병풍과 8000km에 달하는 해안선으로 막혀 있고, 동서 양쪽이 깊은 밀림과 협곡으로 둘러싸여 사실상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완결된 세계였다. 대한민국 면적의 50배에 달하는 이 지역에 통일왕조는 없었고, 셀 수 없는 수많은 국가와 민족, 언어, 종교가 뒤섞였다. 
 
인상(印商), 즉 인도상인은 이러한 인도의 지리, 역사적 여건을 배경으로 종교적, 인종적, 카스트적 특성이 결합돼 탄생한 인도문화의 한 단면이다. 인도 인구 전체의 약 3%인 4000만 명 정도가 상인계급 바니야(Baniya)로, 4% 인구의 브라만과 함께 인도의 경제, 정치,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인도상인의 계보 : 마르와리, 구자라티, 파르시 3대 상인집단 = 인상은 인도 전통의 카스트 시스템과 결부되어 있다. 현대에 접어들어 전통사회가 붕괴하면서 조금 희석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도 상인집단은 조상 대대로 3,000년 이상 상업 한 분야에만 종사해 왔다. 
 
우리나라의 ‘사농공상(士農工商)’ 위계질서와 달리 ‘사상농공(士商農工)’인 인도 카스트 4계급 중 상인계급은 바니야로 불리며 신분상 지위도 높았고, 경제·사회적 영향력도 매우 컸다. 
 
화상에 객가(客家), 절상(浙商) 등 소그룹이 있듯이 인상도 지역, 종교에 따라 나뉜다.
인도상인 집단 중에서도 역사적 연원과 상문화, 영향력, 상인 수, 평판 면에서 단연 으뜸은 마르와리 상인이다. 
 
인도 북서쪽에 그곳에서 명멸한 수많은 힌두 왕국이 남겨 놓은 화려한 유적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라자스탄(Rajastan)주가 있다. 타르 사막을 낀 건조한 지역이라 물산이 부족해 사막 교역과 여러 힌두 왕조를 낀 금융업에 종사해 왔다. 
 
라자스탄 내에서도 파키스탄 국경과 가까운 마르와(Marwa) 지역 출신, 넓히면 라자스탄 지역에서 태동한 상인집단을 마르와리(Marwari) 상인이라 칭한다. 
 
주요 교역로에 무료 숙식과 정보교류 장소로 ‘바사(Vasa)’를 운영했고, 공동체 사업자금을 지원하거나 도제로 삼아 세력을 키워왔다. 빌린 돈은 평생을 통해서라도 갚아야 했고, 못 갚으면 제명하는 전통이 유지돼 왔다. 
 
이들은 장사를 위해 타지로 떠나면서 남아 있는 가족을 일족에게 위탁하고, 자식들을 일족 기업에 위탁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 경영의 전통을 지켜왔다. 복식 부기 개념의 파르타(Parta) 회계시스템과 일종의 환어음으로 현금 이동 없이 원거리 대금결제 및 대출을 가능케 한 훈디(Hundi)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16세기 무굴(Mugul) 제국과 18세기 대영제국, 1947년 인도의 독립과 1991년 인도경제의 개방화 등 정세 격변기에 이렇게 응축한 에너지와 연대, 정보 네트워크를 배경으로 라자스탄을 넘어 콜카타, 델리, 뭄바이, 첸나이 등 인도 전역은 물론 영국, 중동, 아프리카로 퍼져 나갔다. 
 
들어가면 안 나오는 것으로는 대적할 자가 없다는 근검과 일족 간 유별난 연대로 유명하다. 세계 최대 철강기업을 일군 미탈(Mittal) 가문, 인도 전통산업을 대표하는 아디티야(Aditiya) 가문, 본가로 인정받고 있는 아가르왈(Agarwal) 가문,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반살(Bansal) 가문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구자라티 상인(인도 남구자라트 상공회의소장 및 구자라티 상인). 필자 직접 촬영.
다음이 인도 북서부 해안지역에 위치한 구자라트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구자라티(Gujarati)다. 북쪽으로는 타르 사막, 서쪽으로는 2,000Km의 들락날락 해안선을 배경으로 사막의 대상교역과 해양교역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고대부터 인도아대륙의 향신료, 직물이 인근 페르시아, 중동, 아프리카, 유럽으로 연결되는 핵심통로 역할을 해 왔다. 마르와리에는 못 미치지만 근검이 몸에 배었고 확신이 서면 ‘몰방’할 정도의 공격적 투자를 하는 ‘보부상 DNA’로 유명하다. 
 
인도 제 1의 기업집단인 릴라이언스(Reliance), 인도의 인프라 산업을 선도하고 세계 3위 부자로 등극한 아다니(Adani), 세계 다이아몬드의 80% 이상을 가공하고 있는 수랏(Surat) 지역을 대변하는 돌라키아(Dholakia) 가문, 미국 모텔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파텔(Patel) 가문 등이 대표적인 구자라티다. 
 
마르와리가 인도 전역에 분포되어 있다면, 구자라티는 서부의 뭄바이 및 구자라트, 북미 쪽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모 대기업 회장이 “인도 기업 중 이곳 하나 빼고는 안 믿는다”고 한 그 인도기업 ‘타타(Tata)’가 대표하고 있는 상인집단 파르시(Parsi)다. 파르시는 바른 생각, 바른 말, 바른 행동을 생활신조로 불을 숭상하는 세계 최초의 일신교, 조로아스터교를 신봉하는 집단이다. 
 
이란 본토 이슬람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종교적 박해를 피해 8~9세기 무렵 이웃 인도 해안가 구자라트 지역으로 이동 후 타고난 근면성과 정직, 동물적 감각으로 인도 산업화를 선도한 집단이다. 
 
인구가 6만에 불과하지만 인도 핵폭탄의 아버지 호미 바바(Homi Bhabha),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Zubin Metha)를 배출하였고, 한 집 넘어 박사라 할 정도의 세계 초일류 소수 민족 및 종교 공동체다. 
 
인도 근대화와 최첨단화를 선도해 온 인도 제1 기업집단이자 존경받는 기업의 대명사 타타, 인도 생필품 제1 기업군 고드레지(Godrej), 세계 제 1의 백신 제조기업 SII(Serum Institute of India)가 대표적인 파르시계 기업이다. 이웃 이란 및 독일계와 같은 아리안계로 파란 눈과 서구적인 풍모로 마치 유럽계 상인을 대하는 착각에 빠질 때가 많다. 
 
●G3 인도 상인, 소상인 그룹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 파르시가 아리안계라는 민족적 단일성과 조로아스터교라는 종교적 특성이 교차한다면, 인도 4대 상인집단인 자인(Jain) 상인집단은 자인교라는 인도 전통 종교를 신봉하는 상인집단이다. 
 
불교와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600년경 인도에서 태동한 자이나교의 윤회, 불살생(Amimsa) 교리 상 허용되는 교육과 상업 중 후자에 집중한 상인집단으로, 주로 인도 북서부 및 수도 델리에 집중 분포되어 있다. 파르시와 함께 신뢰의 상인집단으로 유명하다. 
 
타고난 근면과 DNA에 천착된 사업 감각으로 인도 북서부 중견, 대기업의 3분의 1이 자인이라고 알려진다. 인도 최대의 제약기업을 일군 Sun Pharma의 Dilip Sanghvi, 당대에 전력·항만 등 인도 인프라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아다니 그룹(Adani Group)의 세계 3위 부자 가우탐 아다니(Gautam Adani)가 자인 출신 기업가다. 인구 500만으로 인도 세금의 3분의 1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商)’은 이미 생산된 물품의 이동 및 판매와 관련된 경제활동이다. 따라서 물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제조·생산하는가의 ‘공(工)’과 구별된다. 
 
상과 상업, 상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소싱 및 판매와 관련된 정보력과 네트워킹 능력, 거래비용 감소를 위한 상거래, 금융시스템의 개발이다. 제조업이 발달한 독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제, 상업 마인드가 전통적인 상인계급과 다른 이유다.
 
인도 상인은 일반적으로 장기적인 거래 안정성보다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 것으로 알려져 았다. 인도 상인에 대한 평가가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이유다. 필자도 이에 일정부분 동의하고 북부 지역에서 이와 관련된 많은 경험도 해 보았다. 
 
그러나 상인, 상인집단의 상관행과 문화란 것이 3000년 넘는 오랜 기간, 질곡의 카스트 제도 하에서 날이 새면 바뀌는 통치 세력과 외침과정에서 형성된 인도 상인집단의 종족 보존과 번식 본능의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만, 그 많은 인도상인 소집단 중, 우리나라 개성상인을 넘어서는 신용과 상관행으로 유명한 상인집단도 있고, 인도에서도 일반적으로 평판이 안 좋은 북부 지역의 상관행 평판을 인도 서부, 남부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인도는 너무 크고 또 다양하다. 
 
인도는 이미 영국의 GDP를 넘어선 G5이고,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며, 평균 연령이 28세인 젊은 국가다. 중국은 이미 정체기로 접어들었고, 수출, 투자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중국을 대체, 보완할 나라로 인도만한 나라가 있겠는가? 인도상인, 소상인 그룹들에 대해 마음 준비는 하되, 열린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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