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파키스탄에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있었지만 글로벌 시장과는 격차가 존재했습니다. 일상생활과 산업 생산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이 결과 디지털 금융, 전자상거래 및 결제 등을 뒷받침하는 정책과 시스템이 미흡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2019년 ‘디지털 파키스탄’을 발표하고 전자상거래를 위한 소비자 및 개인정보 보호, 국경 간 거래, 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이후 정부 정책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파키스탄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도약기를 맞았습니다. 쇼핑에서 음식 주문, 호텔 예약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파키스탄에서도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가능합니다.
현재 파키스탄에는 5000개가 넘는 IT 회사와 콜센터가 있으며 그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IT 제품 및 기술, 소프트웨어(SW) 분야에 30만 명 이상의 영어 가능 전문가가 종사하고 스타트업 창업 문화가 확산하면서 매년 2만 명 이상의 IT 졸업생과 엔지니어가 배출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은 미국, 영국, 브라질에 이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4위의 프리랜서 성장 가능 국가입니다.
전자상거래 데이터 플랫폼 이커머스DB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1년 전년 대비 45% 성장해 60억 달러 매출로 이란을 제치고 세계 37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올해는 76억6600만 달러를 창출할 전망입니다.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파키스탄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2~25년 매출액 기준 연 6.09%의 성장률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9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 파키스탄의 인터넷 가입자는 전년보다 1100만 명 증가한 6100만 명이고 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4600만 명이 스마트폰을 통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사용자는 인구의 77%에 해당하는 1억7300만 명이고 3G 및 4G 사용자는 2021년 3월 현재 9812만 명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전자상거래 서비스 이용자는 65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파키스탄 내 인터넷뱅킹 이용자도 2015년 180만 명에서 2019년에는 330만 명으로 80% 가까이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모바일 금융 서비스 이용자는 220만 명에서 560만 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주요 시중 은행과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업체들은 전자지갑 서비스도 속속 도입해 2015년 1530만 개였던 모바일 지갑 수가 2019년에는 3570만 개로 확대됐습니다. 전기요금, 전화요금 등 공공 서비스 요금을 모바일로 납부할 수 있을 만큼 전자결제 서비스가 일상생활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전자상거래 매출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패션과 미용이 70%를 차지하고 여행 및 숙박, 전자 및 미디어 12%, 식품 및 개인용품 11%, 장난감, 취미 및 DIY 4%, 가구 및 가전제품 4%입니다. 서구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공휴일과 주요 기념일, 새해 및 결혼·쇼핑 시즌 등에 트래픽이 많고 크리켓 등 현지 주요 스포츠 이벤트와 관련해 장비 및 의류 구매가 활발한 편입니다.
파키스탄에서 전자상거래 포털이나 앱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먼저 오프라인 유통망을 운영하던 의류, 화장품 등 특정 품목 중심 유통업체와 카르푸 같은 종합 유통기업들이 오프라인 유통 상품들을 온라인 포털을 개설해 판매하는 경우입니다. 파키스탄의 대표적인 의류기업 굴아흐메드가 대표적입니다.
두 번째로는 글로벌 기업의 투자로 시작된 전문 온라인 유통망이 있는데, 초기 독일계 회사가 운영하던 것을 중국 알라딘에서 인수해 사업을 서남아시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고 있는 다라즈가 그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중소 소비재 수입 유통업체가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유통망을 활용하거나 소규모 자체 온라인 상점을 구축한 경우입니다.
파키스탄의 소프트웨어 업체 인포테크의 최고경영자(CEO) 나시르 아흐메드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5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로 청년 비율이 64%이고 인터넷이 폭넓게 전파돼 있기 때문에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전년 대비 1100만 명이나 증가한 6100만 명이 넘는 데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전자상거래는 파키스탄 기업들에게 유망한 분야가 확실합니다.
파키스탄의 전자상거래 업체 다라즈의 자인 아흐메드 매니저는 “파키스탄의 전자상거래 부문은 고도 성장단계에 있으며 이는 코로나19가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트래픽과 지출을 증가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며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데 익숙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온라인 구매를 크게 주저했던 사람들이 온라인 고객으로 유입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 소식을 전한 KOTRA 카라치 무역관은 “파키스탄 소비재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 기업이라면 이곳 전자상거래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입점을 시도해볼 만하다”면서 “제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현지 사회공유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사이트를 적극 활용해 마케팅을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무역신문 wtrade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