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6)

kimswed 2022.11.27 08:03 조회 수 : 6745

진화하는 ‘솽스이’, 변화를 잡아라
 
        
중국정부는 11월 11일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기간 2일 단축, 2차 밀접접촉자 추적조사 중단 등 새로운 방역 완화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글로벌 쇼핑축제로 성장한 중국 ‘솽스이’ 날이기도 했다. 점차 하방압력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일등공신인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솽스이에 맞춰 완화정책을 발표한 정부의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신과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갑을 닫고 있는 중국인들의 소비를 자극할 수 있을까? 
 
솽스이는 2009년 알리바바가 타오바오를 통해 처음 행사를 시작한 이후, 매년 매출 신기록을 갱신하며 블랙 프라이데이를 넘어 세계 최대의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했다. 
 
▲11월 11일 허난성 란산현의 한 물류회사에서 직원들이 택배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란산(중국 허난성)=신화/뉴시스]
왜 ‘솽스이’ 실적 발표를 안 했나
 
14년째를 맞이한 올해는 예상대로 엄격한 제로 코로나 방역에 따른 위축된 소비심리로 인해 쇼핑축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특히 매년 11월 11일 24시 알리바바, 징동 등 플랫폼별로 공식 발표하는 당일 거래 총매출액∙총상품 판매량인 GMV(Gross Merchandise Volume)를 올해는 발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매출하락, 판매부진 등의 이유로 고의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분석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증권사 리포트 및 조사기관의 분석 자료를 종합해보면, 전체 GMV는 전년대비 13.7% 증가했다. 
 
그렇다면 GMV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사회의 분위기가 이성적, 합리적 소비행태로 전환되면서 플랫폼간 불필요한 상호 경쟁을 회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부의 ‘공동부유’ 정책 기조에 플랫폼 기업이 구체적인 매출액과 판매량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소비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고 일부기업에 의한 독점적 시장 지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중국 유관기관 자료에 의하면, 플랫폼∙물류 및 기타 자료를 종합해 주요 플랫폼의 올해 GMV를 추산한 결과, 티몰은 약 5000억~5400억 위안(약 94조~101조 원), 징둥은 3300억~3600억 위안(약 62조~68조 원), 더우인은 1100억~1200억 위안(약 20조800억~22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솽스이 매출은 매우 양호
 
티몰은 148개 품목이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했고, 징둥은 2000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가 5000만 개 이상의 가전제품을 구매했다. 
 
특히 더우인은 숏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42% 증가했고, 라이브커머스 누적시간이 3821만 시간으로 전년대비 50% 늘어나며 참여한 기업 브랜드도 전년 동기대비 86% 증가했다. 
 
한국의 LG생활건강의 경우 비록 솽스이 매출액이 전년대비 7% 감소한 약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중국 뷰티기업의 약진과 소비둔화의 상황에서도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알리바바 중심의 플랫폼에서 틱톡과 콰이쇼우 등 새로운 옴니채널(Omni Channel) 서비스로 다양화한 결과이다. 
 
따라서 비록 매출실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솽스이는 여전히 중국 소비성장과 변화를 이해할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림] 중국 광군제 GMV 옴니채널 매출액 변화
주: 종합커머스+라이브커머스+뉴리테일+공동구매 등 옴니채널. <출처: 星图数据 및 中商情报>
 
올 솽스이에서 나타난 3가지 변화
 
올해 솽스이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과 소비 성향의 변화를 보이며 더욱 진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 3가지 특징과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소비자 중심의 옴니채널 서비스를 통한 매출 확대이다. 옴니채널은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를 말한다. 
 
중국 플랫폼들은 이커머스와 물류의 상호 작용을 풀필먼트(Fulfillment)로 구현해 온라인 유통으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체험소비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고 온라인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이커머스 환경 변화에 맞춰 브랜드사는 웨이보, 샤오홍수 등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 SNS형 플랫폼에서 시딩을 진행하고, 매출 트래픽은 커머스 플랫폼으로 유입시키는 전략이 향후에도 가장 유효한 중국 시장 접근방법이 될 것이다, 
 
둘째, 첨단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중국 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메타버스 마케팅이 올해 솽스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이다. 
 
알리바바는 VR기술을 활용한 사이버 상품관을 선보였고, 3D 상품체험관을 통해 가상체험을 할 수 있는 모바일 APP을 출시하면서 중국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타오라이브 시티(Taolive City, 未來城)로 명명된 사이버 소비체험형 가상세계를 선보였고, 티몰 명품 디지털 추천관에서는 가상인물인 티모(TIMO)가 갤러리 및 예술관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3D 공간의 VR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명품을 추천받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티몰은 ‘지금이 바로 미래(趁当下不将就),’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미래가 바로 우리 앞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Z세대의 호기심과 소비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타오라이브 시티와 티몰의 명품관의 가상인물 ‘티모’ 이미지. 출처: 바이두
셋째, 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알뜰소비 마케팅과 궈차오(国潮, 자국제품 구매) 열풍의 지속적인 확산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사를 중심으로 이른바, ‘돈 절약(省钱)’ 마케팅을 통해 중국 Z세대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좋은 판매실적을 내고 있다. 
 
‘핫한’ 단품의 반값 할인행사나 대형+소형, 정품+샘플 등 다양한 조합세트 묶음 판매 전략으로 현명하고 이성적인 중국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해 매출을 제고시켰다. 
 
한편, 최근 중국소비 트렌드로 부각되고 있는 궈차오 열풍이 변함없이 지속되었다. 
 
티몰의 경우 10월 31일 사전판매 첫날 1시간 만에 1억 위안(약 190억 원)을 돌파한 102개 브랜드 중 절반 이상이 중국 브랜드이고, 징동은 사전판매 기간 판매액 상위 20위권 품목 중 디지털 가전(메이디, 하이얼, TCL 등), 뷰티제품(PROYA, WINONA, CHANDO, Florasis) 등 품목의 80% 이상이 중국 제품이다. 
 
더우인의 첫날 판매액 기준 화장품, 여성의류 등 여러 소비재 제품군 순위를 보면 역시나 중국브랜드가 거의 대부분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이념 아닌 시장으로서의 중국을 보라
 
한국 기업의 판매 성적표도 결코 나쁘지 않다. 
 
생활뷰티기업인 애경산업은 260억 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60% 성장했고, 쿠쿠전자 매출도 전년대비 20% 늘었으며, 유아생활용품 기업인 메디앙스는 1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업들의 성공비결은 급변하는 중국시장을 끊임없이 연구 탐색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이념적 중국을 떠나 시장으로서 보는 경제적 접근노력을 꾸준히 지속했다는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중국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나 소비 트렌드 변화에 맞는 제품 및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돈에는 이념과 사상, 이데올로기라는 꼬리표가 없다. 
 
내년 솽스이는 또 어떠한 변화가 생겨날지 유심히 중국시장을 모니터링 해야 한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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