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문화 포용성의 상징, Tata와 Parsi
 
 
●기업가치 3000억 달러로 ‘민간정부(Private Government)’로 불리는 인도의 타타그룹(Tata Group) = 타타그룹은 조화와 포용의 5000년 인도 문화를 대변하는 인도의 국가대표 기업집단이다. 우리나라에 삼성과 현대가 있다면 인도에는 타타와 릴라이언스(Reliance)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인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타타라는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둬야 무시를 안 당한다.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도 믿을 만한 인도 기업으로 타타만을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1868년 창업된 150년 역사의 뿌리 깊은 기업집단이고, 철강, 자동차, 화학, 인프라, IT서비스, 소비재 분야의 30여개 선도기업군을 통해 연매출 1300억 달러, 70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인도 IT 서비스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산하 TCS(Tata Consulting Service)의 1000억 달러를 포함, 타타그룹 산하 기업가치 평가총액이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초일류 기업으로 등극한 우리나라 삼성전자 평가액 3000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국의 Land Rover나 Jaguar 자동차, 세계 제1의 Tea 브랜드 Tetley도 이 타타그룹에 편입된 브랜드다. 2002년부터는 우리나라의 대우상용차(버스) 군산 공장 등 전 세계 100여 국에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타타그룹 타타스틸 표지판 [AP/뉴시스]
인도 전역 어디를 가도 Tata Car, Tata Steel, Tata Infra, Tata Chemical, Tata Telecom, Voltas(Tata Aircon) 등 기간산업은 물론 호텔(Taj Hotel), 유통(Croma), 보석(Tanishiq) 등 유통 레저와 생필품(Tata Salt)에 이르기 까지 거의 전산업 영역에서 타타를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에 인도산 커피를 공급하고 있는 곳도 Tata Coffee다.
 
특이한 것은 핵심 산업군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독과점 횡포나 특혜 논란이 없고 인도 국민들의 타타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남다르다는 점과 사회적 기여를 강조하면서도 미래 산업군을 내다보는 사업적 감각과 수익성면에서도 발군이라는 점이다. 
 
타타(Tata)란 기업명은 인도 대부분의 기업이 그러하듯 자기 가문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1868년 Jamsetji(인도에서는 존칭으로 Ji를 이름 뒤에 붙임, 순수이름은 Jamset) Tata가 인도 파르시(Parsi)의 근거지인 봄베이(현 Mumbai)에서 무역업으로 창업한 이래, 본인 및 아들 손자 대에 걸쳐, 축적한 자본을 인도 최초의 근대식 방직공장, 인도 최초의 수력발전소, 인도 최초의 일관제철소에 연결시켰다. 
 
피식민국 인도 땅에 세계 최초로 8시간 근무제와 의료보험, 연금제도를 도입했고, 북동부 Jharkand 산지에 제철소를 건립할 때는 의무에도 없는 도시 내 학교, 병원, 공원, 주택 등을 타타 자금으로 일괄 건설했다. 이러한 전통은 그 아들, 손자, 후손 대에 이어져 자신들의 부 대부분을 Tata Trust 등 자선기금에 출연해 왔다. 
 
●그룹 지분 3분의 2를 Tata Trust등 자선단체가 보유… 교육, 보건, 불평등 해소에 투자 = 현재 타타그룹은 Tata Sons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회사 형태인데 이 Tata Sons의 약 3분의 2 지분이 Tata Trust 등 자선기금이다. 따라서 막대한 타타그룹 수익금이 20세기 초중반부터 현재까지 Tata Institute of Fundamental Research 등의 연구, 교육, 보건, 문화 진흥과 빈부격차 해소 분야에 투자되어 왔다.
 
그래서 타타는 릴라이언스와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양대 기업군이지만 릴라이언스의 무케쉬 암바니(Mukesh Ambani)가 아시아 최고 부자인 반면, 최근까지 타타그룹의 도약을 이끈 Ratan Tata의 인도 내 부자순위는 400위권 밖이다. 인도 타타가 정부가 할 일을 기업이 하고 있다는 의미의 ‘민간정부’로 불리는 이유다. 상속세 회피용이란 혹자의 주장도 상속세가 없었고, 지금도 없는 인도에는 앞뒤가 안 맞는 논리다.
 
타타의 기업문화 뿌리는 인도 파르시(Parsi)다. 파르시는 ‘페르시아에서 이주해 온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이슬람 물결이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 몰려오자, 세계 최초의 일신교로 알려진 조르아스터교 신념을 지키기 위해 8~10세기에 걸쳐 인근 인도의 구자라트 지역에 집중 이주, 정착했다.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의 가르침과 종교 의식을 이주한 땅에서도 지켜 왔고, 자녀 교육과 일족 내 유대와 연대를 강화해 왔다. 
 
19세기 중엽 구자라트 수랏 항의 대안으로 7개의 섬을 매립해 만든 봄베이가 대영제국과의 물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수많은 파르시가 뭄바이 건설과 산업화 과정에 주도적으로 이주, 참여했고, 타타 가문도 이 흐름에 동참하면서 그룹의 초석을 쌓았다.
 
▲지난 9월말 인도 뭄바이에서 타타 티아고 전기차(Tata Tiago EV)에서 만든 전기차가 글로벌 런칭 행사장에 전시돼 있다. [사진=AP/뉴시스]
참고로 파르시는 약 6만 인구로 인도 산업계, 학계를 선도하는 초일류 이주민족 집단이다. 인도의 경제수도이자 제1 항구인 뭄바이와 인근 푸네(Pune)에 집증되어 있고, 최초 정착지인 구자라트주에 일부 분포되어 있다. 뭄바이 시 남부의 ‘Dadar Parsi Colony’는 약 1만 명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파르시 집단거주지역으로, 배화교 양식의 ‘Parsi Temple(Agiary라 불림)’과 ‘조장탑(배화교는 조장 전통을 고수하고 있음)’이라는 인도에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파르시 중 약 80% 정도가 경제계, 나머지는 교육 및 예술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타 외에 ▷그 비싼 뭄바이 부동산을 배경으로 인도 제일의 200억 달러 부동산 기업을 일군 Mistry Group ▷인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Godrej ▷인도 민항기 시장의 양강 Wadia Group, 그리고 ▷그동안 구축한 세계 제1의 백신 생산능력으로 최근의 글로벌 코로나19 재앙 극복에 크게 기여한 SSI(Serum Institute of India)가 대표적인 파르시계 기업이다. 과학 및 연구, 예술, 정치 분야에의 기여도 매우 커 인도 핵폭탄 개발의 아버지 Homi Bhaba, 세계적인 지휘자 Zubin Metha,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남편 Peroz Gandhi 등이 파르시다.
 
한 때 융성했을 때는 15만 명을 넘겼으나 모계만 인정하는 순수혈통 고수와 타종교도와의 통혼 증가, 경제적 자립 후 결혼하는 관행 등으로 인구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어 지도층은 파르시 증가 방안에 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한 구자라트주 경제수도 암다바드(Ahmedabad)에 이교도와 결혼하면 풍요롭던 환경과 가족과의 연결이 단절되고 다니던 파르시 사원에의 출입이 봉쇄될 것을 알면서도 건축디자인 쪽으로 유학 온 한국 청년과 결혼한 용감한 파르시 여인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상공회의소 격인 인도 CII(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의 서북부 회장은 인도 Powder 음료 시장의 선도기업을 할아버지 대로부터 물려받은 파르시로, 구자라트 거주 6000여 파르시 족보를 꿰뚫고 있었다. 
 
파르시 대부분이 아리안계 혈통을 그대로 온존하고 있어 현장에서 보면 마치 하얀색 피부의 건장한 서구인, 독일인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11월 초 한-인도경제협력 세미나 부산 행사에서 타타대우버스 사장님을 같은 테이블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이 내부에서 보고 느낀 타타의 특성은 무엇인가, 20년 이상 한국에서 성공적인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왜 노사분규가 없나, 쌍용차 인수 후 도주한 중국기업이나 쌍용차에서 철수한 인도 마힌드라 그룹과 비교한 타타의 특징은 무엇인가를 물어 보았다. 
 
그가 본 타타 가문 및 파르시 사람들은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고, 물리적으로 다투는 법이 없으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반드시 찾아내는 사람들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파르시의 80%가 비즈니스에 종사하고 가난한 파르시는 없다는 이야기도 더해 주었다. 
 
필자가 이해하고 있는 파르시는 유대인을 넘어선 세계 초일류 소수민족 집단이다. 본토를 떠나 타국으로 이주한 10만 명도 안 되는 소수민족 집단이 1000년 넘는 세월 동안 자신의 종교, 생활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이주한 국가의 산업 근대화를 선도하고, 수많은 과학자, 예술가들을 배출했고, “파르시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는다”고 할 정도로 온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고 있는 이 드문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설명해야 하는가?
 
유대인의 디아스포라, 영국 신교도의 아메리카 신대륙 이주는 아마 오늘의 이스라엘,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한 극적 전환점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와 곡절을 낳았다. 혹자는 긴 역사적 여정과 결과물의 불가피한 과정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필자가 인도와 연을 맺은 지 30여 년, 현지 생활 8년을 반추해 보면, 인도가 공존 내지 조화의 땅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여지가 있으며 여백이 있다. 굳이 한쪽으로 내 것을 강요하지도 않고 주변의 사물과 사람과 그 사람들의 생각을 인정한다. 최소한 모르는 척해 주거나 그러려니 해 준다. 윤회의 세계관과 우주관을 만들었다. 이러한 인도아대륙의 전통이 0이란 개념과 아라비아 숫자를 만들어 냈고 인도판 종교, ‘힌두스탄 철학’이라는 서양과도, 동양과도 확연히 구별되는 인도아대륙의 독자적 전통과 유산을 인류에 더했다. 
 
인도 파르시, 그리고 이를 대표하는 타타는 선을 추구하는 파르시 종교 전통이 이주한 인도아대륙의 관용성과 포용성과 만나, 1000년 이상을 서로 고마움과 교감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낸 ‘인도향 디아스포라’의 절정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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