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7)

kimswed 2022.12.13 06:47 조회 수 : 5983

시진핑 3.0 시대, 외자유치 정책의 변화와 의미
 
        
지난 10월 20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중국 정부가 외국 첨단제조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0월 13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공신부, 자연자원부, 생태환경부, 교통운수부 등 6개 부처 공동으로 우수 제조기반의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획기적인 내용을 담은 ‘제조업 중심의 외자 안정적 확대 및 질적 향상을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28일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동으로 수정된 ‘외국인투자 장려산업목록(2022년)’을 발표하며 외국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2022년 한 해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경직된 중국 내 기업환경 등의 대내적 요인과 미국의 대중국 제재강도 심화, 강달러에 따른 미중 간 금리격차 등 대외적 요인이 합쳐지면서 외국기업 및 외국자본의 탈중국 조짐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향후 중국시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우려가 외국자본과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확대를 움츠리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최근 국내외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탈중국’ 및 ‘차이나 엑소더스’, ‘차이나 런’ 등이 실제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및 외국자본들이 모두 탈중국하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중국시장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오해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우선 무분별하게 남용하고 있는 탈중국 관련 용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중국내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의 탈중국과 중국 주식·채권·외환 등에 투자한 외국자본들의 탈중국 문제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첫째, 중국에 진출해 있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경우 엄격한 코로나 방역과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에 대한 투자는 국내외 보도된 것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중국 외환관리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보다 32% 늘어난 3340억 달러로 빠른 증가를 보였다. 비록 2022년은 성장세가 약간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국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 4월 상하이에 있는 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사업하는 300개 넘는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제조업체의 72%는 향후 3년간은 생산시설을 중국 밖으로 옮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둘째, 중국 주식·채권·외환에 투자한 외국자본의 탈중국 이슈로 이른바, ‘차이나 런(China run)' 현상이다. 차이나 런은 중국 회피와 차이나 뱅크런의 합성어로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에 따른 테크기업들에 대한 투자기피 현상을 의미하는 금융용어이다. 
 
실제 중국증시에서 외국자본의 차이나 런 현상은 이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10월 20차 당대회 기간 자본시장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우려로 등락을 반복했고, 12월 초 점진적인 코로나 방역완화 가능성이 발표되자 투자기회로 본 외국자본이 몰리면서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일부 보도된 내용을 너무 침소봉대해서는 안 되고, 일희일비해서도 안 된다. 
 
분명 중국은 언급한 대내외적인 이유로 경제하방과 그로 인한 실업률 상승 등에 직면해 있고, 따라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비즈니스와 투자는 항상 위기와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와 변화 속에 생겨나는 기회와 시장의 성장에 투자하고 그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따라서 지난 10월 발표된 제조업 중심의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안정화 정책은 중국 대외개방의 새로운 시그널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우리기업은 동 정책을 활용한 좀 더 중장기적인 중국접근전략을 짜야 한다. 이 정책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자유로운 인적왕래, 외국기업의 중국증시 상장지원, 네거티브 리스트 확대, 외자구조의 최적화 등 총 15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하이 야경.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필자는 동 정책이 우리기업 입장에서 크게 3가지 관점에서 가져올 변화와 기회에 주목한다. 
 
첫째, 외국기업에 대한 회사채 발행과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금융 및 자본시장의 개방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외국기업 중 조건에 부합되는 경우 메인보드, 상하이 커촹판(STAR Market), 선전의 차스닥 상장을 통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작년 11월 신설된 베이징증권거래소 상장과 우리의 코넥스와 비슷한 중소벤처기업 전용 장외주식시장인 신삼판(New Third Board)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향후 중국내 정책 및 상업은행과 외국기업간 금융서비스와 융자지원을 위한 각 지방정부별 매칭 활동도 점차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중국정부가 시행한 외국기업 우대정책과 비교해보면 매우 획기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탈중국 분위기 확산에 따라 자국 내 우수한 외국 제조기업을 잡아야 하고 나아가 유치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고육책으로 그만큼 중국정부도 조급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둘째,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장려산업목록에 따라 개방을 확대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시행과 내국민 대우를 더욱 개선한다는 것이다. 외국투자기업에 대해 각종 정책지원, 지재권보호, 입찰, 정부조달 등 방면에서 중국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업영역에 따라 환경, 물류제공 및 출입국 편리화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기업친화적 밀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 중국에서 제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기업의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운영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조기반의 중점산업 및 영역에서 외자기업 투자프로젝트에 대한 토지혜택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80-90년대 중국 지방정부는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기업에게 경쟁적으로 저렴한 토지 및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우뚝 섰다. 그러나 토지보상제도의 비효율성 및 친환경 정책 강화로 인해 위축되었던 토지공급 혜택을 다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장려산업 프로젝트에 대해 토지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전국 산업용지 출양 최저가 표준의 70% 이상의 가격으로 출양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은 시 주석의 3연임 이후 처음 발표된 외자유치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기업 입장에서 중국 투자에서 얻게 될 경제적 효용과 향후 미중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시장의 불확실성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유럽 및 일본, 대만 등 경쟁기업이 중국 증시상장 및 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 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우리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경쟁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미 중국내 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동 정책을 최대한 활용하며 시장과 정책의 부가가치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제재에 직접 해당되지 않는 업종의 신규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도 좀 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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