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8)

kimswed 2022.12.28 08:09 조회 수 : 4763

중국경제의 ‘고품질 발전’ 함의와 변화 
        
 
요즘 중국경제 및 산업, 무역관련 정책을 보면 ‘고품질 발전(高质量发展)’ 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일대일로의 고품질 발전전략’, ‘14∙5(2021-2025) 대외무역 고품질 발전계획’, ‘중국 차세대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 고품질 발전계획’, ‘철강산업 고품질 발전 지도의견’, ‘신시대 시대 중부지역 고품질 발전의견’ 등이다. 
 
도대체 ‘고품질 발전’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또 향후 어떤 방향으로 성장 발전하겠다는 것인가. 이에 대한 논쟁이 분분하다.  
 
중국식 현대화가 시진핑 3기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라면, ‘고품질 발전’은 중국경제의 향후 발전방향을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이다. 
 
중국정부의 공식문서에서는 고품질 발전을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의 핵심 임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고품질 발전을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히면서 고품질 발전은 향후 시진핑 3.0시대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AP/뉴시스] 1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막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고품질 발전을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히면서 고품질 발전은 향후 시진핑 3.0시대 경제정책방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거시경제의 방향과 전략을 설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한국의 ‘기획재정부’ 역할) 허리펑 주임은 지난 11월 인민일보에 ‘고품질 발전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건설의 중요 임무’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허 주임은 향후 5년 중국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농촌지역의 현대화, 산업공급망의 유연성 향상, 서비스산업 및 자본시장의 지속적 개방 확대, 디지털차이나 건설박차, 현대화된 산업시스템 구축 등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3.0 시대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중국경제, 산업 및 지역발전을 위해 대내적으로는 국내대순환(내수시장 확대)을 통한 경제자립을 공고히 하면서 도∙농간, 동∙서간 격차를 줄여 안정적 경제발전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고품질 발전이 중국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함의와 변화를 크게 대내외적 2가지 관점에서 분석한다. 
 
첫째, 대내적으로 내수시장과 디지털경제를 기반으로 경제성장방식을 고도화, 집약화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고품질 발전은 과거의 노동집약형 고성장 발전단계에서 혁신을 통한 첨단산업 육성과 디지털 중심으로 경제체질을 바꾸는 고품질 발전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한편, 고품질 발전은 향후 중국 대외무역정책에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14∙5 대외무역 고품질 발전계획>을 보면 향후 2035년까지 산업고도화를 통해 대외무역의 고품질 발전을 이루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향후 중국시장개방 확대, 수입무역촉진 혁신시범구(进口贸易促进创新示范区) 심화육성, 수입무역 플랫폼의 다양화와 수입무역 편리화 기능 확대 등 정책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0년 5월 발표된 <대외무역 혁신발전 추진에 관한 실시의견>에서 이미 중국정부는 수입박람회 등 무역촉진 플랫폼 구축확대 및 수입무역촉진 혁신시범구 육성을 통해 대외무역의 고품질 발전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어 중국과 수출입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대외무역정책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아가 중국은 서비스 및 디지털무역을 확대하고, 저탄소 및 녹색산업으로의 전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아프리카 등 신흥시장과의 무역확대를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전국적으로 구축중인 국경간 전자상거래(Cross Border E-Commerce) 종합시험구 건설을 더욱 심화∙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보여 우리 소비재 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진출지역에 맞는 종합시험구 활용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대외무역 고품질 발전계획>에서 국경간 전자상거래 소매제품에 대한 수입관리감독을 최적화하고, 유연한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향후 중국 국경간 전자상거래 비즈니스 정책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대외적으로 미국제재에 맞서 중국경제를 더욱 내재화, 자립화, 주변화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 고품질 발전이라는 용어는 2017년 10월 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처음 등장했지만, 2018년 미중간 무역충돌이 시작되면서 고품질 발전이라는 표현이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산업 제재가 본격화되자 중국 국무원은 2020년 8월 <차세대 반도체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고품질 발전 촉진정책>을 발표했고, 각 지방정부는 지방특성에 맞게 반도체 관련 고품질 발전정책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반도체 고품질 발전전략을 살펴보면,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재정∙조세, 투∙융자, R&D, 수출입, 인재양성, 지식재산권, 국내 내수시장 확대, 국가간 협력 확대 등 8대 분야의 고품질 발전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및 바이오의약 등 첨단산업육성을 위해 핵심 반도체기업에 10년간 기업소득세 면제, 관련 산업 창업펀드 및 금융기관의 중장기 신용대출 확대, 회사채 및 어음발행 등 기업융자 방식을 더욱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발맞추어 지방정부도 반도체산업의 고품질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쑤성 난징시는 반도체 특화도시육성을 위한 고품질 발전전략, 상하이는 반도체, 인공지능 등 국제 프런티어 수준의 산업 프로젝트 유치를 위한 고품질 발전전략, 후베이성 우한시는 메모리 칩, 광통신 칩, 위성항법 칩을 집중 육성 발전시키는 반도체 고품질발전전략, 광둥성 주하이시는 주하이 첨단기술산업개발구 집적회로 산업발전계획 등 지역맞춤형 반도체산업 고품질 발전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서 주변 연선국가들과 연합해 일대일로 전략의 고품질 발전을 확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속화시키고, 글로벌 산업공급망의 분업 및 협력을 강화해 미국제재에 대응하겠다는 중장기적인 야심과 속내가 숨어 있다. 
 
지난 12월 6일 개최된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시 주석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기본 사상으로 중국식 현대화와 고품질 발전을 통해 2023년 중국경제 성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중앙정치국 회의는 공산당 서열 1위부터 24위까지 최고 지도부가 참석하는 상설 회의기구로 중국경제운용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임을 감안하면, 향후 고품질 발전이 중국경제체질 변화의 중요한 키워드임에 틀림없다. 
 
중국사업의 핵심은 어떻게 공산당의 정책 방향성에 초점을 맞추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중국경제의 변화가 몰려오는 듯하다. 중국에 대한 기존 사고와 고정관념을 버려야 중국사업이 보인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 미국 미주리주립대학 방문학자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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