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중국에서 라이딩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자전거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로베리파이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건강, 운동을 위해 라이딩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62.6%에 달했다. ‘자전거를 일종의 교통수단으로 애용한다’는 대답 역시 60%에 육박했다. ‘환경 보호’ 개념의 확산도 중국인들의 라이딩 열풍에 영향을 미쳐 이를 원인으로 꼽은 응답자가 50%를 넘었다.
중국 내 라이딩 애호가들은 주로 2030 청년 세대다. 특히 27~39세가 62.2%나 됐는데 중국의 시장조사 연구기관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건강과 환경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급상승하면서 자전거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기관의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기간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감, 중국 내 휘발유·경유 값 급등, 1·2선 도시의 자전거 도로 등 친환경 인프라 건설 확대 등도 자전거 수요 급증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내 자전거 생산도 다시 회복되는 양상이다. 공유 자전거 열풍이 식으면서 2018년 중국의 자전거 생산량은 전년의 7000만 대에서 5700만 대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이후 2020년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3.7% 증가하며 5000만 대 수준을 회복됐다.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는 중국 자전거 산업의 호황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자전거 시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큰 폭의 등락을 보였지만 2020년부터 안정적인 신장세를 유지해 작년에는 2000억 위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증가율이 둔화하겠지만 2025년까지 5% 이상의 증가율을 유지해 시장이 2600억 위안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호황기를 맞은 현지 업계는 시장수요에 맞춰 고객 개성을 표현하는 고성능 자전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트로베리파이의 조사에서 중국인들은 자전거 구매 시 성능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디자인, 가격을 선택한 응답자의 비중도 60%를 상회했다.
중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몰 징둥닷컴 관계자는 KOTRA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이던 1980~90년대와 달리 요즘에는 건강관리 스포츠용품이자 개성을 표현하는 교통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2030세대의 건강관리 수요,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성능과 디자인을 개발하고 가성비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 만족도)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스포츠 자전거 시장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국의 자전거 전문 온라인 사이트 메이치왕(biketo.com)은 “최근에는 산악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산악자전거보다 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로드바이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중국 내 스포츠 자전거 소유자 가운데 산악자전거의 비중이 2017년의 65%에서 2021년 48%로 줄어든 데 반해 로드바이크는 74%로 확대되면서 중국 스포츠 자전거 시장 1위 품목으로 등극했다.
프리미엄화 추세도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스포츠 자전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고가 제품에 관심이 많다. 메이치왕에 따르면 2021년 자전거 구매 예산이 1만5000위안 이상인 라이딩 애호가의 비중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커졌으며 1만5000~3만 위안인 라이딩 애호가가 25%를 웃돌았다.
‘파두스’, ‘트렉’, ‘스페셜라이즈드’ 등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날로 강화되고 있으며 대만 브랜드 ‘자이언트’와 ‘메리다’, 토종 브랜드 ‘세카’ 등 중고급 브랜드의 일부 제품은 재고가 없어 2~3개월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
수요가 급증하는 데 반해 수입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중국 내 프리미엄 자전거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매년 5만~6만 대의 자전거를 수입하는데 대부분 프리미엄 스포츠 자전거다. 2021년 수입량은 5만8000대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만6000대 느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중국의 자전거 수출이 1660만 대나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 프리미엄 제품의 생산라인 신·증설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중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하던 토종 브랜드들이 기술력 강화를 통해 내수를 충족시키는 것도 시간이 걸려 프리미엄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변속기와 같은 핵심 부품은 일본 시마노, 미국 스램 등 글로벌 강자 의존도가 9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 기업들의 단기에 추격하거나 자급률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다.
KOTRA 무역관은 “아이아이미디어리서치는 향후 중국 자전거 시장의 지속적 성장을 견인할 유망 품목으로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 전동 호버보드 등 전동 제품을 꼽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맞춰 배터리 안전성과 경량화 등 필요한 기술력을 강화해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OTRA 베이징 무역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