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의 차이나 포커스(11)

kimswed 2023.02.11 08:01 조회 수 : 2338

중국 리오프닝, 춘절 소비현장을 가다
 
        
최근 올해 춘절 기간 소비와 서비스 매출이 급격히 상승하며 중국 경제 회복의 청신호가 커졌다는 기사가 국내외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처음 맞이한 춘절인 만큼 14억 중국인들에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3년간의 봉쇄로 인해 억눌린 중국인들의 소비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춘절 기간 본격화된 소비회복
 
실제로 관련 데이터를 보면 중국 내에서 소비가 점차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문화여행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월 21~27일 춘절 공식 연휴기간 동안 중국 국내 관광객이 3억800만 명으로 전년대비 23.1% 증가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의 88.6% 수준까지 회복하며 그에 따른 국내관광 수입액은 3759억 위안(약 69조1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30% 증가하며 2019년의 73.1% 수준으로 회복한 상태다. 전국 유명 관광지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며 중국 서비스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출입국 인원도 전년대비 120.5% 증가했다.
 
또 전국 소매 매출액도 전년대비 12.2% 증가하며 중국 경제의 구원투수인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 춘절 기간 영화를 관람한 인원수는 1억2900만 명으로 극장가 박스오피스 수입이 67억5800만 위안(약 1조2418억 원)으로 전년대비 12% 증가하며 춘절 연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특히, 베이징, 상하이 등 1선 대도시의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춘절 기간 베이징시 60개 주요 상권의 인구 유입량이 2531만 명으로 전년대비 88.7%가량 늘었고, 상하이는 소비지출 금액이 323억 위안(약 5조9355만 원)으로 전년대비 81.2% 증가했다.
 
시장에서 예측한대로 작년 12월 위드 코로나에 들어갔고 올 1월 8일부터 코로나 관리 수준을 을류 전염병으로 분류하고, 감염자 및 해외입국자를 격리하지 않는 ‘을류 을급관리(乙類乙管)’ 정책을 시행하면서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이동제한 및 도시봉쇄 등 엄격한 방역정책으로 인해 수요가 억제되었다가 정부의 ‘리오프닝’ 정책 시행과 함께 중국인들의 소비수요가 분출되는 ‘펜트업 효과(Pent-up Effect)’가 향후 얼마만큼 지속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春節)'를 앞둔 1월 17일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 철도역에 여행객들이 몰리고 있다. 중국에선 위드 코로나와 함께 소비가 본격 회복되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정부의 다양한 소비촉진 정책 효과
 
중국 소비회복 및 내수확대의 출발점인 올해 춘절 소비의 특징과 변화는 크게 3가지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춘절 특수소비를 겨냥한 정부의 다양한 소비촉진 정책의 유인 효과이다. 춘절특수 소비촉진을 위한 정책은 작년 말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소비 및 내수확대의 중장기 규획 방안’에서부터 시작됐다. 
 
그에 따라 상무부는 작년 12월 30일부터 ‘2023년 중국 인터넷 춘절용품축제’를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과 협업해 개최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시민들에게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함과 동시에 춘절 특산물 배송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또한 ‘2023년 중국 온라인 연화절(年货节)’ 소비촉진 행사를 각 지역 특징에 맞춰 개최하며 중국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시켰다. 온오프라인 행사를 동시 진행하며 지역 특산 춘절선물, 식품판촉행사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는 방식이다. 
 
중국에서는 춘절 기간 구매하는 물품과 음식 등을 ‘연화(年货)’라고 부르는데,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에게 연화절은 아낌없이 돈을 쓰는 쇼핑 시즌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 새로운 물품을 구매한다기보다는 기존에 구매하려 했던 물품을 연화절 쇼핑 기간에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있다. 
 
한편, 지방정부도 소비쿠폰 발행, 온라인 마트 할인행사 등 소비 진작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예를 들어, 장시성(江西省)의 경우 춘절 소비쿠폰 발행 규모만 3억1000만 위안(약 570억 원)에 이르고, 장시성 내 1200여 개 쇼핑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가 더욱 확대됐다. 텐진시의 경우 춘절 자동차 구매보조금으로 차량당 6000위안(약 110만 원)을 지원했고, 산둥성 지난시의 경우 영화관람, 관광명소 참관, 도서구매, 전통 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는 500만 위안(약 9억2000만 원) 규모의 문화성 소비쿠폰을 발행해 시민들의 소비를 적극 장려했다.
 
건강·웰빙·품질 중시 소비패턴 보여
 
둘째, 기존과 차별화된 중국인들의 소비특징과 변화이다. 중국 내 대표 리서치 회사인 아이미디어(iMedia)가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소비, 웰빙소비, 품질소비 등이 올해 소비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중국인들이 건강기능식품, 가공식품, 음료 등 구매에 있어 천연, 무첨가, 무지방, 유기농 등 요소를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부인과의 접촉을 줄이면서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밀키트(Meal kit)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중국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와 코로나에 대한 불확실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편리성과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족친지간 저녁 식사용으로 30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간 보양식 요리인 불도장(佛跳墙), 신선한 전복과 담백한 양념을 넣고 찌는 칭정빠오위(清蒸鲍鱼) 등 전통 중국음식들이 밀키트용으로 출시되면서 큰 반응을 얻었다. 
 
징동닷컴에 의하면 춘절 기간 전복 거래액이 전년대비 10배 증가했고, 밀키트 제품의 거래규모도 전년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보복성 소비와 보복성 저축 ‘양극화’
 
셋째, 보복성 소비와 보복성 저축의 양극화 현상이다. 억눌린 소비심리가 보복성 소비로 나타남과 함께 알뜰소비∙보복성 저축도 더욱 확대되며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보복성 소비 형태라고 볼 수 있는 보석 및 주얼리 제품의 경우 전년대비 10배 이상 매출이 늘어나면서 국내외 매체에서는 춘절소비 확대를 단지 보복성 소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보복성 소비와 함께 알뜰성 소비∙보복성 저축성향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올해의 보복성 소비가 향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과거 중국의 보복성 소비는 이른바 ‘묻지마 소비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춘절 소비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안감과 향후 경제침체에 따른 소비위축 심리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가능한 알뜰소비를 하고, 조금이라도 저축을 늘려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리 대비하겠다는 이른바 ‘보복성 저축’ 현상이 젊은 세대들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Z세대의 소비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꾼 셈이다. 중국 SNS상에서 ‘당신은 소비하러 가시나요? 전 저축하러 갑니다’ 라는 표현이 작년부터 계속 유행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우리가 못 가본 지난 3년 동안 중국과 중국인의 변화에 주목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접근전략 수립이 필요해 보인다. 중국의 변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 경제통상관/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하며, 3,000여 개가 넘는 기업을 지원했다. 미국 듀크대학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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