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기업 세계로 날다(9)] 벡스코

kimswed 2023.03.07 07:15 조회 수 : 6200

30년 ‘진공’ 기술로 선진시장도 뚫었다
 
 
‘진정한 쟁이의 자신감.’ 진공시스템업체 벡스코의 류재경 대표와 1시간여 대화를 나눈 후 머릿속에 남은 그에 대한 인상이다.
 
우리나라는 분명 진공 기술 강국이 아니다. 류 대표도 인정한다. 하지만 류 대표는 해외 어떤 기업과의 기술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비록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고 내세우지는 않지만 세계 최고에 충분히 필적할 품질과 기술로 만든 시스템을 가성비가 뛰어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류 대표의 자신감은 그의 해외 마케팅 방식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많지 않은 진공 기술 관련 해외전시회에 나가면 류 대표는 카탈로그를 부스에 쌓아 놓지 않는다. 대신 고객사가 요청하면 그때야 꺼낸다. 단, 조건이 있다. 진공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선수, 즉 진정한 잠재고객에게만 카탈로그를 제공한다.
 
“권투선수는 상대방이 ‘잽’만 날려도 그 사람이 선수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 한두 마디만 들어보면 그가 구매에 관심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물건이 무엇에 쓰는 기계입니까?’라고 묻는 관람객에게 해외까지 가서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죠.”
 
 
▲류재경 벡스코 대표는 사업 초창기부터 기술력을 높이기 위해 진공 분야 해외 전시회를 자주 찾았다. 이것이 계기가 돼 해외 각국에 수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사진=김준배 객원기자]
▲벡스코는 2022년 7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충북도와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2022 베트남 충북우수상품전시상담회’에 참가했다. 벡스코 직원이 바이어와 상담하고 있다. [사진=벡스코]
진성 바이어 찾기에 ‘올인’하다
 
류 대표는 해외전시회에서 부스를 잘 지키지 않는다. 직원에게 ‘진성 고객’이 방문하면 연락하라고 말하고 카탈로그를 들고 다른 회사 부스를 돌아다닌다. 그가 출품업체의 ‘기본 문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진공펌프 분야에 제대로 지식을 갖춘 기술자라면 벡스코의 기술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역시 고객의 벡스코 기술에 대한 평가 덕분이다. 회사는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대기업의 진공장비를 대체했다.
 
류 대표가 소개한 사례를 보자. 국내 대표 자동차회사에 납품하던 중견기업 L사가 10억 원이 넘는 이탈리아 진공장비에 문제가 발생해 어려움에 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장비를 수리하려면 설비를 이탈리아로 보내거나, 이탈리아에서 전문 엔지니어가 한국에 와야 했던 시절이다. 
 
벡스코는 직접 수리해 보겠다고 했고, 문제를 말끔히 잡아냈다. 수리비용은 L사가 이탈리아에 의뢰하려던 것의 10분의 1 미만으로 낮췄다. L사는 당시 크게 놀랐고, 그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벡스코와 고객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진시장에 이어 중국·인도에도 수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해외시장 개척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벡스코는 지금 미국, 독일 등 진공 기술 강국은 물론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이 분야 후발국에도 시스템 등 설비를 수출한다.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흔치 않다.
 
선진시장은 ‘기술+가격’으로 밀어붙였다. 바이어를 만난 후 ‘샘플을 보낼 테니 한번 사용해 보라’고 제안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만족하며 구매로 이어졌다.
 
류 대표는 샘플 제공이 수출로 이어지는 비중이 높은 비결에 대해 ‘저 때문 아니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류 대표가 보여준 기술에 대한 당당함과 자신감에 바이어들도 인정하고 믿음을 보였다는 것이다.
 
진공 기술 선진시장을 뚫었으니 이 분야 후발국들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우리 대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공장을 이전한 것이 도움이 됐다. 현지 공장 장비에 벡스코의 설비가 쓰인 것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왔다. 미국·독일 등에 수출하는 제품이니 안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벡스코 기술연구소에서 사용 중인 진공 시스템 장비를 소개하는 류재경 대표. [사진=김준배 객원기자]
 
▲충북 청주에 위치한 벡스코 사옥 앞에서 류재경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류 대표는 세계 진공 기술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김준배 객원기자]
30여 년 연구로 기술력 높여
 
벡스코가 진공 분야에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연구 덕분이다. 류 대표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며 30년 넘게 회사를 키웠다. 1980년대 진공펌프 생산 회사에 입사했던 류 대표는 진공펌프에 푹 빠져 1991년 회사까지 차리게 됐다.
 
“‘진공’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도구를 써서 공기를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 무척 신기하더라고요. 그리고 진공 장치가 쓰이는 곳이 정말 무궁무진했습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데에도 진공 장비가 필요하고, 거울에도 쓰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분야가 넓으니 발전 가능성도 커 보여 창업까지 하게 됐습니다.”
 
류 대표는 오랫동안 밤낮으로 연구를 했다. 일본, 독일 등 선진제품을 분석하며 이들 제품이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이유를 찾았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해외 전시회에 가면 부스를 돌며 카탈로그를 한 박스 담아와 비교하며 연구에 연구를 반복했다. 
 
그렇게 연구한 지 30여 년. 류 대표는 당당히 말한다. “이제 도면만 보면 어떤 방식의 기술이 쓰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이퍼튜브용 진공챔버 설치
 
벡스코의 기술력은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꿈의 초고속열차가 달릴 수 있는 하이퍼튜브용 진공챔버를 시범 설치하는 데 성공한 곳이 바로 벡스코다. 이 챔버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제안해 주목받은 기술이다. 충북 오송역 인근에 10m 길이로 설치됐다. 진공챔버를 통해 초고속열차가 운행하는 진공튜브 내의 진공 형성 및 유지, 배기 시간 측정으로 향후 진공펌프의 배치 및 수량 결정을 위한 자료 도출에 사용되고 있다.
 
류 대표의 연구는 멈추지 않는다. 그는 기업은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0년대 후반 회사 건물에 홈페이지 주소를 적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회사가 건물에 전화번호를 적던 시절이다. 당시 잠재 고객사 설비파트 연락처를 구하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뒤져야 했는데 우연히 경북대 담당자를 찾다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부서별 연락처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을 본 후 벡스코도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회사는 지금 B2B 중소기업으로는 흔치 않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신개념 마케팅 툴도 개발해 활용 중이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 때문이다.
 
새로운 먹을거리 발굴 나서
 
이미 석사학위를 보유한 류 대표는 현재 학부 과정(사이버대학)을 다시 밟고 있다. 진공기술로 식품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물의 증발 잠열로 야채 스스로 냉각시키는 진공냉각 기술을 활용하면 야채의 겉과 속이 똑같은 온도에 도달해 유통기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류 대표의 설명이다. 진공냉각은 또한 전통 냉장 기술보다 효율적이기에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기술에 자신 있는 중소기업은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무역지원기관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했다. 충북도나 한국무역협회와 같은 수출지원기관들이 외국어 카탈로그 제작이나 바이어초청 수출상담회, 해외전시회 참가 지원 등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소기업들이 이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시대가 됐다”며 “자신의 제품과 기술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세계 최고 제품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벡스코를 한국을 대표하는 진공 회사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사명도 진공(Vacuum) 시스템(S) 회사(Corporation)의 이니셜을 따서 벡스코(VACSCO)로 바꿨다. 그는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의 반도체 공장 설비를 보면 외국 제품의 전시장이나 마찬가지여서 안타깝다”며 “진공설비 하나만은 우리가 세계적인 회사로 도약해 당당히 국산으로 대체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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