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은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만 네덜란드인들에게 끼친 영향을 꼽으라면 단연 온라인을 통한 구매에 더욱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취한 여러 차례의 영업 제한 조치 결과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1년에는 전자상거래 매출은 18.6%, 구매 빈도는 44.6%나 증가했다.
작년 상반기에도 전체 지출의 31.4%가 온라인에서 발생했으며 온라인 지출액은 161억 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성장했다. 이러한 지출 증가는 주로 휴가 관련 소비, 관광명소 및 이벤트 티켓의 온라인 구매 등 서비스 분야의 소비 증가에 따른 것인데 온라인 상품 소비도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기업간 거래(B2B) 분야에서도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온라인 지출이 13% 늘었다.
네덜란드 전자상거래를 분석하고 웹숍 품질을 평가하는 타유스윈클의 ‘B2B 전자상거래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비즈니스 구매자의 90%가 지난 1년간 온라인 주문을 활용했다. 이들은 배송 속도와 배송 비용을 온라인 주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속 가능한 배송도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는 것인데 응답자의 33% 이상이 지속 가능한 배송을 위해서는 배송 시간을 양보할 수 있고 20%는 이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다. 조사 담당자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이런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소비자들이 제품과 배송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온라인 소비를 위해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노력이 펼쳐지고 있을까? 온라인 소매업체는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거나 보다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선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요즘에는 많은 소매업체들이 재활용 포장지를 활용하고 포장에 불필요한 라벨을 붙이거나 과도한 포장은 덜어내고 있다. 네덜란드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볼닷컴은 2019년부터 회사를 상징하는 파란색 상자를 덧씌워 배송하던 관행을 없애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팬, 쿠커, 다리미, 프린터, 커피메이커, 기저귀 같은 품목의 경우 제품 업체의 1차 포장만으로도 충분한 보호가 가능해 추가적인 포장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종이상자 포장재는 자체 재활용 플라스틱 배송 가방이나 더욱 고급화된 포장기계를 사용해 대신하고 있다. 볼닷컴은 지금도 외부 판지 상자를 생략하면서도 제품이 손상되지 않게 포장하는 방식에 관해 고민하고 있다. 볼닷컴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의 약 20%가 포장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포장재 생략은 CO2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패션 소매업체 잘란도와 H&M도 물품 배송에 비닐봉지 대신 종이봉투를 선택하고 있다. 전자제품 소매업체 쿨블루는 2020년부터 택배 자전거로 배달되는 소포를 두꺼운 상자 대신 종이봉투에 담고 있다.
배송 방식도 변하고 있다. 집으로 직접 배송하는 대신 브랜드별 지점 매장이나 지정된 픽업 장소로 배달하는 식이다. 배송이 당일 또는 특정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 이런 지속 가능한 배송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스웨덴 배달업체 인스타박스와 버드비는 네덜란드 곳곳에서 스마트 박스를 통한 소포 픽업 옵션을 제공 중이다.
타유스윈클은 배송할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해주는 기기를 소개하고 있다. 발송된 소포의 부피, 이동 거리, 사용된 운송수단, 화물의 충전 수준을 포함한 다양한 변수를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웹 상점이나 소비자들은 배출량을 더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기를 개발하는 데는 로지스티에크, 오토, 볼닷컴 등 웹숍과 포스트NL, DHL, 다이나로직스 등 배송업체가 참여했다.
환불된 제품의 재판매나 중고제품 거래도 확대되고 있다. 중고의류 거래 플랫폼 빈티드는 이제 패션분야에서는 누구나 알 만한 인지도를 얻고 있고 리바이도 반품된 전자제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볼닷컴은 판매된 제품의 재판매 사례도 공유하고 있다. 처음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반송 사유를 밝히고 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저렴한 재판매 제품을 선택하는 동시에 자원 순환에 기여하게 된다.
H&M은 모든 브랜드의 중고의류를 사고 팔 수 있는 ‘H&M 리웨어’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자사 의류뿐 아니라 타사 브랜드도 상관없이 재판매가 가능하며 의류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플랫폼에서 사진 보정을 거쳐 제품을 게시한다.
가격 책정은 의류 브랜드, 종류, 옷의 상태, 중고 시장에서 판매되는 유사 제품의 가격 범위를 반영해 이뤄진다. 또한 이 가격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 신속 판매와 판매자의 수익 극대화를 돕는다.
잘란도도 최근 중고 물품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판매를 희망하는 고객은 제품 사진, 제품 세부 정보, 품질 확인 절차를 거쳐 제품을 업로드할 수 있다. 잘란드는 또한 중고 물품 거래 시에도 일반 제품처럼 빠른 배송, 100일 반품, 여러 지불 방법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해두었다. 일반 중고 플랫폼과의 차이점은 제품을 잘란도에 보낸 후 자체 웹숍과 같은 스타일로 제품 사진을 찍어 판매한다는 점이다. 그 대가로 잘란도에 제품을 보낸 고객은 제품 가치만큼을 다른 주문 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받는다. 고객이 원하면 해당 기프트카드를 적십자사나 환경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 쇼핑의 모습을 점차 바꾸고 있다. 향후 5년간 전 세계적으로 AR 환경에 더욱 익숙한 Z세대 소비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이 소비자가 집이나 사무실 같은 친숙한 환경을 스캔해 제품이 적합해 보이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AR, VR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조립가구 업체 이케아의 스튜디오 도구를 사용하면 원하는 가구를 배치하고 싶은 실제 공간에 대입해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벽 색상, 가구, 선반, 액세서리 및 장식을 추가해보고 원하면 2D 또는 3D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미스터스펙스 같은 안경 매장은 집에서 가상으로 안경을 착용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AR 및 VR 기술을 통해 구매 전 시험을 하게 되면 반품 사례가 줄어 제품 포장과 운반에 수반되는 탄소 배출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관련 비용이 높아 아직까지는 대형 소매업체 위주로 활용하고 있다.
섬유산업은 국제 항공 및 해상 운송을 합친 것보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부터 의류 판매업체들에게 판매한 의류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촉진하도록 보다 강화된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의류 생산자들은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물류비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그간 지자체가 감당하던 부담을 분담하는 것이다.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제공